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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제약 5곳, 매출 1조원 돌파…연구개발 투자도 '활발'

  • 2023.03.23(목) 11:27

유한·녹십자·종근당·한미·대웅, 2년 연속 매출 1조
연구개발비 자산화 증가…신약 개발 성공 기대감↑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국내 상위 전통 제약사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 모두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며 신약 개발에 매진했다. 특히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연구개발비 비중이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회계 처리상 기업이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연구개발 비용을 자산화하는 만큼, 제품 출시가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어서다.

전통제약사 TOP 5, 모두 사상 '최대' 실적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긴 전통제약사는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5곳이었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이 견조하게 성장하면서 이들 기업 모두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통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기업은 유한양행이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5.2% 증가한 1조7758억원이었다. 의약품 매출 성장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비처방의약품의 경우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이 298억원으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유산균 '엘레나'(237억원), 영양제 '마그비'(158억원) '메가트루'(135억원) 등도 전년보다 매출이 늘었다.

처방의약품에선 감기약 '코푸시럽' 매출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코푸시럽 매출은 302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기술이전 수익이 줄어들면서 수익성은 나빠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0억원으로 전년보다 26% 줄었다.

2022년 국내 전통제약사 실적. /그래픽=비즈워치

매출 2위는 녹십자가 차지했다.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 1조7113억원, 영업이익 813억원을 올렸다. 각각 전년보다 11.3%, 10.3% 증가한 수치다. 사업 부문별 매출을 보면 혈액제제 4204억원, 백신제제 2564억원, 처방의약품 3777억원, 소비자헬스케어 1904억원 등이었다. 처방의약품 부문에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매출이 30% 이상 증가,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이와 함께 지씨셀, 지씨녹십자엠에스, 지씨녹십자웰빙 등 자회사의 성장도 호실적에 힘을 보탰다.

종근당은 지난해 1조4883억원의 매출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6% 증가한 1099억원이었다. 자체 개발 의약품과 도입 신약이 고르게 활약했다.

같은 기간 한미약품은 매출 1조3315억원, 영업이익 158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보다 11%, 26% 성장했다. 한미약품 역시 자체 개발 복합신약이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원외처방 매출은 7891억으로 5년 연속 원외처방 매출 국내 1위를 달성했다. 이상지질혈증 복합신약 '로수젯'이 1403억원, 복합신약 제품군 '아모잘탄패밀리'가 1305억원의 처방 매출을 올렸다.

대웅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1조2801억원으로 전년보다 11% 늘었다. 영업이익은 7.8% 성장한 958억원을 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가 해외 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세부적인 매출을 보면 전문의약품 매출이 전년보다 6.1% 늘어난 8255억원을 기록했다. 펙수클루는 누적 매출 100억원을 넘겼다. 나보타 매출은 1420억원으로 전년(796억원)보다 78.5% 급증했다.

신약개발 연구도 활발…개발비 자산화율↑

전통제약사는 지난해 연구개발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매출 상위 5곳 전통제약사의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이들 기업 모두 지난해 연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연구개발에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한 곳은 녹십자였다. 녹십자는 전년보다 24% 증가한 2136억원을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사용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12%였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2014억원을 집행했다. 전년보다 14% 이상 늘린 금액이다. 대웅제약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15.7%로 5곳 중 가장 높았다. 이어 종근당이 1814억원(연구개발 비중 12.2%), 유한양행이 1800억원(10.1%), 한미약품이 1779억원(13.4%)을 연구개발에 쏟았다.

대부분 기업의 개발비 자산화율이 늘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개발비 자산화율은 기업이 연구개발비 중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개발비 비중이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상 연구개발비는 미래 출시 가능성과 경제적 효과에 따라 무형자산으로 설정하거나 비용(경상개발비)으로 처리할 수 있다.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분류할지, 비용으로 분류할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약 연구개발 비용은 임상3상부터, 바이오시밀러는 임상1상부터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다. 임상3상에 접어든 신약 파이프라인 중 기업이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의 연구개발 비용만 자산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무형자산으로 분류한 개발비가 늘수록 연구 성과나 제품 출시에 대한 기업의 기대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전통제약사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현황. /그래픽=비즈워치

일 년간 자산화한 개발비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곳은 녹십자였다. 녹십자는 지난해 2136억원의 연구개발비 가운데 163억원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 개발비 자산화율은 전년보다 2.4%p(포인트) 증가한 7.6%였다. 기업의 누적 개발비 자산화 금액도 늘었다. 지난해 기준 녹십자의 총개발비 자산화 금액은 전년보다 18.9% 늘어난 146억원이었다. 면역글로불린 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가 가까워지면서, 이에 대한 자산화 금액이 전년보다 95억원가량 늘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779억원의 연구개발비 가운데 124억원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 개발비 자산화율은 전년보다 3.6%P(포인트) 증가한 7%였다. 한미약품의 누적 개발비 자산화 금액은 415억원으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 치료제 관련 파이프라인 등이 지난해 새롭게 무형자산으로 추가됐다.

대웅제약은 누적 개발비 자산화 금액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기준 총개발비 자산화 금액이 1205억원으로, 전년(829억원)보다 45.3% 늘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은 당뇨 치료제 '엔블로정',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 관련 개발비 자산화액이 전년보다 증가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제껏 연구개발 비용을 전액 비용 처리해왔던 종근당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38억원의 개발비를 자산화했다. 임상3상에 진입한 녹내장 복합 치료제, 당뇨 복합 치료제, 이상지질혈증 복합 치료제 등이 개발비 자산화 내역에 새롭게 올랐다. 또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획득한 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루센비에스'에 대한 개발비 자산화액 6억원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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