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음성 기반 SNS)가 인스타그램과 같이 흥행 열풍을 일으키면 우리에게 위협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올 2월 사내 간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했다고 합니다. 즉 카카오톡이 쥐고 있는 서비스 주도권을 국내에서 만큼은 결코 놓쳐선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명성에 사로잡혀 방심하다 경쟁력을 급격히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에 '졸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인데요.
김 의장은 왜 이런 얘길 했을까요. 카카오의 간판 SNS 카카오톡은 시장점유율 100%에 육박(97%)한 명실상부 '국민 메신저'입니다. 다만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영향력이 미미합니다. 가까운 일본에서 네이버 '라인'에 밀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선 위챗이란 현지의 강력한 서비스에 가려져 있죠.
'카톡의 해외 시장 공략'은 카카오의 오랜 지상과제였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안방'인 우리나라를 벗어나면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카카오의 글로벌 SNS 도전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올해 초 글로벌 SNS 운영사 인수를 추진했는데요. 바로 영상 메신저 '아자르'를 서비스하는 토종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입니다. 아자르란 이름은 국내에서 생소하지만, 중동 시장을 꽉 잡은 메신저입니다. 지난해 230개 국가에서 5억40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카카오가 추진한 딜(deal)은 막판에 어그러졌습니다. 카카오보다 인수가를 높여 제시한 경쟁사가 나왔기 때문인데요. 미국 매치그룹이 결국 하이퍼커넥트를 품에 안았습니다. 데이팅 앱 '틴더'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매치그룹은 하이퍼커넥트를 무려 17억2500만달러(약 2조원)에 사들였습니다.
절치부심한 카카오가 최근 선보인 것이 '음'(mm)'입니다. 음은 카카오가 지난 8일 시험 버전으로 선보인 SNS인데요. 서비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음성을 기반으로 합니다. 올해 큰 인기를 끌었던 오디오 기반 SNS 클럽하우스와 비슷한데요.
실제로 음은 '한국판 클럽하우스'라 불릴 정도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비롯해 서비스가 흡사합니다. 카카오가 이러한 '아류작'을 굳이 만든 것은 그만큼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대항마를 내놓지 않고 머뭇거리다간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어느 회사보다 SNS 플랫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곳입니다. 카카오의 주 수입원인 광고와 웹툰·웹소설, 쇼핑, 게임, 모빌리티 서비스 등은 카카오톡에 유입된 이용자들의 '눈길'을 조금씩 수익화한 것들이기 때문이죠. 잘 키운 SNS를 황금알 낳는 거위에 견줄 수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 의장이 신개념 SNS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의 가치를 빠르게 알아보고 인수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령'을 내렸기에 세계 어딘가에서 흥행 조짐이 있는 메신저를 찾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음과 같은 신규 서비스를 테스트해보며 해외로 내보낼 준비를 하는 것이죠.
올해로 출범 11주년을 맞은 카카오의 이렇다 할 해외 성과는 웹툰·웹소설·캐릭터 등 콘텐츠 부문뿐입니다. 이마저도 최근 크로스보더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 기대감을 키우고 있죠. 우리나라 넘버원(NO.1) IT기업이라도 아직은 뻗어나갈 곳이 무궁무진합니다. 국내 시총 3위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날 카카오의 행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