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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약바이오 도약 위해 넘어야 할 산은?

  • 2023.02.17(금) 14:54

"환자 생명 우선으로 한 규제 개혁 필요"
"위기를 기회삼아 오픈이노베이션 늘려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규제는 환자의 필요성에 가장 중점을 둔다. 선진적인 규제는 기업에 대한 요건을 늘리는 게 아니라,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요건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조합 상근이사는 17일 열린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전망 컨퍼런스'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여 이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 현지화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분야는 규제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의약품 가격도 정부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 따라서 규제 수준에 따라 산업의 성장 속도가 달라진다.

여 이사는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규제도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국산 1호 디지털치료제가 탄생하고 정밀 의료가 트렌드로 떠오르는 등 의약품 기술과 의료 시스템의 패러다임이 지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면서 "융복합 산업에 적합한 방향으로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17일 열린 '2023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 전망 컨퍼런스'에서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조합 상근이사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

그는 미국의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선진적인 규제 사례로 꼽았다. 네거티브 규제는 법규가 금지한 행위 이외의 모든 행위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여 이사는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암이나 희귀 질환 등의 치료제는 임상2상에서 조건부 승인을 하는 등 FDA는 환자의 생명 존중을 최우선으로 의약품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국내 역시 환자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실제 FDA는 지난달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가속 승인했다. 가속 심사는 중증 질환이나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환을 대상으로 임상이 끝나기 전에 조건부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앞서 FDA는 지난 2021년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두맙)을 승인했지만, 해당 의약품은 효능과 안전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레켐비 승인은 FDA가 치료 수요가 높으나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알츠하이머 질환 영역의 특성을 감안, 안전성·효능 입증보다 신속한 허가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여 이사는 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현지화 전략 등이 중요하다고 봤다.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가 줄고,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이 시기가 투자 협력을 늘릴 기회라고 역설했다. 그는 "다국적 제약사의 재정 여력은 역대 최고 수준이고 국내 바이오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도 증가하는 추세인 반면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는 줄고 이들 기업의 밸류에이션도 떨어진 상황"이라며 "바이오벤처의 입장에선 지금이 위기 상황이지만 오히려 인수합병(M&A), 기술수출 등의 협력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의 현지화 전략을 더욱 활발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이다. 지난 2020년 기준으로 미국의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430조원에 달하지만,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3조원인 세계 시장의 1.6% 수준에 그친다. 직접 판매 및 현지 법인 설립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 이사는 "해외 진출에 보수적이었던 일본의 제약사뿐만 아니라 유럽의 빅파마 등도 최근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바이오시밀러 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국내 기업도 관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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