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김동훈 기자] 올 여름 준중형 세단을 운전하고 울산 서생포왜성 초입까지 올라가려 했던 기억이 난다. 서생포왜성은 임진왜란 때 건축된 일본식 평산성인데, 산길이 가파르다. 결국 제대로 시도하지 못하고 포기했었다.
당시 포기했던 산길 주행을 최근 경험했다. 한국지엠(GM)이 경기도 소달산 자락에서 지난주말 개최한 오토캠핑 이벤트 '폴 인 러브 위드 쉐비'(Fall in love with chevy)에서다. 오토캠핑을 하면서 GM의 쉐보레 브랜드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타고 산길 주행을 체험해봤다.
콜로라도 운전대를 잡고 캠핑장 인근 임도(林道)를 향했다. 임도는 임산물 운반이나 산림 관리를 위해 만든 도로다. 이날 마주한 임도는 도로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운전을 조금만 잘못하면 아찔한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 같이 길 폭이 좁았다. 곳곳이 울퉁불퉁한데다 온종일 비가 내려 질퍽하기까지 했다. 여기에 젖은 낙엽도 잔뜩 쌓였다. 도로와 낭떠러지의 경계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도 "전화도 안 터진다. 불안하다"며 겁을 잔뜩 먹었다.
이런 임도 환경에서도 콜로라도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줬다. 콜로라도는 우람한 덩치(전장 5395mm, 전폭 1885mm, 전고 1795mm)와 최고출력 312마력, 최대토크 38kg·m를 발휘하는 3.6리터 V6 엔진과 8단 자동 변속기를 자랑한다. 견고한 차체는 험로를 지나면서도 안정감을 줬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내리막길 운행이었다. 미끄러지면 어쩌나 싶을 때 사용한 기능은 '힐 디센트 컨트롤'이다. 속도를 미리 설정하면 해당 속도로 언덕을 내려가는 기능이다. 누군가 뒤에서 차량을 잡아당기다가 안전한 곳에서만 조금씩 조금씩 풀어주는듯한 느낌이 났다.
오프로드 주행을 마친 뒤, 한국지엠 관계자는 "오토캠핑에 참가한 고객들이 자차로는 테스트하기 부담스러운 차량의 한계성능을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번 오토캠핑 이벤트에선 드라이빙 프로그램 이외에도 캠핑, 도슨트(차량 안내·상담) 등 서비스를 즐길 수 있었다.
한국지엠은 지난달 18일부터 170개 팀, 700명 이상이 참가한 이벤트 기간 중 매주 다른 콘셉트로 프로그램을 운용했다.
'차박위크'(10월29~30일) 때는 빔프로젝터와 스크린을 통해 차량 내에서 영화 감상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고, '패밀리위크'(11월5~6일) 때는 캠핑용품 DIY, 레고교실, 마술쇼 등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선보였다.
'퍼피위크'(11월12~13일) 때는 반려견과 함께 뛰어놀 수 있는 반려견 놀이터와 훈련사와 함께하는 쉐비 멍매너 클래스, 반려동물이 탑승하는 쉐보레 차량 체험 등을 제공했다.
이번 오토캠핑에 참가한 하상용 씨는 "트래버스를 산 뒤 가족과 캠핑을 시작했다"며 "오늘은 반려동물을 데리고 올 수 있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다른 쉐보레 차량도 볼 수 있고 시승행사도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사 차량과 관련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 쉐보레 브랜드 오너에게는 차량 이용 경험을 극대화하고 잠재 소비자를 상대로는 자사 차량 매력을 알리려는 의도다.
이는 쉐보레가 국내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픽업트럭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국내 출시 전인 대형 픽업트럭 '시에라'도 전시돼 다른 픽업트럭을 덩치에서 압도했다.
국내 판매중인 트래버스, 타호, 콜로라도 등 쉐보레의 SUV·픽업트럭 라인업은 전장 5미터가 넘는 대형 모델로 캠핑, 차박, 카라반 등 아웃도어 활동에 최적화됐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캠핑 수요가 가장 많은 미국 시장에서도 이들 차량들은 검증됐다는 평가다. 지난 10월 한국지엠은 내수와 수출에서 총 2만6811대를 판매하며 전년동기대비 290% 증가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오토캠핑을 통해 정통 아메리칸 감성 가득한 아웃도어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했다"며 "새로운 제품 라인업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채운 이벤트를 성황리에 마친 쉐보레는 수입차 시장에서 정통 아메리칸 제품 라인업을 확충해 확고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