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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버튼, 왜 모두 '거기' 있냐고요?

  • 2020.10.06(화) 10:49

[디지털, 따뜻하게]
삼성전자 스마트폰 접근성 담당 백인호 프로 인터뷰
"함께 만들어간다는 원칙…'다름' 포용하는 게 혁신"
"정보격차 시대, 유니버설 디자인은 선택 아닌 필수"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과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s)' 2001년 미국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디지털 습성을 타고난 이들과 아무리 애써도 아날로그 취향을 떨치지 못하는 이들을 각각 이렇게 명명했습니다. 디지털이 생활의 기반이 된 시대인 만큼 성, 연령, 직업 등이 아닌 '디지털 활용 능숙도'로 세대를 구분한 것이죠.

기술의 발전 속도는 너무나도 빠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늘어가고, 그 속에 숨겨진 기능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죠. 지금은 디지털 원주민일 수 있는 세대도 10년, 20년 뒤에는 능숙함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계층이 있습니다. 장애인이나 노인, 저소득층 등 정보소외계층입니다. 이들은 격변하는 디지털 기술에 발맞추기 위해 일반인보다 더욱 각별한 노력을 요구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성별, 연령,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도록 디자인을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인이나 어린이들도 무거운 냉장고 문을 가볍게 여닫을 수 있게 제품을 설계하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어두운 배경과 밝은색 텍스트로 바꿔 가독성을 높이는 식이죠.

이런 걸 '유니버설 디자인'이라고 합니다. 7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사용자 접근성 개선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백인호 프로(무선사업부 제품기술팀)는 삼성전자 유니버설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함께 만들어가는(Co-creation)'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인간의 삶을 보다 나은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디지털 신기술의 혜택은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주어져야 합니다. 접근성이 모든 기술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질 겁니다."

삼성전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름을 포용하는 인간 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모든 제품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장애 유무나 나이, 성별, 인종과 무관하게 모든 고객이 동등하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혁신을 추구하는 것인데요.

백 프로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소외계층이 겪는 상황을 잘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사용환경을 꾸준히 관찰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매년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소외 계층 인터뷰와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답니다. 특히 장애인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는데요. 담당자들이 다양한 방법론을 연구하는 데서 더 나아가 장애인 임직원과 전문 연구기관, 장애인 고객, 커뮤니티 등과 소통하는 등 장애인 사용자들과 직접 협업하는 식입니다.

그 덕분에 라면과 과자같이 촉감이 비슷해 손으로 만졌을 때 구분하기 어려운 상품을 스마트폰을 활용해 구분하거나, 집안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기술 등도 가능해졌습니다. 장애인이 디지털 시대에 더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디지털을 통해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제품기술팀 백인호 프로. /사진=비즈니스워치

"글씨를 못 읽는 분들은 글자를 모를 때마다 남에게 물어보기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이럴 때 실시간으로 인쇄물을 읽어주는 인공지능 빅스비를 이용하면,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기능인 것처럼 느낍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각 사용자들에 맞춰 세밀하게 만들어집니다. 마치 '맞춤옷'처럼요."

유니버설 디자인의 처음과 끝은 모두 '사용자'라는 게 백인호 프로의 말입니다. 일반 고객뿐 아니라 장애인 등 소외계층들도 제품과 서비스가 나만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옷'처럼 편안히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죠.

한발 더 나아가 유니버설 디자인은 처음에는 소외계층의 의견을 바탕으로 시작되지만, 결과적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대표적인 예가 어두운 색의 배경과 밝은 색의 텍스트를 적용한 '고대비 테마'입니다.

백 프로는 "고대비 테마는 초창기 저시력, 색맹 고객을 위해 개발됐지만 이제는 수천만명이 사용하고 있다"며 "장애인들을 위해 만들었지만 비장애인들도 같이 사용하는, 맞춤형이기도 하지만 모두 같이 쓸 수 있는 디자인이 됐다"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 하단에 있는 '홈' 버튼도 같은 맥락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조작 버튼을 어떤 환경에서도, 한 손으로도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놓은 것이죠. 두 손을 쓸 수 없는 장애인까지도요.

갤럭시 스마트폰의 경우 '원(ONE) UI(User Interface)'라는 UX(사용자 경험) 중심의 모바일 운영체제를 적용하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뒤로가기'와 '메뉴' 버튼을 홈 버튼 양쪽에 배치해 내비게이션 바로 만들어 둔 것도 유니버설 디자인입니다. 화면에 키보드가 올라와 있을 때 '빅스비' 버튼을 누르면 음성 입력이 되는데, 이 기능 역시 전맹 시각 장애인의 요청에 따라 추가한 기능이라고 합니다. 특정 소외계층을 위해 만들었지만 모두가 편하게 쓰는 디자인이죠.

삼성전자의 노력은 외부에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답니다. 전자제품 최초로 영국 왕립 시각장애인협회(RNIB, Royal National Institute of Blind People)로부터 '시각장애인 접근성 인증(RNIB Tried and Tested Accreditation)'을 받았고요.

올해 출시한 '갤럭시 S20'과 '갤럭시 노트 20'은 스마트폰 제조기업 중 처음으로 스페인 비영리기관 온세재단(ONCE Foundation)으로부터 '아모빌 인증(Amobil seal)'을 받았답니다. 이 재단의 헤수스 에르난데스는 "삼성전자는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답니다.

"접근성은 물과 공기처럼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은 규제와 가이드라인 준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단 기업뿐 아니라 개인과 학교, 정부 등 사회 구성 주체 모두가 해당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다 함께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접근성은 모든 제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됐습니다. 디지털이 없는 삶은 상상도 어려운 만큼요. 하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는 실무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접근성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제품과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용이 많이 들거나 시장 수요가 적을 것이라는 편견이 적용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거죠.

백인호 프로는 "기업 관계자들 중 유니버설 디자인의 시장이 작지 않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기업 생존 측면에서 유니버설 디자인과 접근성을 고려한 기술 개발은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현재 전 세계 장애 인구만 10억명이 넘는 데다,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 움직임도 많아지고 있다"며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는 결국 고객층을 늘려 시장을 확대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여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도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노령 인구 증가나 최근 등장하는 각종 법안과 표준,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업뿐만 아니라 사용자, 기관, 정부 등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그는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우리 모두가 조금만 더 생각하고 서로를 배려해 접근성을 높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편하고 쉽게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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