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매출 25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각각 돌파하며 최대 연간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이어졌으나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덕이 컸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창사 2년만에 ‘영업익 1조원 클럽’에 들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도 글로벌 생산공장 신·증설 및 안정적 운영, 북미 지역 중심 판매 확대로 연 매출을 25~30%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연 매출 25조원·영업익 1.2조 달성
LG에너지솔루션은 27일 실적설명회를 열고 지난해 연간 매출 25조5986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매출(17조8519억원)과 영업이익(7685억원) 대비 각각 43.4%, 57.9%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4.7%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개선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실적발표에서 연이어 연간 매출 목표를 올려잡았는데 그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게 됐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 목표를 19조2000억원에서 22조원으로, 3분기 실적발표에선 22조원에서 25조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지난해 하반기 전기차와 전력망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개선세에 따라 전 제품군 출하량이 증가했고,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분의 판가 연동 확대 등에 힘입어 연간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판매량 확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원가 절감, 가격 경쟁력 있는 메탈 소싱 적용 확대 등으로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글로벌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하며 장기 성장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성공적으로 끌어낸 점이 주효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제너럴모터스(GM) 조인트벤처(JV) 3기,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 신규 JV 설립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영업외 항목으로는 지난해 1월27일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된 자금의 운영 이자 수익이 있었으나 원화 약세 흐름에 따른 외화차입금 환산 손실 등 영향으로 2180억원의 영업외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연간 단기순이익은 8000억원, 순이익률은 3%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영업이익은 23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3.6% 늘었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5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3% 급증한 8조537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었던 전분기의 7조6482억원을 11.6% 훌쩍 뛰어넘은 규모다.
분기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저조했던 이유는 임직원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 때문이라는 게 LG솔루션 측 설명이다. LG솔루션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당시 연간 실적 호조에 따른 성과급 및 원가 상승에 따른 ESS 사외교체 비용 증가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며 “이러한 비용을 제외하면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매출전망 25~30% 올려잡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간 매출 목표도 과감히 잡았다. 전년 대비 25~30% 증가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투자도 지난해 대비 5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창실 부사장은 “지난해 4분기 전략고객형으로 약 20조원의 수주를 확보했고 이러한 추가 확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385조원을 넘어섰다”며 “당사는 매년 매출 성장 폭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신규 수주를 확보해 나가고 있으며 올해는 글로벌 각지에서 증설되는 캐파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성장시장 중심의 판매 확대 및 최고 품질을 기반으로 목표를 원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구체적으로 올해 1분기는 전분기 대비 매출은 유사하고 이익률은 개선하는 수준으로 포커싱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환율을 비롯한 우려 요소도 있으나 위기가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원가 경쟁력 확보를 통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목표 달성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300GWh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세부적으로 북미 시장 내에선 GM JV 1기와 2기 가동을 통해 생산능력을 55GWh로 확대하고, 폴란드 브로츠와프 생산공장은 90GWh, 한국·중국 등 아시아 내 생산공장은 155GWh까지 생산능력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300GWh는 고성능 순수 전기차 약 4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처럼 생산능력 확대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전년 대비 33% 성장한 890GWh에 달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예상이다.
특히 북미 시장의 규모가 글로벌 평균대 대비 2배 이상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역별로 북미 60%대, 유럽 40%대, 중국 20%대의 각 시장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고객니즈 맞는 제품개발 집중
이에 대응하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4대 핵심과제를 선정했다. 고성장하는 북미 시장에 집중하는 한편 고객과 수익성 중심의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근본적인 제품 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시장과 고객 니즈에 맞는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원통형 신규 폼팩터 등 보다 세분화된 시장 맞춤형 제품 개발을 통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부다.
스마트팩토리 구축에도 집중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해 수율 및 생산성 개선, 품질 안정화 등을 달성해 글로벌 확산 전개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에 돌입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주요 재료 현지화 및 업스트림 투자 확대를 통한 안정적 원재료 소싱 체계를 구축해 보다 효율적이고 민첩한 공급망 체계를 마련하고, 리튬황·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을 지속해 신사업 추진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상장 1주년을 맞은 LG에너지솔루션이 실적에 날개를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가는 약세로 마감했다. 상당한 규모의 우리사주 물량이 오는 30일 보호예수 해제를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우리사주 물량은 792만4939주로 현재 주가로 4조원 안팎에 이른다. 지분으로는 3.39%로 일반 대형 IPO 수준과 유사하지만 실질적인 유통물량 대비 비중은 23.1%에 달한다. 유통주식 기준 약 4분의 1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수 있어 단기 변동성 우려가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대비 56%의 초과수익을 기록 중인 우리사주 물량이 출회 될 경우 수급충격은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