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위기에 직면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면서 완성차의 전동화 전략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전동화 전략은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완성차 시장의 지각 변동도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미 미국의 테슬라는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와 기아 외에도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사업자들의 전동화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폭스바겐 "5년간 전동화에만 70조 투자"
폭스바겐그룹은 전기차 시장의 최강자인 테슬라를 꺾을 유력 후보로 꼽힌다.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하게 테슬라와 대적 가능한 기업이다.
현재 수준도 그렇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SNE리서치·LMC오토모티브 데이터를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지난해 폭스바겐의 전기차 판매량은 43만6669대로 테슬라(92만1642대), 상해기차(61만1023대)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폭스바겐에 이어 중국 BYD(33만5257대), 현대차(24만500대)가 포진했다.
내연기관차 기반의 저력도 기대된다. 폭스바겐(상업용 포함)과 아우디 외에도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스코다, 세아트, 부가티, 두카티, 스카니아, 만(MAN) 등 그룹이 보유한 차량 브랜드가 12개에 달한다. 대중적 브랜드부터 트럭·버스는 물론이고 럭셔리, 스포츠카에 이르는 다양한 차량으로 진용을 갖췄다.
차량들은 전기차로 줄줄이 바뀔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말 전동화 전략을 내놓으며 오는 2030년까지 자사 차량의 50%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890억유로(약 120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연간으로 전기차 350만대 생산 역량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순수 전기차 전동화 분야에만 520억유로(70조3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나머지 300억유로(40조5000억원)는 소프트웨어·디지털 기술, 80억유로(10조8000억원)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에 배정할 방침이다. 이 기간 선보일 주요 전기차는 ID.4, ID.5, ID.버즈, Q5 e-트론, Q6 e-트론, e-마칸 등이다.
이를 현대차 전동화 전략과 비교하면 어떨까. 금액 측면에서 폭스바겐의 '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자동차 연구·개발(R&D) 등에 95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중 20%에 해당하는 19조4000억원이 전동화 부문에 투자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폭스바겐의 2026년 전동화 목표와 공격적인 투자계획은 미래차에 대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이달 열리는 연례 간담회에서 이같은 전동화 계획을 더욱 새로운 버전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수성 전략' 테슬라…유럽 ·중국 방어전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을 흔들었던 테슬라는 이제 전기차 시장을 방어하는 입장이다. 혁신보다는 생산역량을 강화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수익성 측면은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2020년 개최한 '배터리 데이'에서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배터리 가격 부담이 내려가지 않으면 직접 개발에 나서겠다는 엄포라는 분석이다.
테슬라의 작년 연간 매출은 538억2300만달러(66조8000억원)로 전년보다 70.7% 증가했고, 순이익은 이 기간에 665.5% 늘어난 55억1900만달러(6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비용 부담을 줄여 재무 실적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얘기다.
신차 출시는 미루면서 기존 차량의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초점은 중국과 유럽 같은 핵심 시장에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272만대에 달한다. 유럽(128만대), 미국(50만대), 한국(10만대), 일본(2만3000대)을 압도한다.
테슬라는 2019년 중국 상하이에 첫 해외 공장을 설립하면서 현지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전체 생산에 크게 기여하는 수준으로 떠올랐다.
테슬라 캘리포니아 공장의 생산 역량은 연간 60만대 규모이고, 상하이는 45만대 수준이다. 생산 역량을 더욱 높이고 중국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현지 공장을 추가로 지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럽 공략도 본격화했다. 최근 테슬라는 독일 당국으로부터 베를린 생산 공장 설립을 승인 받았다. 베를린 공장이 올해부터 양산에 돌입하면 연간 50만대 수준을 생산하게 되고, 이에 따른 테슬라의 연간 생산 역량은 200만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처럼 중국과 유럽과 같은 핵심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는 곳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전동화의 재무 성과 또한 성공적일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테슬라는 모델3와 모델Y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수익성 확보에 성공했다"며 "특히 지난해 중국은 판매량과 성장률 측면에서 전기차 최대 시장으로서 자리매김했다"고 분석했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