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문한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두산로보틱스 생산공장.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공장이라고 하기엔 자그마한 규모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이 곳에선 약 9조 달러(약 1경1815조원) 시장을 주도할 '협동로봇' 생산라인이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물리적으로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로봇이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된 산업용 로봇과 달리, 협동로봇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직접 하기에 다소 위험하거나 신체적인 부담이 있는 일을 대신하도록 만들어졌다.
개발까지 단 2년…최대 라인업 구축
협동로봇이 시장에 등장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사람의 팔을 형상화한 외관은 현재의 협동로봇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보편화되진 않았다. 사람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1억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갈수록 감소하는 인구수에 노동력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순식간에 상황은 반전됐다. 협동로봇이 대안책으로 떠오른 것. 무엇보다 '사람과 함께' 일을 한다는 부분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를 기회로 삼았다. 나아가 향후 다양한 분야에 협동로봇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빠른 속도로 개발을 진행했다. 협동로봇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년. 총 직원의 40% 정도는 개발에만 몰두했다. 총 13개 라인업을 갖추기까진 8년이 걸렸다. 협동로봇 글로벌 1위사가 9개 라인업을 구축하는 데 걸린 시간의 절반밖에 되질 않는다. 가격은 대폭 낮췄다.
그 사이 시장도 빠르게 커졌다. 최근 5년간 산업용로봇은 역성장했던 반면 협동로봇은 15.9%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현재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의 경우 현대차그룹,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이케아, 샤넬, 디올 등 다수의 국내·외 기업에 들어가고 있다. 협동로봇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다.
확장성 무궁무진…성장 드라이브
협동로봇이 더욱 주목받는 건 기업 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서울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도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4대를 도입했다. 이 협동로봇들은 볶음과 튀김 및 국·탕 조리를 담당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조리사 A씨는 "이제 튀김 때문에 화상 입는 일이 없다"면서 "위험하고 반복적인 일을 대신 해주니 기존보다 근무 강도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일손이 부족한 지역 병원, 제조업 현장 등에도 협동로봇이 속속 투입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 외에도 가사노동, 노인 및 유아 케어 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 협동로봇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원공장 2층에 자동화셀 설비를 구축해 현 2200대 정도인 협동로봇 생산량을 4000대까지 차차 늘려갈 구상이다. 또 총 라인업을 13개에서 17개로 3년간 확대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안전하면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협동로봇이 더 많이 나와야 현재 2%에 불과한 시장 투입률을 앞으로 더 높여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 생산공장에서는 협동로봇을 만들며 총 7차례에 걸친 기술, 안전, 정확도 등의 테스트를 진행한다. 그 결과 ISO 안전 인증은 최고 단계를 부여받았다. 또 타사 대비 정밀 작업 수행 능력이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높은 기술력을 비롯해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더 높은 성장을 견인해왔다"면서 "여러 환경에서 사용 가능한 라인업을 개발하며 매출 성장 동력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