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와 코로나19 확산, 러시아 시장 위축 등 대외 변수가 중첩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생산·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재고 부족에 따라 공급자 우위 시장이 조성되면서 고급차 판매는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전기차의 성장이 이같은 대외 변수에 따른 부진을 만회할 것으로 관측된다.
차량용 반도체·코로나에…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지난 1분기 전세계 시장에 판매한 차량은 158만7271대로 전년동기대비 6% 감소했다. 현대차는 90만1913대로 전년보다 9.8% 감소했고, 기아는 0.7% 줄어든 68만5358대를 기록했다.
계획 대비 부진한 실적인 탓에 연간 판매량도 주춤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기아는 당초 1분기 월평균 생산량 25만대가량을 예상했으나, 실제 출고량은 월평균 22만대에 그쳤다.
계획과 비교하면 12%가량 감소한 셈이다. 현대차도 1분기 월평균 30만대 수준을 출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9.5% 감소한 것이다.
이같은 부진은 반도체 쇼티지가 여전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중국 주요도시가 봉쇄돼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뭉치) 등 부품 조달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동남아 지역으로 관련 부품 구매선을 다변화한 바 있으나 중국산 비중이 여전히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러시아가 지난 2월부터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 지역은 현지 수출은 물론 공장 가동도 중단됐다.
전쟁의 '나비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이 지역에서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운 상황인 점도 변수다.
자동차산업 분석기관 마크라인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37만7614대를 팔아 현지 시장점유율이 22.6%에 달했다. 현대차 전체 판매에서 러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6%, 기아는 7.5% 수준이기도 하다.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가 보유한 광물 공급에도 부담을 주고, 이는 완성차 업계에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차 배기가스 정화 촉매나 반도체 도금·마감재로 쓰이는 팔라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역의 공급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소재인 니켈과 망간 점유율도 각각 10%, 22%에 이른다. 최근 니켈 가격은 작년 평균 가격 대비 80% 가까이 치솟았다.
위기는 지나간다…고급차·전기차 '인기'
위기 속에서 다행한 점은 견조한 수요다. 이런 까닭에 상대적 고가 차량에 생산 역량을 집중해 실적 부진을 만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차에서 지난 1분기 판매량이 전년보다 증가한 차량은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G80, G90이 사실상 유일했다.
한신평은 "현대차·기아의 내수 '백오더'(Back order·계약 후 미출고)가 3월말 현재 각각 50만대 수준까지 증가했다"며 "생산 차질에 따른 재고 부족으로 판매자 우위의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원재료비 상승에 대한 완성차 업체의 가격 전가력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부품 공급 이슈가 지속되면 생산·판매량 측면에 제약이 발생하지만, SUV·고급 세단 판매·옵션 채택 증가 등 수익성을 높이는 측면에선 우호적 환경이 조성된다는 얘기다.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점도 중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올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7만6801대로 전년동기대비 73% 증가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현대차 실적엔 반도체 공급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예상된다"면서도 "G90, GV60 등 제네시스 라인업이 연간 영업이익에 1조1000억원가량 기여해 안정적 성장을 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