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위기에 직면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면서 완성차의 전동화 전략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전동화 전략은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완성차 시장의 지각 변동도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미 미국의 테슬라는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와 기아 외에도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사업자들의 전동화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사업에 자신감이 부쩍 붙는 모양새다.
'아이오닉5'가 전기차의 핵심 시장인 유럽에서 호평을 받고 있어서다. 아이오닉5는 최근 독일에서 잇따라 호평을 받은데 이어 지난 8일(현지시간)에는 '2022 영국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영국 올해의 차는 영국 자동차 전문 기자 2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심사와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앞서 아이오닉5는 '2022 독일 올해의 차', 아우토 빌트 선정 '최고의 수입차' 전기차 부문 1위, 아우토 자이퉁의 전기차 비교평가 종합 1위에 올랐다. 이달 초에는 아우토 빌트가 진행한 전기차 비교평가에서 벤츠의 전용 전기차 'EQB'를 제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아이오닉5는 영국 탑기어의 일렉트릭 어워드, IDEA 디자인 어워드 등에서도 다양한 상을 수상하며 최고의 전기차 중 하나로 각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호평은 실제 성과로 이어질까.
지각변동 주인공 '나야 나'
현대차는 이같은 호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이달 초 '중장기 전동화 전략'을 공개한 것이다.
이 전략에서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17종 이상의 전기자동차(EV) 라인업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는 2030년 기준으로 연간 187만대다.
이때 시장 점유율 7%를 달성해 세계 2위 수준의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꿈이다. 전기차 '강자'인 폭스바겐과 테슬라 사이에 위치하겠다는 구상이기도 하다.
이는 사업 구조를 전기차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현대차는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전체 차량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을 오는 2030년 기준 각각 58%, 69%, 36% 수준으로 만들 목표다.
기아의 경우 방망이를 좀 더 짧게 잡았다. 기아는 오는 2027년까지 매년 2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해 총 14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판매량 목표는 2030년까지 120만대다.
기아도 올해 17% 수준으로 예상되는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 비중을 2030년에는 52%까지 확대하는 등 내연기관차 중심이었던 사업 구조를 바꿀 전망이다.
기아는 시장 점유율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으나, 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의 이 시점 점유율 목표가 12% 수준이기 때문이다. 목표가 달성된다면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자동차 업계 위상도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로 수익성도 쑥쑥
현대차와 기아의 전동화 전략은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차와 이 회사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중을 높이고 생산 최적화, 배터리 원가 절감 등의 노력을 함께 추진한다.
예를 들어 SUV는 현대차 6종, 제네시스 4종을 내놓는다는 계획인 반면 승용차는 현대차 3종, 제네시스 2종 수준으로 선보일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률은 5.7%에 그쳤는데, 전기차 부문 영업이익률을 10% 이상으로 올려 이같은 목표에 도달한다는 계산이다.
기아는 오는 2026년 매출 12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영업이익률 8.3%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 목표가 매출 83조1000억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7.8%라는 점을 보면, 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사업으로 크게 성장하려는 구상이 엿보인다.
이와 관련 기아 관계자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모든 친환경차의 이익 기여 비중이 오는 2026년에는 52%에 달해 내연기관 모델의 수익 기여 비중을 넘어설 것"이라며 "전기차를 통한 영업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오는 2026년 39%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떤 계획으로
현대차는 전동화 전략에 담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2030년까지 95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분야별로 보면 연구·개발(R&D) 39조1000억원, 설비투자(CAPEX) 43조6000억원, 전략투자 12조8000억원으로 구성된다. 이중 20%에 해당하는 19조4000억원이 전동화 부문에 집중 투자된다.
지역별 판매는 2030년 미국 시장에서 53만대, 유럽 48만대, 한국 29만대를 판매하는 등 주요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서의 생산도 강화한다. 시장 점유율은 미국 11%, 유럽 6%, 한국 58%가 목표다. 싱가포르에 구축하는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통해 생산·물류 효율화도 추진한다.
원가는 줄이고 성능은 높이는 배터리 종합 전략,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전기차 상품성 강화 전략도 추진한다.
기아는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총 2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 부문 투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진 않았지만, 전체 투자 가운데 미래 사업 투자 비중은 46% 수준으로 책정했다.
지역별 전기차 판매 전략은 현대차와 유사하다. 한국과 북미, 유럽, 중국 등 4대 시장에 집중해 이들 지역의 전체 차량 판매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45%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한국이 전기차의 연구개발, 생산, 공급을 아우르는 글로벌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유럽과 미국, 중국, 인도 등 글로벌 생산 기지에선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배터리 수급 전략과 함께 관련 기술 고도화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커넥티드카 서비스, 자율주행, 디자인 등 상품성 강화 노력도 기울인다. 특히 올해 'EV6 GT'를 선보이는 등 고성능 전기차 모델도 지속 개발,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중장기 전략은 코로나19 확산 등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의 성과를 점검하는 한편, 미래 핵심 사업 전략을 보다 구체화하고 비전의 실천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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