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얘기하기 힘들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침수 피해 규모를 당장 어림짐작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태풍 영향으로 49년 만에 포항제철소의 고로 가동이 중단된 초유의 사태인 데다 공장 내 침수 피해 규모가 광범위해서다.
특히 철강산업은 자동차·조선·건설 등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국가기간 산업으로, 침수 피해 규모에 따라 자칫 국내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된 지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지만 포스코는 아직 공식적인 피해 규모나 정상화 시기에 대해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침수 피해 규모가 크고 복구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 관계자는 "범람한 하천 가까이 있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압연라인은 아직 물도 다 빼지 못한 상황"이라며 "우선 복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가장 객관적인 가동 중단 피해 규모는 하루 평균 507억원이다. 지난 7일 포스코가 공시한 지난해 포항제철소 매출 18조4947억원을 365일로 나눈 값이다. 이 계산대로라면 지난 6일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 이후 8일 동안 벌써 40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여기에 포항제철소 내 침수된 설비를 정비하거나 교체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그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또 다른 잠정치도 있다. 지난 7일 포항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92개 기업이 태풍으로 인해 1조500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태풍 피해 직후 산정한 잠정치로 이 피해 규모도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에도 섣불리 피해 규모를 산정하지 않고 있다. 이날(13일)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침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압연라인의 경우 대부분의 지하시설물이 침수돼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지하시설물 복구가 마무리돼야 정확한 피해 규모 추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항제철소의 복구가 장기화하면 국내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전망이다. 포항제철소 조강 생산량은 1685만톤으로 국내 전체 생산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복구가 1년 이상 걸리게 되면 국내 경제 자체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고로는 큰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항제철소의 3고로는 지난 10일, 4고로와 2고로는 지난 12일에 정상가동됐다. 1500°C 이상의 고온에서 철광석을 녹이는 고로는 건설비용만 수조원대가 투입되는 장비다. 고로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면 그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나 정상화 시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업계에서 돌고 있는 '복구는 2년이 걸린다'나 '새로 제철소를 짓는게 낫다' 등의 부정적 전망이나 '금방 정상화 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 모두 현재로는 믿을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