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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아시아 최대 콤부차 공장의 비밀

  • 2023.03.02(목) 08:00

전북 익산 프레시코 코아바이오 공장
제조 공정 경쟁력…"글로벌 기업 목표"

506시간.

콤부차의 핵심 원료인 '스코비' 균이 발효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스코비는 박테리아와 효모균, 초산균 등 여러 미생물이 결합한 유익균이다. 녹차나 홍차 등의 찻잎을 우린 물에 원당(설탕)과 스코비를 함께 넣으면, 원당을 먹은 스코비가 대사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글루쿠론산이나 DSL과 같은 핵심 성분이 만들어진다. 각각 해독과 항암 효과를 낸다고 알려진 성분이다. 여기에 과일을 배합한 음료가 바로 콤부차다.

전라북도 익산에 위치한 프레시코 코아바이오 공장은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콤부차 공장이다. 하루 최소 8만병의 콤부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했다. 자체 브랜드 '아임얼라이브'를 포함해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피코크, 스무디킹 등 주요 브랜드의 콤부차 제품이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콤부차를 생산할 수 있는 프레시코 코아바이오 공장. /사진=차지현 기자 chaji@

27일 코아바이오 공장에서 만난 김평섭 품질관리팀 차장은 "국내에서 506시간(약 21일) 이상 스코비 균을 발효해서 콤부차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코아바이오 공장뿐"이라며 "오랜 기간 정성을 다해 만든 만큼 하루 이틀 내로 유익균을 발효한 다른 제품보다 몸에 좋은 성분을 훨씬 많이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콤부차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미란다 커, 레이디 가가 등 해외 연예인이 즐겨 마시는 건강 음료라고 알려지면서다. 그러나 콤부차의 기원은 꽤 오랜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의 왕실 의사였던 고무하가 효모를 이용한 차(茶)로 일본왕 인교의 병을 고치면서, 해당 차를 고무하의 이름을 딴 콤부차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중국 진시황도 불로장생을 위해 마셨다고 한다. 이후 유럽으로 전해졌다가 1990년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뒤 아시아 지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프레시코 코아바이오 공장은 온도, 습도 등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사진=차지현 기자 chaji@

프레시코는 국내 콤부차 시장의 성장을 이끈 1세대 기업으로 꼽힌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콤부차 사업의 가능성을 엿본 회사는 지난 2016년 미국 콤부차 기업 부치(Buchi)로부터 원천 기술을 도입했다. 이후 시큼하고 쿰쿰한 콤부차 특유의 맛을 한국인 입맛에 맞도록 개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콤부차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김 차장은 "콤부차는 제조 공정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글로벌 기업도 선뜻 자체 생산에 나서지 못하는 영역"이라면서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식음료 기업이 코아바이오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코아바이오 공장 곳곳에서 콤부차 제조를 위한 회사만의 노하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발효 공정이 이뤄지는 시설의 경우 온도와 습도 등을 철저하게 관리 중이었다. 스코비 균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지속해서 조성하기 위해서다. 미생물을 개발하거나 제품의 당도나 산도, 탄산의 양 등을 분석할 수 있는 별도의 실험실도 마련돼 있었다.

프레시코 코아바이오 공장에서 콤부차의 핵심 원료인 '스코비' 균을 발효하는 과정. /사진=차지현 기자 chaji@

특히 회사가 내세우는 기술은 알코올 함량 제어 부분이다. 효모균은 발효 과정에서 탄산과 알코올을 생성하는데, 이 알코올을 법적 기준치인 1%보다 낮은 0.5% 미만으로 관리하는 게 코아바이오만의 기술력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알코올 함량 기준을 초과한 콤부차가 시중에 유통돼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며 "일부 기업은 알코올 함량을 제어하지 못해 물을 섞어 알코올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콤부차를 만드는데, 코아바이오는 독자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콤부차 원액 100%를 담은 제품을 생산한다"고 했다.

프레시코 코아바이오 공장에서 콤부차 제품이 최종 포장 작업을 거치고 있다. /사진=차지현 기자 chaji@

전세계 콤부차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콤부차 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해 오는 2027년 70억달러(약 8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시코의 목표 역시 해외 시장 확대다. 현재 싱가포르, 대만, 일본, 홍콩, 말레이시아 등에 진출했다. 또 기존 유리병이나 페트병 외 캔 등으로 제품의 용기를 다양화하는 새로운 시도로 소비자층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김 차장은 "보통 라면 공장 직원은 라면을 안 먹고 빵 공장 직원은 빵을 안 먹지만, 코아바이오 직원은 점심 먹고 콤부차 한 잔, 저녁 회식 후 콤부차 한 잔이 습관화돼 있다"며 웃음을 보였다. 직원이 인정할 정도로 원료와 위생 수준이 높다는 자부심이 담긴 말이었다. 그는 이어 "코아바이오만의 경쟁력은 기술력과 대규모 생산 능력 그리고 세계 최고의 맛"이라며 "모든 직원이 글로벌 넘버원이라는 목표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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