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시장 예상을 밑도는 연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방산업 둔화로 철강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고 수요 위축으로 제품가격이 하락하면서 움츠러들었다. 현대제철은 올해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사업비 집행과 신흥국발 수요 증대로 실적 반등에 무게를 두겠다는 포부다.
현대제철은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25조9148억원, 영업이익 8073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30일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5.2%, 영업이익은 50.1% 각각 감소했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호실적을 거뒀던 터라 4분기 부진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4분기 299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제철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이보다 높았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현대제철의 지난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의 경우 26조563억원, 영업이익은 1조160억원이었다. 2022년보다 저조할 것으로 보긴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한참 밑돈 것이다.
현대제철은 '전방산업 둔화'를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2022년보다 지난해 철강 제품 생산량이 5% 늘었지만 판매는 1.4% 증가에 그쳐 실적이 악화했다고 보고 있다. 값싼 중국산 철강 제품이 국내에 유입된 점도 타격을 줬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과 전기요금이 오른 영향도 반영됐다고 설명한다. 신흥국아 도와다오…'상저하고' 기대
현대제철은 올해 수요 강세로 인한 실적 반등을 전망하고 있다. 규모 7.8의 지진을 겪은 튀르키예가 본격 재건 작업에 돌입하고, 최근 경제 규모를 키우고 있는 인도가 인프라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신흥국 위주로 철강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다.
중국발 공급 축소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현재 중국 철강사 70% 이상이 적자를 보고 있어 제품 생산을 하향 조정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에 유통되는 저가 제품 규모가 줄어 가격 방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상반기 중 공급량을 줄이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실적 개선도 기대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국내 전방시장 회복도 무게
상반기 예정된 국내 완성차업체 및 조선사와의 가격 협상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번에 원재료 가격과 전기요금 인상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해보겠다는 구상이다. 약 4년치 수주잔고를 보유해 최근 시황이 좋은 조선사들과도 후판협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건설시황에도 조심스레 호조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착공 면적이 회복되면서 하반기면 시황 회복세가 제한적으로나마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다. 더불어 정부가 올해 SOC 예산을 전년 대비 5.6% 늘렸는데, 이 중 65%를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겠다고 발표해 공사가 시작되는 하반기 시장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호남고속철 등의 정부 주도 철도 산업에서도 수주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부가제품 판매확대를 통해 수익성 중심의 경영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