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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2배 올라도 생산량 뚝…포스코퓨처엠부터 '칼' 댔나

  • 2024.09.05(목) 14:27

인조흑연 공장, 공사비 112%↑ 생산량 27%↓
전구체 공장 건설 백지화...적자 계열사 매각
'구조개편 돌입' 그룹, 자산 팔아 현금 확보

지난달 말 포스코퓨처엠은 2020년부터 포항시에 건설 중인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의 투자금을 기존 3458억원에서 4612억원으로 32% 늘렸다. 원자재비 등이 올라서다. 2020년 계획했던 투자금(2177억원)과 견주면 4년여 만에 2배 넘게 불었다. 부담은 늘었지만, 생산량은 1만8000톤에서 1만3000톤으로 오히려 줄었다. 시운전 결과 생산량이 예상에 못 미친 것이다.

/그래픽=비즈워치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이 공격적으로 진행하던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쾌속 질주할 것 같았던 전기차 시장이 정체되면서 포스코퓨처엠이 감행한 공격적 투자가 재무적 부담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이른바 전기차 캐즘(Chasm, 성장 직전 일시적 정체)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삽을 뜨지 않은 곳은 사업을 백지화했다. 지난 4일 포스코퓨처엠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포항시에 전구체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작년 5월 세계 최대의 코발트 생산 기업인 중국의 화유코발트와 투자양해각서(MOU)를 맺은 지 1년여 만이다. 전구체는 니켈·코발트 등을 가공해 만든 양극재 중간 소재로, 국내 생산비중이 13%에 머물러 국내 생산기지가 절실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에 투자가 일시에 중단된 것이다.

적자 계열사는 정리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포스코퓨처엠이 지분 51%를 보유한 피앤오케미칼을 공동 투자사인 OCI에 537억원에 매각했다. 2022년 광양에 건설된 피앤오케미칼 과산화수소 공장은 재고 과잉으로 가동이 중단됐고, 지난해 준공된 공주 음극재용 피치 생산 공장은 대량생산에 들어가지 못했다. 투자가 시작된 2020년부터 포스코퓨처엠의 적자가 줄곧 이어지자 조기에 발을 뺀 것이다.

포스코퓨처엠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은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포스코그룹은 전략에 맞지않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산 120개를 처분해 2026년까지 누적 현금 2조6000억원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룹의 고강도 구조개편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던 포스코퓨처엠부터 실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 = 비즈워치

'무차입 경영'에서 순차입금 2.6조로

포스코퓨처엠은 제철소 용광로의 기초소재가 되는 내화물을 생산하던 곳으로, 2010년대부터 이차전지 소재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난해 사명을 기존 포스코케미칼에서 포스코퓨처엠으로 바꾸며 그룹의 미래를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로 떠올랐다. 친환경 정책과 함께 급부상하던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비싼 차값, 충전소 부족, 보조금 축소 등과 맞물려 예상보다 빨리 성장세가 둔화됐고 전기차의 '심장' 이차전지 업체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실적에 그대로 드러난다. 포스코퓨처엠의 지난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5%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이 1%가 되지 않은 것이다. 2020년 603억원, 2021년 1217억원, 2022년 1659억원 등으로 급증하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359억원으로 급감했는데 올해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무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은 지난 6월 말 2조6271억원으로 직전분기보다 16% 가량 늘었다. 영업창출능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가중된 빚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18년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136억원이었다.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더 많았던 사실상 '무차입 경영'이 이차 전지에 대한 투자가 진행된 뒤부터 급격하게 빚이 늘어난 것이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캐즘에 따라 투자 속도가 조절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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