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미래사업 투자에 드라이브를 건다. 도심항공 판도를 뒤집을 것으로 평가되는 미래형비행기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8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1000억원이 넘는 투자비 투입을 승인했다. 강구영 KAI 사장은 "퀀텀 점프의 기반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I는 최근 미래 6대 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총 1조5000억원을 미래 기술분야와 연구개발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연간으로 나눠보면 매년 평균 3000억원씩 들어가는 규모다. 이번 투자비는 1025억원.
사업보고서를 보면 KAI는 그간 매출액 대비 7~8%를 연구개발비로 쏟아 왔다. 2021년과 2022년을 보면 연구개발비로 들어간 비용이 각각 2000억원 이상이다. 당시 매출은 각각 지난해보다 1조원 더 낮았다. KAI는 지난해 3조8193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그런 만큼 하반기 추가 투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AI가 정한 미래 6대 사업은 △6세대 전투체계 △차세대 수송기 △차세대 고기동헬기 △AAV(미래형비행기) △위성·우주모빌리티 △미래첨단 소프트웨어 사업이다.
이 중에서도 업계가 주목하는 건 AAV다. AAV는 자율비행과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으로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미래형 비행체다. 현재 글로벌 200여개 회사가 AAV를 개발 중인데 아직 독보적인 강자는 없다. KAI는 2030년 전 세계 37조6000억원 규모가 예상되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와 함께 도심항공 시장을 주무를 AAV를 개발을 마치는 대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KAI는 지난해 말 미래사업 가속을 이유로 미래비행체연구실과 유무인 복합체계연구실을 신설했다. AAV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도 연구실 출범 이후로 지속되고 있다. AAV 사업이 본격화되면 현재 매출 절반 이상을 군수사업에서 조달하고 있는 실적 비중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이 밖에도 KAI는 기존 하드웨어 대신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도 참석해 기술개발 동향을 확인했다. 디지털 트윈,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예지정비 기술과 첨단 항전기술, 메타버스 모의비행훈련체계 등 개발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투자 위한 실적 개선도 가속
KAI는 올해 수주 가이던스로 5조9147억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수주액인 4조6365억원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예상대로 수주 실적만 충족한다면 다시 한번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에프앤가이드 등이 예측하고 있는 올해 KAI 연간 매출은 3조6700억원대. 지난해 연간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강구영 사장은 "수출 기종을 다변화하고 미래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