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10% 넘게 떨어졌고, 그룹주도 동반하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점심사 대상에 올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재원이 절실하다는 점은 인정받고 있다. JP모건은 "예상지 못한 증자"라면서도 "유럽 생산 시설 투자와 최대 방위 시장 미국에서 기회 증가 등으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주 입장에선 증자 규모를 줄일 방안은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내며 투자재원에 여유가 있었다. 작년 말 기준 '현금·현금성자산'은 2조9677억원으로 일년전보다 64% 늘었다. 이 재원을 활용한다면 주주에 부담이 되는 증자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투자재원을 지배구조 개편에 먼저 썼다. 선 지배구조 개편, 후 미래 투자인 셈이다.
지난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계열사인 한화에너지·한화에너지싱가포르·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이달 13일 주식 매수를 완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분 인수 재원은 영업으로 번 돈에서 나왔다.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담당 전무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자본 조달은 영업 현금 흐름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그룹내에서 한화오션 지분을 인수하는데 1조3000억원을 쓴 지 일주일만에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한 것이다.
이번 그룹 내 지분 거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은 23%에서 30%로 늘면서,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방산·조선 축이 견고해졌다.
한화오션 지분 매입이 급한 상황도 아니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지분 46.28%를 보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 투자재원으로 미래 성장 동력에 투자했다면, 이번 증자 규모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 지분 거래로 한화임팩트파트너스(8880억원), 한화에너지싱가포르(2884억원), 한화에너지(1236원) 등은 총 1조3000억원을 확보했다. 한화임팩트파트너스가 한화에너지의 손자회사고, 한화에너지싱가포르는 한화에너지의 해외법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한화에너지로 인수대금이 유입된 셈이다.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50%, 차남 김동원 25%, 3남 김동선 25% 등이 나눠 가진 그룹 승계의 핵심으로 지목받는 곳이다.
한화 관계자는 "그룹내 한화오션 지분 거래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자는 전혀 별개 사항"이라며 "미래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이 이사회에서 통과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