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미국 투자 규모를 260억 달러로 늘리며 로봇 공장 신설을 새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기존 철강·자동차 투자에 더해 로봇까지 포함해 현지 생산망을 넓히고,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모셔널 등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자율주행·AI 협업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美 로봇 공장 세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 간 미국에 26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21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 증가한 규모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 핵심 분야는 제철, 자동차, 로봇 등 미래산업이다.
특히 이번 추가 투자 계획에서 눈길을 끄는 건 로봇 공장 신설이다. 3만대 규모의 로봇 공장을 신설하고 이를 미국 내 로봇 생산의 허브로 자리매김시킴으로서 향후 확대될 로봇 생태계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백악관서 직접 밝혔던 기존 계획에는 없던 내용이다. 정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로봇 분야 투자를 늘려 미래 경쟁력 확보와 미국 현지화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공장 설립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은 로봇은 물론 자율주행, AI, SDV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보스턴다이나믹스, 모셔널 등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의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미국 법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앞세워 로봇 사업을 키우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지분 80%를 인수하며 계열사로 편입한 로봇 전문 자회사다. 올해 현대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합계는 65.66%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 라인에 투입해 공정 효율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올해 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미국 신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시범 투입(PoC)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도 미국 협업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자율주행 기술력 제고와 로보택시 사업 진출을 위해 미국 자동차 기술기업 앱티브(Aptiv)와 50대 50 합작 형태로 모셔널을 설립했다. 모셔널은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반기보고서 기준 현대차가 직접 보유한 지분율은 45.04%이고, 계열사 지분까지 합산하면 86.61%에 달한다.
현지 투자로 관세 파고 넘는다
전체 투자 금액 증가에 따라 철강·자동차 등 기존에 발표한 부문도 투자 규모가 늘어난다. 부문별 증액 규모는 비공개지만, 전체 규모가 커진 만큼 부문별 투자비도 상향된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저탄소 고품질의 강판을 생산해 자동차 등 미국 핵심 전략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루이지아나 제철소가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내에서 철강-부품-완성차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구축하게 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생산능력도 확대한다. 지난해 70만대였던 미국 완성차 생산능력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차 등 다양한 차종 라인업을 선보여 미국 소비자의 니즈에 더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부품 및 물류 그룹사들도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부품의 현지 조달을 추진하는 등 완성차-부품사간 공급망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이 한미 관세협상과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투자액을 늘린 것은 전략적 성격이 짙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국 내 관세와 보조금 규제가 불확실성을 키우자 현지 투자를 확대해 대응 카드를 마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생산거점과 공급망을 강화해 통상 리스크를 완화하는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 분야 선점 효과도 노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는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기회를 확대해 모빌리티를 비롯한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경제 협력이 더 확대되고, 양국의 경제 활성화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