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한국형 만화 서비스 '웹툰'을 키우기 위해 나란히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의 일본 법인이자 만화앱 '픽코마'를 서비스하는 카카오재팬이 전날(20일) 글로벌 국부펀드로부터 6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때 네이버웹툰도 2000억원 규모의 사업 자금을 끌어 모아 눈길을 끈다.
21일 네이버웹툰은 운영 및 타법인증권 취득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했다. 주주배정 방식이라 이 회사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모든 금액을 대기로 했다. 신주 61만주를 액면가(5000원)의 65배 수준인 주당 32만6780원에 사들인다.
네이버는 지난해 대대적인 웹툰 계열사 재편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토대를 닦았다. 기존 네이버→네이버웹툰(한국 사업)→웹툰엔터테인먼트(글로벌 사업)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를 네이버→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으로 뜯어 고쳤다. 아울러 글로벌 사업을 맡고 있는 미국법인 아래 한국과 일본(라인디지털프론티어)·중국(와통엔터테인먼트) 법인 등을 나란히 배치했다.
네이버가 지배구조를 정비한 것은 급변하는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태동시킨 웹툰 장르의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 전략적 거점으로서 미국법인에 사업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배구조 개편 이후 이번에 대대적인 자금 지원으로 힘을 싣는 것이라 눈길을 끈다.
한국법인이자 콘텐츠와 서비스 및 연구개발(R&D)을 맡고 있는 네이버웹툰은 이번 유상증자 자금 가운데 일부를 영상 제작 계열사 스튜디오엔에 투입키로 했다. 스튜디오엔 운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회사 신주 10만주를 총 5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스튜디오엔은 독립적으로 영상을 제작하기 보다 모회사인 네이버웹툰과 다른 제작사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곳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 지적재산권(IP)을 선별해 영상화하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네이버의 최대 경쟁사이자 네이버와 함께 글로벌 웹툰 강자인 카카오도 사업 자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카카오 일본법인 카카오재팬은 전날(20일) 글로벌 투자사 앵커에퀴티파트너스(Anchor Equity Partners)와 해외 국부펀드들로부터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재팬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보통주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투자가 진행된다. 이는 올해 일본에서 콘텐츠 기업이 유치한 외부 투자 중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이번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카카오재팬에 매겨진 기업가치는 약 8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투자로 픽코마는 일본 현지 '망가'의 디지털 점유율 확대와 더불어 한국형 비즈니스인 웹툰을 현지화하는데 성공한 노하우 및 전략을 인정 받았다. 픽코마는 6조원이 넘는 세계 1위 만화시장 일본에서 작년 7월부터 만화 앱 매출 1위를 유지하며 경쟁업체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투자 유치를 이끈 카카오 배재현 수석부사장(CIO)은 "이번 딜은 카카오 해외 자회사의 첫 투자 유치 사례이자, 올해 일본 콘텐츠 기업 중 최대 가치,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