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위기에 직면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강화하면서 완성차의 전동화 전략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전동화 전략은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완성차 시장의 지각 변동도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미 미국의 테슬라는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와 기아 외에도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사업자들의 전동화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현대차, 토요타 시장 공략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전기차 시장에선 한국과 일본 브랜드의 격돌이 관전 포인트다.
한국의 대표적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약 307만대로 전망했다. 현대차 152만대, 제네시스 35만대, 기아 120만대 등을 합한 것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부문에만 19조4000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전기차 부문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보면, 현대차는 오는 2030년까지 95조5000억원, 기아는 오는 2026년까지 28조원을 자동차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같은 기간 일본 토요타의 목표는 350만대다. 지난해 12월 토요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개발하겠다며 이같은 전기차 사업 계획을 밝혔다. 목표 판매량 350만대는 기존 200만대에서 대폭 확대된 것이다.
토요타의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도 오는 2030년까지 유럽과 북미,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하는 차량을 모두 전기차로 구성할 방침이다. 이렇게 해서 연간 100만대를 팔겠다는 생각이다. 전기차에서도 고가 브랜드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것.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목표 35만대와 비교되는 규모다.
토요타는 배터리, 전기차 부문을 포함한 전동화 전반에 약 8조엔(약 84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토요타는 "1997년부터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량 생산했고,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은 그 전부터 해왔다"며 "26년이 넘는 기간 동안 1조엔(10조5800억원)을 관련 분야에 투자했고 1900만개가 넘는 배터리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다만 토요타는 그동안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집중한 만큼 순수 전기차 시장에선 경쟁사 대비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가 최근 일본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밝힌 이유도 전기차 시장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가 12년 만에 일본에 재진출하면서 선보이는 차량은 넥소, 아이오닉5 등 친환경차다.
현대차는 토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가 장악한 동남아 시장도 노리고 있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로 삼을 방침인데, 이 시장은 일본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생산자협회(GAIKINDO)에 따르면 토요타, 다이하츠, 혼다 등 일본차의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이 98%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 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재 일본 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한 상태"라면서도 "그러나 전기차 시장에선 현대차도 도전해서 구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덩치 키우는' GM·포드·스텔란티스…
주요 전기차 시장으로 꼽히는 북미 지역에서 영향력 있는 완성차 브랜드들의 도전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 미국 시장에서 53만대를 팔겠다는 계획인데, 핵심 경쟁 사업자들은 어떤 목표일까.
우선, 미국 1위 완성차 제너럴모터스(GM)는 오는 2025년까지 350억달러(약 43조원)를 투자해 전기차 30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북미에서만 100만대, 글로벌 시장에선 200만대 규모의 전기차를 생산할 체제를 갖춘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국에선 전기차 1위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일반 전기차뿐만 아니라 페덱스, 월마트 등 유통 공룡들과 협력해 상용 전기차 공급에도 나선다.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과 손잡고 대량 생산 체제도 갖추고 있다. 올해 초 8조원(70억달러)이 넘는 투자를 단행해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밝히는 등 시설 투자를 지속중이고, 최근에는 포스코케미칼과 손잡고 양극재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양극재는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미국 3위 완성차로 평가되는 스텔란티스의 추격도 주목된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초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출범한 업체다. 이 회사는 자사 모든(14개) 브랜드의 전동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푸조, 시트로엥뿐 아니라 닷지, 지프, 마세라티, 오펠, 램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했다.
스텔란티스는 이달 초 '데어 포워드 2030'(Dare Forward 2030)에서 더욱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연간 판매 규모를 500만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순수 전기차 75종 이상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전기차 판매 비중은 유럽 100%, 미국 50%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스텔란티스는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 관련 사업에만 300억유로(약 40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 2위 포드는 전기차 투자 규모를 과감하게 확대하고 있다. 최근 포드는 오는 2026년까지 전기차 분야에 500억달러(61조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계획 300억달러에서 대폭 증가한 것이다.
전기차 생산 규모는 200만대가 목표다. 오는 2030년까진 전기차 비중이 50%에 달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와 내연기관 사업을 분리할 계획을 내놓는 등 전기차 사업에 상당한 비중을 싣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각사 전동화 전략을 보면 시점과 구체적인 내용 등이 달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내놓는 판매량 목표치 등을 보면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려는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고 말했다.
총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