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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불평등, 코로나로 더 확대됐다

  • 2020.09.24(목) 16:14

[디지털, 따뜻하게]
美 산타클라라대 로라 로빈슨 교수 인터뷰
"디지털 정보격차, 교육기관 통해 줄여가라"
"디지털 불평등, 인권차원 문제로 접근해야"

디지털 불평등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생사의 갈림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디지털 자원은 삶에 필수적인 기본재이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할 것을 요청드립니다

로라 로빈슨(Laura Robinson) 미국 산타클라라대학교(Santa Clara University) 사회학부 부교수는 비즈니스워치와 최근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호소했습니다.

로라 로빈슨 교수는 디지털 불평등 분야 대표적 사회학자로, 미국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을 연구하는 곳으로 유명한 하버드대 버크만 클라인 센터(Harvard Berkman Klein Center for Internet & Society)에 소속돼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코로나19와 연관된 디지털 정보격차 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로라 교수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디지털 정보격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터넷 접속환경, 기기 보유 등의 문제는 줄어들고 있으나 활용능력과 디지털 과의존 등의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있기도 하죠.

미국은 국토가 넓고 다양한 인종이 사는 만큼 교육 수준과 나이에 따른 차이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 등 지역, 인종에 따라 디지털 정보격차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디지털 능력이 제한적인 경우는 16~24세가 62%, 55~65세는 80%에 달합니다.

참고로 OECD 회원국 평균은 15~24세 54%, 55~65세는 90%이고, 한국은 16~24세 37%, 55~65세 96%인데요.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교하면 젊은층은 한국이, 고령층은 미국이 나은 셈입니다.

무엇보다 기술의 진화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불균형과 사회적 문제를 새롭게 만들고 있어 디지털 자산을 기본재로 인식하고 인권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로라 교수의 설명입니다.

특히 로라 교수는 코로나19가 디지털 정보격차 문제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으므로 단기적, 장기적 관점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디지털 자원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물론이고 정부가 발표하는 코로나 관련 정보도 빠르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 디지털 인프라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면 접촉을 통해 필수품을 구할 수밖에 없어 코로나19에 더욱 취약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0만명이 넘는 미국에선 참으로 비극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초 로라 교수와의 인터뷰는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미국 방문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최근 미국 곳곳에 발생한 산불 문제가 너무 심각해지면서 화상 인터뷰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습니다. 결국 이메일 인터뷰 방식으로 디지털 정보 격차 문제 현황과 대안 등을 들어봤습니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합니다. 다음은 로라 로빈슨 교수와의 일문일답입니다.

-미국의 디지털 정보격차 문제는 어떤 상태입니까
▲지난해 퓨 리서치센터 연구를 보면 디지털 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용 관련 상당한 격차는 여전한 상황입니다. 디지털 정보격차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소득 수준은 정보격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데요. 교육 수준과 나이, 거주지(도시와 시골), 인종 등에 따른 격차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퓨 리서치센터 연구를 보면, 미국은 성인의 10%에 달하는 인구가 인터넷 사용이 어렵다고 한다. 남녀의 격차는 1%포인트 수준의 격차에 그쳤는데,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등 인종간 격차는 상당했다. 인종별로 인터넷을 쓰지 못하는 비율을 보면 백인은 8%, 흑인은 15%, 히스패닉은 14%였다. 65세 이상은 27%가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데 30~49세는 3%에 불과했다. 아울러 연간 소득이 3만달러 이하인 사람 중 18%는 인터넷 사용에서 소외됐다. 이밖에 학력에 낮고 시골에 사는 경우도 격차가 심각하다.

-디지털 불평등의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올해는 '디지털 정보격차'(digital divide)의 25주년이라고 할 수 있어요. 4반세기가 지났지만 디지털 불평등 문제는 1995년에 지적된 것들이 현재도 여전하죠. 디지털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리시키고 있고요. 게다가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사람을 봐도, 활용 측면에서 격차가 있습니다. 기존의 디지털 불평등은 경제적 계급, 성별, 인종, 노화, 장애, 의료, 교육 수준, 시골 거주 등의 측면에서 발생했는데요. 이와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도 계속 나타납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소프트웨어의 사용과 소비는 물론이고 생산과 프로그래밍 등의 측면에서 격차도 복잡하게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미국은 1995년부터 디지털 정보격차를 정부 차원에서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디지털 불평등과 소득 불평등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소득 불평등이 디지털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살 돈이 충분하지 않을 때 스마트폰 사용에 돈을 쓸 생각을 하지 못할 수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에게 인터넷 이용은 사치품일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상황은 불평등을 더욱 키웁니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뛰어난 경우 더 높은 소득과 더 괜찮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이것이 디지털 활용 능력을 더욱 키워주죠.

-한국에선 디지털 정보격차가 단순한 불편함 정도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디지털 자원이 충분한 사람은 접근성이 제한된 경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디지털 자원이 고도로 평등한 사회에서도 활용 능력 측면에서 격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연 설명을 하면, 돈이 많은 사람은 돈이 없는 사람의 입장을 잘 모르며, 설령 모두가 돈이 많은 사회적 환경이라도 이를 활용하는 능력에서 격차가 발생한다는 얘기입니다.)

-한국정부 산하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장 이후 디지털 정보격차가 다시 벌어졌다는 분석이 발견됩니다
▲당연하죠.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불평등을 만듭니다. 접근성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의존성이 취약계층에서 높아지고 있는 등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있어요.

-한국정부는 디지털로 대전환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보완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미국과 캐나다 외에도 우루과이, 칠레, 페루, 브라질, 멕시코, 쿠바, 자메이카 등 주변국의 디지털 불평등 정책을 연구해봤는데요. 국가적 특성과 관계없이 인터넷 접근성, 디지털기기 보급, 활용 능력 등 세가지 취약점을 교육기관 차원으로 해결해 나갈 때 디지털 정보격차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도시에 사는 사람이 디지털 관련 정책의 혜택을 더 많이 받는데요. 시골에선 인터넷 접근성이 해결돼도 활용 능력이 부족하고, 디지털 자원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장점을 알기 어렵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골의 사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활용해 디지털 기술을 배울 수 있게 하고 사회적 만남도 제공하는 한편 경제·정치와 관련한 요구 사항도 살펴봐야 합니다.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디지털 정보격차가 삶의 초기에 작용하면 교육과 직장에 당장 영향을 미칩니다. 집과 직장에서 디지털 기기,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여유가 없는 경우 이를 배울 기회에서도 소외되니까요. 디지털 소외계층은 돈을 벌고 업무 역량을 키우는 등 삶의 다양한 기회를 확대하는 일에 디지털 자원을 이용하지 않고, 오락이나 여가 활동에만 활용하기 쉽습니다. 또 기술이 계속 진보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만들고 있죠. 이에 따라 디지털 자원이 부족한 사람을 더욱 뒤처지게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진 않을까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때 필요한 비용이 감소하면서 디지털 정보격차도 시간이 지나며 해소될 것이란 추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디지털 불평등 문제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어요. 플랫폼 경제, 자동화, 빅데이터, 알고리즘, 사이버 범죄, 사이버 안전, 시민 참여, 모빌리티, 게임, 감정적 웰빙, 보조적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불평등이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디지털 이용자이자 생산자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디지털을 잘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차별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불평등을 만드는 메커니즘이 투명하지도 않아요.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디지털 자원을 기본재로 바라볼 것과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줄 것을 요청드립니다.

*디지털 정보격차는 기기 보급과 사용 측면의 격차를 넘어 새로운 문제로도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자원을 활용한 사람의 빅데이터는 온라인으로 즉각 수집돼 정부정책과 기업 서비스 개선에 재활용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 소외된다.

-디지털을 사용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디지털 자원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도와주는 기관이 없다면 디지털을 쓰지 않으려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디지털 불평등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어요.

-디지털 정보격차가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의 위험은 특정 하위집단에 불평등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 고령자, 죄수, 디지털 소외 학생, 긱 노동자(온라인 플랫폼의 임시직종), 라스트 마일(소비자와의 마지막 접점 종사) 노동자 등의 취약계층은 코로나에 더욱 많이 노출됩니다. 코로나19의 위험으로부터 피하려면, 다른 개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통제하고 물리적 공간에서의 접촉 환경도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이같은 통제권을 가진 쪽이 건강을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런 대목에서 기존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나죠. 삶의 핵심적인 부분을 디지털 자원을 활용해 해결할 수 없는 쪽이 불평등 문제에 몰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디지털 불평등은 코로나19로 인한 생사 여부을 가르고, 사망 가능성을 높이는데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세계적인 위기 상황으로 인해 디지털 정보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요. 디지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건정보, 정부지침, 원격의료 등에 대한 접근성 측면에서 소외되기 때문이죠. 디지털을 활용할 수 없는 사람은 직접 음식과 약을 구해야 하는데요. 이럴 경우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큽니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니까요. 이같은 위험 외에도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극복하기 어려운 재정적 파탄 위기에 직면합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비용은 늘어나는데 수입은 감소하죠. 장기적으로 일자리 감소 등 노동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감정적인 측면도 심각하죠.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고, 고립된 경우 집에 갇혀 사회적 고립감을 겪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 혜택을 받는 사람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앱을 통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지만 말입니다. 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원격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충분하지 못한 교육일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정의 어린이는 뒤처질 수밖에 없고요. 이런 교육의 차질은 평생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세대간 차등도 유발할 수 있어요.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함께 장기적 정책도 필요합니다.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사회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기에 전세계 모든 인구를 위한 디지털 포용 정책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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