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만5000대→35만2000대
현대자동차의 2017년과 2021년 중국 시장 판매량이다. 2017년 100만대 선이 무너진 이후, 5년 사이 판매량이 50% 넘게 감소했다. 특히 올 상반기 판매량은 9만5000대로 연간 판매량이 20만대 밑으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에게 중국 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2002년 중국 진출 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2017년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에 발목을 잡힌 뒤부터 입지가 점점 좁아졌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의 사업 전략을 새롭게 짜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단 구상이다. 고급 브랜드 전략과 다양한 전동화 모델을 중국 내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겠단 전략이다. 현대차의 새로운 중국전략이 통할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올해 전망 어둡게 한 상반기 실적
지난 5년간 현대차의 중국 시장 판매량을 보면 판매 감소 추이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현대차는 2016년(113만3000대) 중국 시장에서 최고점을 찍은 뒤, 2017년 78만5000대, 2018년 79만대, 2019년 65만대, 2020년 44만대, 2021년 35만3000대를 판매했다.
올 상반기는 9만5000대를 판매하며 전년동기대비 49.7% 감소했다. 올해는 특히 중국 내 코로나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로 판매량이 급감했단 분석이다. 이대로 가다간 올해 중국 내 판매량이 20만대 밑으로 무너질 상황이다.
현대차가 부진하는 사이 다른 해외 완성차 업체들은 약진했다.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완성차 브랜드는 폭스바겐(독일), 토요타(일본), 혼다(일본), 지리(중국) 순이었다. 특히 폭스바겐은 중국 내에서 판매 1위 브랜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 판매 순위 19위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2단계 더 내려앉았다. 현대차는 2014년 중국 내에서 5번째로 많이 자동차를 팔던 브랜드였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시장 입지를 강화하는 동안 대외변수로 발목이 잡혔던 셈이다.
판매가 감소하니 현대차 중국 법인 실적도 악화됐다. 현대차는 2002년 베이징자동차그룹과 지분 50%씩 투자해 베이징현대차(BHMC)를 세워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베이징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은 6조24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2% 감소했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1조1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1조1520억원) 순손실 폭을 줄였으나 2018년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1분기엔 당기순손실 1126억원을 기록했다.
판매 감소의 직접적 원인은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다.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내려지자 판매가 급감했다. 당시 중국에선 현대차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시장 니즈에 현대차가 빨리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중국 소비자들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선호하지만 현대차는 한동안 세단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판매량 확대를 위해 저가 자동차 중심의 판매 포트폴리오를 짠 것도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현대차가 중국 시장 진입 초기 저가형 브랜드로 진출하면서 '싼데 좋은 차'의 인식이 있었지만 중국 토종 브랜드의 기술력이 올라갔다"면서 현대차 매리트가 낮아졌다고 밝혔다.
전략변경 시작됐다…성과언제?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중국의 2021년 자동차 판매량은 2628만대에 이른다. 판매량 기준으로 한국대비 14배 큰 규모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발을 뺄 수 없는 이유다. 업계에선 현대차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정부 입김이 강해 리스크가 큰 시장이지만 그렇다고 놓칠 수 없다"며 "특히 전동화 추진이 빠르게 진행되는만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지난해 중국 시장 전략을 새롭게 짰다. 기존 저가 판매 전략에서 벗어나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4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국에 출범시켰다. 그해 같은 달엔 중국 전략 발표회를 열고 △현지화 R&D 강화 △전동화 상품 라인업 확대 △수소연료전지 기술 사업 본격화 및 수소 산업 생태계 확장 △브랜드 이미지 쇄신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광국 현대차·기아 사업총괄(사장)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마련한 4대 전략을 통해 다가오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선점하고 재도약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