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로보틱스와 차량용 반도체를 신성장 축으로 삼아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낸다. 특히 자동차 전자식 조향 장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로봇 액추에이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신성장 사업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지난 26일 현대차가 미국 로봇 공장 신설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모비스까지 가세하면서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밸류체인 강화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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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 이끌 선도 기술 '로봇'
현대모비스는 27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신용 평가사 담당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지난 3월 발표한 회사 신규 비전을 기반으로 회사의 미래 사업 방향인 △선도 기술 경쟁력 확보 △수익성 중심 사업체질 개선 △글로벌 고객 확대 본격화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제시했다.
현대모비스가 이날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힌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은 '선도 기술 경쟁력 확보'다. 차별화된 기술과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기술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글로벌 시장에서 포지션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가 꼽은 신성장 먹거리는 로보틱스와 차량용 반도체 사업이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로보틱스 사업 분야 액추에이터 시장 진출 계획을 처음 밝혔다. 그동안 자동차 부품 개발과 양산 경험을 토대로 로보틱스 분야 사업 기회를 모색해오던 현대모비스는 차량 조향 시스템과 기술적으로 유사성이 높은 액추에이터 분야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정했다.
이규석 사장은 "로보틱스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약 17%로 자동차 시장보다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며 "로봇 부품은 자동차 부품과 유사한 점이 상당히 많아 기술 탐색과 시장 분석을 통해 로봇 부품 사업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육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동작을 제어하는 구동 장치로 모터와 감속기, 제어부로 구성되는데 차량의 전자식 조향 장치의 구성도 이와 비슷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경우 액추에이터가 약 30개 탑재돼 전체 제조 비용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로봇 부품 사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해 제품 설계와 사업 개발에 착수했다. 로봇 액추에이터 분야를 시작으로 향후 센서와 제어기, 핸드그리퍼(로봇 손) 등 사업 영역 확장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행보는 그룹 차원의 로봇 전략과도 맞물린다. 전날 현대차는 미국 투자 규모를 260억달러로 늘리며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 신설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생산 기반을 넓히고, 모비스가 핵심 부품 개발에 합류하면서 로보틱스 밸류체인이 만들어지는 구도다. 정의선 회장이 로보틱스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점찍은 만큼, 현대차와 모비스의 연속 발표는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 드라이브가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전력·시스템 반도체 내재화 추진
현대모비스는 이날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 강화 방안도 구체화했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11종을 개발 중이다. 차량용 반도체 개발은 시스템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투트랙으로 이뤄진다.
먼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차량 제어에 필요한 네트워크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통신용 SoC(System on Chip)', 배터리 안정화에 필요한 '배터리 모니터링 반도체(BMIC)'에 대한 자체 설계 역량 확보에 나선다.
이 사장은 "국내 반도체 전문 기업과 네트워크 SOC 개발 관련 국책 과제를 공동 수행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핵심 IP를 확보하고 2030년 양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자체 설계한 전력 반도체 양산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현재 인버터 파워 모듈 내 전력 반도체를 켜고 끄는 게이트 드라이버 IC를 해외 전문사와 공동 개발해 설계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합작 법인을 세웠으며, 2029년까지 자체 인버터에 적용하는 게 목표다.
배터리 관리 반도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모비스는 이미 하이브리드용 1세대 BMIC를 양산 중이며, 차세대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용 BMIC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미 다양한 차량용 반도체를 양산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현재 에어백용 반도체와 모터 제어, 전장 부품인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용 전원 반도체 등 총 16종의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하고 있다. 올해 양산하는 반도체 수량만 2000만 개에 달한다.
수익성 관리로 미래 경쟁력 높인다
이러한 사업은 수익성 사전 관리 프로세스를 거쳐 진행된다. 현대모비스는 올 5월부터 제품 개발 단계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원가·손익 달성도를 점검하는 전 단계 손익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장은 "시스템을 통해 문제가 있는 프로젝트를 조기 발견하면 설계 변경, 공법 개선, 협력사 조정, 고객사와의 판가 재협상 등으로 개선책을 도출할 수 있다"며 "시스템 도입 이후 손익 점검 건수가 과거 대비 약 40% 줄었다"고 부연했다.
현대모비스는 앞으로도 전기차 캐즘, 제조 원가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한 사업 환경에 대비해 전사적 손익 관리 플랫폼을 구축해 수익성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매출 성장률을 8%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영업이익률도 5~6%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올 상반기 현대모비스 영업이익률은 5.4%로, 전년 동기(4.1%) 대비 1.3%P(포인트) 올랐다. 매출은 28조5090억원에서 30조6883억원으로 7.6%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1789억원에서 1조6467억원으로 39.7% 증가했다. 외형 성장과 함께 이익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며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모비스는 이 같은 사업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자로서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오는 2033년까지 핵심 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고객사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북미와 유럽 등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선도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협업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 인도 등 고성장 신흥시장에서도 수주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현지 특화 사양 개발과 부품 공급망 강화 등을 통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을 공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신기술 경쟁력과 고도의 실행력, 속도 삼박자를 갖춰 모빌리티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