"우리는 고객에게 놀라운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언제 어디서 스크린이 사용되는지 다시 봤다. 스크린을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재정의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환경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성이라는 과제를 받아들었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삼성 퍼스트룩 행사에서 한 말이다. 한 마디로 '스크린 포 올(Screens for All, 모두를 위한 화면)'이다.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기술 리더로서 주변 세상을 돕는 책임감을 갖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신제품에도 이러한 고민이 담겼다. 이날 삼성전자는 기존 QLED(QD-LED, 퀀텀닷액정표시장치)의 상위 기술인 '네오(Neo) QLED'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지난해 12월 국내서 첫 선을 보였던 '마이크로 LED'의 글로벌 진출도 선언했다.
◇ 최상위 제품 '네오 QLED' TV 첫선
삼성전자는 6일(미국 현지시간) 온라인을 통해 '삼성 퍼스트룩 2021'를 진행했다. 삼성전자가 매년 1월 TV 관련 신기술과 신제품을 선보이고 미래 디스플레이의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TV판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다. 아홉해째인 올해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 탓에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2021년형 네오 QLED TV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네오 QLED가 기존 제품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크게 3가지다. ▲퀀텀 미니 LED ▲퀀텀 매트릭스 테크놀로지 ▲네오 퀀텀 프로세서다.
'퀀텀 미니 LED'는 기존 백라이트로 쓰이던 소자 대비 40분의 1 정도 크기의 LED다. LED 크기가 작아지면 같은 영역에 더 촘촘하게 소자를 배치할 수 있어 더 밝은 화면을 구현한다. 각각의 LED 소자에는 '마이크로 레이어'를 입혀 크기를 줄이면서도 정교한 빛 조절을 가능토록 했다. 어두운 영역에 밝은 영역의 빛이 번지는 '블루밍 현상'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LED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더욱 얇은 '인피니티 원 디자인'도 가능해졌다.
'퀀텀 매트릭스 테크놀로지'는 백라이트로 사용되는 퀀텀 미니 LED의 밝기를 12비트(휘도 4096단계)까지 세밀하게 조정해 준다. 이는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 밝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또 백라이트 전원 제어를 통해 화면 밝기에 따라 백라이트에 전력 효율성을 높였다.
인터넷 연결 지연 등에 의한 화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네오 퀀텀 프로세서'도 적용했다. 여기에는 16개의 신경망으로 구성된 학습형 AI(인공지능) 업스케일링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프로세서가 단일 신경망을 활용한 것에 비해 16배 개선된 것이란 설명이다. 이를 통해 입력되는 영상 화질과 관계없이 최대 8K 해상도를 최고 수준으로 구현해준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신기능도 도입됐다.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트레이너'나 업무용 PC와 TV를 쉽게 연결해주는 'PC on TV' 기능 등이다. 삼성 네오 QLED 신제품은 8K와 4K로 출시되며, 1분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도입될 계획이다.
◇ 시작 알린 '마이크로 LED'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지난달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 110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글로벌 시장에 공개했다. 오는 3~4월에는 99형 제품도 한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이보다 더 작은 70~80형 제품도 연내 도입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초고가 승자는?' 삼성, 1.7억원 마이크로 LED TV 공개
마이크로 LED TV는 스스로 빛을 내는 무기물 소재를 더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각 소자가 빛과 색을 모두 내기 때문에 실제 사물을 보는 것과 같은 자연 그대로의 화질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비해 내구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더 프레임', '더 세리프', '더 세로', '더 프리미어', '더 테라스' 등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라이프스타일 TV 라인업도 소개했다. 더 프레임과 더 세로도 올해 기능을 더 개선했다. 더 프레임은 다양한 공간의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두께를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베젤(테두리) 형태를 2가지, 베젤 색상을 5가지로 늘렸다. 더 세로는 세로형 콘텐츠가 많은 유튜브, 틱톡 등의 모바일 콘텐츠를 더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스마트 기능을 강화한다.
◇ "모든 것, 우리 모두를 위해"
삼성전자는 TV 신제품에 새로운 비전인 '스크린 포 올'을 담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에 기여하기 위한 '친환경·접근성' 고민이 담겨있다는 뜻이다.
이날 한종희 사장이 강조한 '스크린 포 올' 비전은 보다 다양한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우리 모두의 미래와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간 강조했던 어떤 공간에서든 최적의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스크린 에브리웨어(Screens Everywhere)'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비전의 구체화는 친환경 정책과 접근성 강화 두 측면에서 이뤄질 계획이다.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적용한 단순화된 패키지를 올해부터 더 다양한 제품에 적용키로 했다. 스티커나 컬러 잉크 등과 같은 장식을 최소화해 '재활용'뿐 아니라 '업사이클(새활용)'까지 용이하게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일회용 건전지 없이 태양광이나 실내 조명으로 스스로 충전되는 '솔라셀 리모컨'도 개발했다. 이를 도입하면 TV의 평균수명을 약 7년으로 계산했을 때 약 9900만개 이상의 일회용 건전지를 절약하게 된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탄소 배출량 감소는 759개의 축구장에 소나무를 가득 심는 것과 같은 효과란다.
그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던 '접근성'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시청각 장애가 있는 사용자들도 TV 시청에 어려움이 덜 하도록 다양한 기능을 추가한다는 것이다.관련기사☞ 스마트폰 버튼, 왜 모두 '거기' 있냐고요?
2021년 네오 QLED와 QLED에 이 같은 기능이 들어간다. 자막의 위치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자막 이동' 기능이나 뉴스에 나오는 수어 화면을 AI를 통해 자동으로 인식해서 확대해주는 '수어 확대' 기능, 스피커와 헤드폰 두 곳으로 동시에 사운드를 출력해 일반인과 저청력 장애인이 함께 TV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 출력 오디오 기능' 등이다.
한 사장은 "지속가능활동은 많은 투자와 세심한 노력이 필요한 일지만 깨끗한 환경과 소비자의 신뢰, 다음 세대의 희망처럼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