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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부담 느낀 기업들 'CF100 대안될까'

  • 2023.06.06(화) 14:00

삼성·SK 이어 LG전자도 RE100 가입
실제 RE100 달성 가능성엔 의구심

/그래픽=비즈워치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조가 확산되자 국내 대기업들도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한국이 지리적 특성상 재생에너지 수급이 어렵고, 제조업 비중이 높아 RE100 달성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문에 정부와 몇몇 대기업은 재생에너지에 원자력과 수소연료를 포함한 'CF100(Carbon Free energy 100%)'을 새 탄소중립 기준으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CF100도 한계점이 존재하는 만큼 충분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RE100에 주목하는 기업들

지난 5일 LG전자는 RE100 이니셔티브 가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2050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할 계획이다. 

RE100이란 오는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캠페인이다. RE100은 민간 주도의 운동이기 때문에 구속력은 없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에 RE100 준수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추세다.

LG전자는 RE100 달성을 위해 △2030년 60% △2040년 90% △2050년 100% 순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비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사업장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 및 사용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창원 'LG스마트파크' 지붕에 설치될 태양광 발전소 조감도 / 사진=LG전자

이를 위해 LG전자는 GS EPS와 전력 직접구매계약(PPA) 태양광 발전소 구축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GS EPS가 창원 LG스마트파크에 축구장 3배 크기의 태양광 단지를 조성하면 LG전자가 이곳의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협업할 예정이다. 이미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포함해 미국 뉴저지 사옥, 인도 및 태국 가전공장 등 국내외 사업장에선 옥상 등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로 자체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Power Purchase Agreement), 한국전력의 녹색프리미엄 등 재생에너지 수급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활용할 예정이다.

다른 국내 대기업들도 RE100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중 RE100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SK다. SK는 지난 2020년 한국 최초로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현재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브로드밴드, SK아이테크놀로지 등 총 8개 계열사가 참여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RE100에 가입하며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신환경경영전략은 삼성전자가 2030년 DX(Device eXperience) 부문부터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반도체 중심의 DS(Device Soultion) 부문을 비롯한 전사 차원에선 오는 2050년을 RE100 기준을 충족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총 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 시행으로 국내 업체들 사이에서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모든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순 없지만, REC나 PPA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해 RE100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비중 높은 한국, RE100보단 CF100?

일각에서는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들의 특성상 RE100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탓에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 수급이 어렵다. 이 탓에 재생에너지만으로 사용 전력을 대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기업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가 지난 3월 발간한 '2030년 기업재생에너지 수요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기준 국내 기업 236곳의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최대 172.3TWh(테라와트시)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량은 134.1TWh로 예상 기업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

또 제조업 비중이 높아 다른 기업들에 비해 사용 전력이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미 RE100을 달성한 애플이나 구글의 경우 IT분야 기업으로 생산 시설을 직접 가동하지 않는 탓에 사용 전력이 적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전력 소비량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높다. 

물론 RE100은 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하지 않아도 REC나 PPA를 통해 수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있지만,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업체들의 특성과 향후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를 생각하면 RE100 달성은 쉽지 않을 것"며 "최근 REC나 PPA 가격이 오르고 있어 RE100을 선언한 국내 제조 기업들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100과 CF100 비교 / 그래픽=비즈워치

정부는 RE100의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에 원자력발전까지 포함한 CF100을 새 기준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산업계와 함께 CFE(Carbon Free Energy) 포럼을 출범하고 무탄소에너지 인증제 등 RE100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당 포럼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여러 대기업이 참여했다. 

CFE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에너지를 의미하는데, 재생에너지만을 인정하는 RE100과 달리 원전이나 수소 등 다양한 기술들을 포함한다. 재생에너지 외에 원자력이나 수소연료전지까지 기준에 포함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수급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 정부 측 의견이다. 

다만 업계에선 CF100이 전력 수급 측면에선 RE100에 비해 쉬울 순 있어도, 기준을 충족하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RE100의 경우 전체 전력사용량의 총량만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인증이 쉽지만, CF100은 에너지 수요와 공급이 CFE로만 이뤄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CF100에선 REC나 PPA 같은 전력구매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또 RE100이 전 세계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CF100을 새로운 글로벌 기준으로 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퍼진 RE100 캠페인을 CF100으로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CF100은 실질적인 이행에 드는 비용이 RE100보다 비쌀 뿐 아니라 기준을 충족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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