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식이'를 아십니까? 카카오톡 이용자라면 왠 고구마를 쥐고 '라이언'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귀여운 춘식이를 아실 겁니다. 춘식이는 지난해 여름에 카카오프렌즈에 합류한 길고양이 캐릭터입니다.
카카오 캐릭터들은 저마다 '출생 비화'를 가지고 있는데요. 춘식이는 '라이언이 어느 날 길에서 구조한 고양이'입니다. '어피치'와 '튜브', '무지' 등 다른 캐릭터와 달리 유독 한국식 이름을 쓰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팬들이 직접 이름을 붙여줬기 때문이죠.
고양이 '집사'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덕분일까요.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라이언과 춘식이의 일상 에피소드를 담은 인스타그램 만화 시리즈는 평균 2만개의 '좋아요' 공감이 쌓이고 있습니다. '춘식이 굿즈를 더 만들어 달라'는 이용자 요청이 빗발친다고 하네요.
팬 성원에 응답하듯 캐릭터 상품을 유통하는 계열사 카카오커머스는 굿즈를 활발하게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출시한 종류가 20여개에 달합니다. 춘식이보다 3년 선배죠. 공룡 '죠르디'(50여개 종류)를 조만간 따라잡을 것으로 보여요.
춘식이를 비롯한 캐릭터의 꾸준한 인기로 이들 기획사(?) 카카오프렌즈의 매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 그저 귀엽기만한 캐릭터가 사실 카카오의 주요 수입원 가운데 하나입니다.
카카오프렌즈의 지적재산권(IP)을 갖고 있는 카카오가 계열사 및 협업사로부터 거둬들이는 라이선스 매출과 쇼핑 계열사 카카오커머스가 굿즈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매출을 합하면 무려 1000억원대에 달합니다.
카카오 캐릭터의 '몸값'을 굳이 따지자면 약 1000억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 부럽지 않은 금액이라는 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캐릭터 사업을 각별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카카오는 올 3월말 기준으로 10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요. 계열사들이 캐릭터를 이용하려면 적지 않은 라이선스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실제로 게임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페이(핀테크)·모빌리티(택시)·페이지(콘텐츠)·엔터프라이즈(B2B) 등 주요 계열사들은 카카오에 라이선스비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출범했던 2017년을 떠올려 볼까요? 지갑에 이미 체크카드 1~2개는 있는 분들도 귀여운 카카오 캐릭터가 담긴 체크카드를 발급한 기억이 있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카카오 택시를 불렀을 때 라이언 얼굴이 없으면 아쉬울 것 같습니다.
이렇듯 카카오 캐릭터가 계열사 매출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서인지 김범수 의장이 캐릭터 IP를 엄격히 관리한다는 얘기가 회사 내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카카오는 카카오IX(현 카카오스페이스)의 IP 라이선스 부문만을 떼어내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잘 키운 캐릭터 하나는 어지간한 신사업 부럽지 않죠. 카카오가 라이언의 '반려묘' 춘식이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는 배경입니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라이언과 함께 많은 고객들이 춘식이를 찾아주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춘식이 굿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귀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