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때부터 인수합병(M&A) 가능성을 검토한다. 네이버가 가장 공들이고 있는 쇼핑이나 웹툰 분야에 대한 기술 갈증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M&A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올해로 출범 6주년을 맞은 네이버의 기업형 액셀러레이터 'D2SF'(D2 Startup Factory)가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후속 투자 및 M&A를 공격적으로 단행한다. 연내 완공을 앞둔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제2사옥에 스타트업과 네이버 실무진이 협력하는 공간을 만드는 등 '사업 시너지'를 내는데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8일 네이버는 D2SF의 사업 성과를 소개하는 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70개 스타트업에 약 4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는 현재 1조3000억원으로 평균 6배 성장했다. 후속 투자유치 성공률은 70%, 생존율은 무려 99%에 달한다.
네이버랩스에서 출발한 D2SF는 이해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한성숙 대표 등 경영진 직속 조직이다.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며 100% 네이버 자금으로 투자한다. '좋은 기술에 무조건 투자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투자 대상은 AI(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에 집중돼 있다. 전체 투자 대상의 절반 이상(51%)을 차지한다. AI 외에는 디지털헬스(14%), 모빌리티·사물인터넷(6%), 로보틱스·블록체인·콘텐츠(4%) 등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B2B(기업간거래) 사업체에 투자해왔다.
이들은 네이버의 AI 사업과 왕성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가운데 네이버와 시너지를 낸 팀은 전체의 71%. 현재 네이버 30여개 조직이 97개 팀과 협력하고 있다.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스타트업 '모라이'와 네이버랩스의 협력을 비롯해 해상도 변환 AI 솔루션 스타트업 '에스프레소 미디어'와 네이버 동영상, 치매 조기 진단 AI 솔루션 스타트업 '세븐포인트원'과 클로바 케어콜 등의 협업이 주요 사례다.
M&A로 이어진 사례도 상당하다. 2017년 인수돼 네이버 클로바의 대화엔진을 설계한 '컴퍼니AI' 를 비롯해 2019년 스노우에 인수돼 해외 신사업 발굴을 주도한 '버즈뮤직'과 작년 네이버웹툰에 인수된 스타트업 '비닷두' 등이 대표적이다.
D2SF는 올해부터 스타트업과 네이버간 사업 시너지에 주력할 계획이다.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많다"며 "네이버가 '하이퍼 클로바'라는 큰 스케일의 AI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협력 강도를 어떻게 높일까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D2SF는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첫 시작점으로 새로운 테스트베드 공간을 조성한다. 네이버 제2사옥 1개 층에 네이버와 기술 스타트업이 함께 실험하고 협력하는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연내 완공을 앞둔 네이버 제2사옥은 현 사옥보다 규모가 크다.
해당 공간에는 자율주행 시스템 등 다양한 AI 원천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네이버와의 직접적 시너지 가능한 예비 창업팀이 주인공이다. 수십여개 팀이 여기서 네이버 사업 조직과 연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후속투자에 집중한다. 최근 산업은행, IMM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800억원을 추자 투자한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가 대표적이다. 퓨리오사가 설계하는 AI 반도체는 네이버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쓰이는 등 각별한 협력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물론 D2SF가 협력을 전제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을 때만 사업 협력을 주선하고 있다. 양상환 리더는 "협력을 하는 건 타이밍의 문제인데 이 타이밍을 조율하는 게 우리의 미션"이라며 "스타트업이 준비돼 있는데 네이버가 준비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원조격인 네이버의 특성상 사업 협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진다. 양 리더는 "외부 팀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인식은 있지만 실무적으론 애로 사항이 많다"며 "네이버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자신감이 많이 생겨 심리적인 저항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네이버 기술 실무자들은 또 단기적인 KPI(핵심성과지표)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며 "결이 다른 스타트업을 소개해주면 KPI에 매몰돼 다른 시야로 확장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저항선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