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턴(상승국면)에 접어든 삼성전자가 '노조 리스크' 벽에 부딪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8일 오전 11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창립 이래 첫 총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이번 총파업을 통해 생산 차질을 유발해 사측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업계에서는 생산에 실질적 문제가 생기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삼노, 강우에도 총파업 강행
이번 총파업은 직원들이 파업 근태를 회사에 통보하고, 출근하지 않는 실질적 첫 파업이다. 지난달 7일에도 파업에 나선 바 있지만, 이는 징검다리 연휴를 활용한 집단적 연차 사용 방식의 '연가 투쟁'이었다.
이날 전삼노는 사측에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유급휴가 약속 이행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 보상 등을 요구했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외부에서는 부정적 시선 있을 수 있고 내부에서도 현재 상황에서 파업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고 회사에 대한 자긍심도 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며 "작년과 올해 임금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에 우리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성과급 투명성 위한 제도 개선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손 위원장은 이재용 회장에게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이재용 회장은 그룹의 총수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조합 교섭에 직접 나서 해결책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전삼노는 이번 총파업의 목적을 '생산 차질 유발'이라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결의대회 현장에는 기흥·평택·천안·온양·구미·광주사업장 등에서 조합원 6540명이 참가했다. 이중 설비·제조·개발 공정 직군만 5211명이라 생산 차질이 확실시된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다만 노조 주장과 실제 파업 참가자 수는 다른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화성사업장에 모인 조합원은 경찰 추산 3000여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는 노조가 올해 연봉협상을 거부한 노조 조합원에게만 높은 인상률을 적용해달라는 조건을 내걸면서 파업 명분이 희석된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 더해 이날 오전 결의대회 당시 화성사업장에 비가 내리는 등 기상 악조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턴 차질 우려?
이번 파업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최근 적자 터널에서 벗어난 직후 직면한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가 최근 공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 2분기 연결 매출은 74조원, 영업이익이 10조4000억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3%, 1198.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5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이는 작년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원)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7개 분기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4.1%로 지난 2022년 3분기(14.1%)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업계에서 노조 파업이 삼성전자 반도체의 실적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유다.
특히 전삼노가 노사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무기한 파업 가능성도 열어둔 것도 우려의 원인 중 하나다. 이날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10일까지 사측이 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당장 1차 파업에 연이어 무기한으로 파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총파업으로 반도체 라인의 생산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반도체 공장은 대부분의 설비가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동안 4개 조가 교대로 투입되기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하지 않는 이상 대체 인력을 통해 사전 조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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