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에디슨모터스'가 고래 '쌍용차'를 삼키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최근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과 인수대금 흥정을 통해 인수가격을 51억원 깎아 최종 매각대금(3048억원)을 확정했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 확보 방식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에디슨모터스가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경영정상화를 추진한다는 초기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면서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의 평택 공장 부지를 아파트 등으로 개발해 경영정상화 자금을 마련한다는 '플랜비'를 제시하고 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대출길 막히자 부동산 개발로 선회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1조3000억원으로 추산 중이다. 인수대금 3048억원을 합하면 약 1조6000억원가량이 인수·경영정상화를 위해 투입된단 얘기다.
에디슨모터스는 자금 마련을 위해 전략적투자자(SI), 재무적투자자(FI)로 꾸려진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약 8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인수대금 3000억원, 경영정상화 5000억원이다. 인수·경영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자금 1조6000억원 중 절반을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셈이다.
나머지 8000억원은 쌍용차의 평택 공장 부지를 부동산 개발해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 공장 부지를 아파트 등 주택단지로 개발해 이윤을 남기고 그 이익금으로 쌍용차를 정상화시키겠단 구상이다.
이는 에디슨모터스가 초기에 제시한 계획과는 거리가 멀다. 원안대로라면 에디슨모터스는 평택 부지를 담보로 산업은행으로부터 약 8000억원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산은 측이 거절할 경우 더 높은 이자를 감수하더라도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자산담보대출을 받아 자금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대출길이 막히자 부동산 개발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산은 측은 에디슨모터스의 인수자금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가 저희(산은) 지원 없이 계획대로 진행되길 바란다"며 "시장에서 평가받고 시장에서 회생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에디슨모터스의 평택공장 부지 활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초기에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보다 평택 부지에 더 큰 관심을 보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우려의 시선들이 존재했다"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을 보면 앞으로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자동차 공장 부지를 택지로 전환해 개발하고 그 이윤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동화 투자도 숙제
업계에선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후에도 적잖은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추진을 위해 최소 수십조원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에디슨모터스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00조원을, 폭스바겐은 62조원을 전기차 등 미래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반해 에디슨모터스의 자산 규모는 작년 기준 1067억원, 매출은 897억원에 불과하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현재 자신들이 보유한 전기차 기술력을 활용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단 입장이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지난 10월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미 스마트 차량 플랫폼을 설계해둔 상태"라며 "기존 쌍용차 모델을 역설계 해 집어 넣으면 내년 중 전기차 양산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이어 "신차 출시에 통상 4000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우리는 3~5종을 개발하더라도 500억~1000억원에 가능한 기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에디슨모터스 측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여전히 우려 중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에디슨모터 측이 제시한 로드맵이 상당히 공격적이다. 근데 이 계획이 현실적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특히 에디슨모터 측이 주장하는 '3~5종 전기차 개발에 500억~1000억원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기차 플랫폼을 구축하고 양산까지 하는데는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투입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며 전기차 전환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1조6000억원으로 쌍용차를 정상화하겠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에디슨모터스 측이 전기차 기술력을 갖췄다고 얘기하는데 현재까지 행보를 보면 정말 개발 능력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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