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김동훈 기자] "모든 신기술이 그렇듯이 실패도 개발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빠르고 안전하게 실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율주행, 가상 테스트로 빠르고 안전하게"
브라이언 맥머레이 제너럴모터스(GM) 테크니컬센터코리아(TCK) 사장은 지난 2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국제 미래 모빌리티 엑스포'의 기조강연에서 "GM은 교통사고, 교통체증, 탄소배출이 없는 '트리플 제로 비전'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기술을 이용해 이 비전을 달성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GM은 트리플 제로 비전을 실현하는 키워드를 전동화로 보고, 전기차·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내놓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GM은 전기차·자율주행차에 오는 2025년까지 270억달러(약 38조7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해 6월에는 투자 규모를 350억달러(약 50조2000억원)로 확대했다.
그는 "자율주행차는 안전과 교통 접근성을 향상하는 등 사회에 무궁한 혜택을 가져와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GM은 고속도로 등에서 사용 가능한 핸즈프리(운전대에서 손을 놓아도 되는) 주행보조기술 '수퍼 크루즈'에 이어 주행 상황의 95%에서 핸즈프리 주행을 가능케 하는 '울트라 크루즈'를 내놓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울트라 크루즈는 내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 가능한 주행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t Systems·ADAS)이다. 도로의 교통 신호를 포함한 속도 제한을 따르는 것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고, 좌·우회전도 가능하다. 가까운 물체 회피와 주차까지 지원한다.
특히 이같은 기술 개발은 '버추얼 엔지니어링 기술' 덕분에 안전하고 빠르게 해낼 수 있었다는 게 맥머레이 사장의 설명이다. 쉽게 말해 자율주행차량에 사람이 직접 탑승하지 않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으로 테스트하면 빠르고 안전하게 기술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컴퓨터 학습을 통해 정확성을 계속해서 높일 수도 있다.
그는 "모든 신기술이 그렇듯이 실패도 개발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빠르고 안전하게 실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버추얼 엔지니어링 기술을 활용하면 물리적 테스트로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새로운 해결책을 찾고 학습도 할 수 있는데, GM은 이 기술을 통해 차량 개발을 물리적 테스트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냈다"고 강조했다.
맥머레이 사장은 지난 2020년 선보인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Ultium)도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 개발을 앞당기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얼티엄은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만든 배터리를 기반으로 만든 플랫폼이다. GM 산하 모든 브랜드 전기차에 적용해 기존 배터리보다 40% 적은 비용과 25% 가벼운 무게로 최대 450마일(약 724km) 주행거리를 제공하려는 게 목표다.
테슬라 추격 '자신감'
그러나 이날 기조 강연에 이어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선 GM의 주요 모델을 보면 대형차량이 많은데, 이런 상황이 '트리플 제로 비전'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도 나왔다. 맥머레이 사장은 이에 대해 "얼티엄 플랫폼이란 하드웨어와 얼티파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보다 유연하고 빠르게 전동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티엄을 통해 전기차 대중화와 배터리 비용 감소를 추진해 자동차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차량 무선 업데이트를 지속 제공하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운전에서 자유로워지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내놓고 수익성을 더욱 강화하는 구조를 갖추겠다는 전략도 내포됐다.
전기차로 전환하는 속도와 기술력 등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맥머레이 사장은 GM이 전기차의 '강자' 테슬라를 추격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GM은 조직 전반이 보다 빠르게 전환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며 "전기차 전용 배터리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자율주행의 경우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고 거듭 강조했다. 맥머레이 사장은 "자율주행은 기술적 측면에서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우선 순위는 안전이다. 자율주행차량을 출시하기 전에 인간보다 빠르게 반응하는지 검증되기 전까지는 자율주행차량을 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 법인의 수장인 만큼 부진한 국내 시장 관련한 사업 계획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다만 맥머레이 사장은 "한국 시장은 5G가 잘 도입돼 자율주행 시대에서 차량간 통신 서비스 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GM TCK는 여러 글로벌 프로젝트를 작업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복되는 일을 줄이고 적절한 곳에 적합한 배치를 하면서 자동차 개발 속도를 올리고자 한다"고 했다.
GM TCK는 GM의 한국 연구·개발 법인이다. 맥머레이 사장은 지난 6월 사장으로 선임됐으며, 그동안 한국에서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 뷰익 앙코르GX, 창원에서 생산될 글로벌 신제품 개발을 추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