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2분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며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글로벌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환율 인상과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 고부가가치 중심의 판매 개선을 통해 이뤄낸 결과다.
현대차는 불확실한 경영 상황에서도 미래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 이날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내연기관차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미래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계획을 수립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기 최고 실적… 판매는 감소
현대차는 21일 컨콜을 통해 올 2분기 연결 매출이 35조999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8.7%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조979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크게 뛰면서 영업이익률도 증가했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은 8.3%로 전년동기대비 2.1%포인트(P) 상승했다. 현대차는 코로나 이후, 3~6%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해왔다.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 성적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인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2분기 예상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3조1465억원, 2조2837억원이었다. 시장전망치에 비해 매출은 약 2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약 7000억원 많았다.
다만 올 2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뒷걸음쳤다. 올 2분기 도매 판매량은 97만6350대로 전년동기대비 5.3% 감소했다. 이 기간 소매 판매는 98만5361대로 전년동기대비 11.2% 감소했다.
판매 감소 원인은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고 있는 탓이다. 윤태식 현대차 IR 팀장은 "2분기도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글로벌 산업 수요와 당사의 도소매 판매가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며 "국내 시장은 반도체 수급 이슈에 따라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약 9%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분기 SUV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SUV 판매 비중은 52.4%로 전년동기대비 5.1%포인트 증가했다. SUV는 세단에 비해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효과도 톡톡히 봤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에서 각각 2조1540억원, 6410억원의 환율 효과를 누렸다.
서강현 부사장은 "지난 1분기부터 계속된 러시와·우크라이나 전쟁, 주요국 금리 인상 등 여러 대외 변수 등으로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감소했지만 인센티브 축소, 우호적 환율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투자는 계속된다
현대차는 여전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미출고 물량이 계속 쌓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출고 물량의 경우, 향후 자동차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분기 판매 실적엔 집계되지 않는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국내에서 6월 말 기준 약 64만대 미출고 물량을 보유하고 있고 유럽의 경우 대기 출고 물량이 약 14만대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구 전무는 "미국 자동차 시장은 상반기 연준의 금리 인상 속 글로벌 공급 리스크 심화로 (판매량이) 전년대비 약 18% 감소했다"며 "하반기 경기침체가 이어진다면 자동차 수요 위축이 지속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현대차는 전동화, 수소, 자율주행, 로보틱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한단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30년까지 미래 사업에 9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 부사장은 "투자금액 96조원 중 20조원은 전동화와 관련이 있고 로보틱스, UAM, AI 등 신사업 분야엔 5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며 "또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그룹차원에서 2025년까지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현대차가 34조원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내연기관차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과 미래 신사업 면밀한 과감한 투자계획을 수립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