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고 구체적 사업 계획을 처음 내놨다. 조만간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현대차가 카드를 먼저 꺼낸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 따르면 심의위원회 개최일은 이달 중순 이후인 17일께로 예상된다. 앞서 동반성장위원회는 이 사업이 생계형 업종에 일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으나, 심의위 개최일이 대통령 선거(9일) 이후인 까닭에 이번 사안의 결정권자인 중기부도 새 정부 정책의 방향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 추진이 유예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대차는 사업 방향성을 '미래의 권력'과 시장에 조심스럽게 제시하면서 중고차 판매업 진출 가능성을 높이려 한다는 분석이다.
인증 차량만 판매…판매가도 투명하게 공개
7일 현대차는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제조사 기술력을 활용한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친 후 품질을 인증해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CPO, Certified Pre-Owned)를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중고차 사업 방향을 처음 공개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인증 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새롭게 구축하고 5년·10만km 이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 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한 차량만을 선별,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차량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판매 가격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제시할 방침이다. 중고차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다양한 출처의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보여주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 연구소)도 구축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은 자사 고객뿐 아니라 타사 고객과 기존 중고차 업계 등 모든 시장 참여자에게 공개할 계획"이라며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고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판매채널은 모바일 앱 기반의 온라인 가상 전시장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가상 전시장에서 차량을 검토한 뒤 계약하면 집 앞 등 원하는 장소로 배송하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오프라인 채널도 전국 주요 거점에 순차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중기부 심의 관문 넘을까
특히 현대차는 이번에 중고차 시장 점유율도 자체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2.5%를 시작으로 2023년 3.6%, 2024년 5.1%까지 제한하기로 했다. 중기부 심의위가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생계형 적합업종인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심의위의 구체적인 개최 시점도 중요한 요소다. 대선을 앞두고 중기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월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지정 여부는 3월에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동반위는 2019년 11월에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중기부에 제출한다고 밝힌 바 있고, 여당에서도 기존 중고차 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감지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1월 말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대기업에 중고차 사업을 맡기자는 의견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중고차와 판매자에 대한 신뢰성 확보, 중고차 성능 담보,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 등의 장치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썼다.
이 사안을 잘 아는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심의위는 오는 17일 개최될 것으로 잠정 결정된 것으로 안다"면서도 "심의위 개최일이 대선 이후이지만, 개최일이 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중기부의 승인을 받기 전까지 넋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여야 모두 중고차 시장의 폐해를 알고 있으나, 중고차 사업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시장에 대한 소통 등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며 이번 계획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