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로보틱스'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동차 생산을 보조하는 기계 장치가 아니라, 미래 제조업과 신산업 전반을 바꿀 도구로 보고 그룹 계열사까지 총동원해 밸류체인을 만들고 있는데요. 전 세계 로봇 시장이 초기 기술 선점 효과가 큰 만큼, 그룹 차원에서 '로봇 승부'에 사활을 건 셈입니다.
핵심 성장 동력 '로보틱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로보틱스를 그룹 핵심 성장 동력으로 공식 선언했는데요. 호세 무뇨스 현대차 CEO는 "로보틱스는 수익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도구"라며 "사람이 하기 어렵거나 위험한 작업을 대체해 직원 안전을 확보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로보틱스를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닌 경영 효율화와 품질 관리의 실질적 수단으로 보겠다는 의미입니다.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비용 압박도 심합니다. 원가 구조를 개선하고, 동시에 신산업에서 새로운 매출원을 찾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로보틱스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거죠.
그룹은 이미 2021년 미국의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며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후 로보틱스 전용 공장과 파일럿 센터 설립을 추진하며 제조 현장에서 차세대 기술을 실제로 검증할 준비를 하고 있죠.
계열사까지 뭉친 로봇 밸류체인
그룹의 로봇 전략은 보스턴다이나믹스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은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는데요. 현대모비스는 최근 열린 자체 인베스터 데이에서 로보틱스 신사업 계획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핵심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입니다.
액추에이터는 모터·감속기·제어부로 구성된 구동 장치입니다. 위치와 속도, 토크를 정밀하게 제어해 로봇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부품이죠. 구조적으로 차량전자식조향장치(EPS)와 유사해, 현대모비스가 기존에 쌓아온 기술 역량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액추에이터는 제조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어서 시장성도 큽니다. 현대모비스는 액추에이터를 시작으로 센서, 제어기, 핸드그리퍼(로봇 손)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을 갖고 있죠.
현대위아도 로봇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산업 현장에서 각종 제조 물류를 이송할 때 사용하는 '물류로봇'인데요. 지난달 의왕 연구소에서 신제품 시연회를 열고 가반하중(로봇이 들 수 있는 최대 무게) 300㎏에서 1500㎏까지 대응 가능한 플랫폼을 공개했습니다.
현대위아는 이를 발판으로 물류로봇과 주차로봇 등 모바일 로봇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인데요. 특히 그룹 내부 수요에 머무르지 않고 일반 기업 고객으로 공급을 확대해 외부 시장에서 입지도 넓히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죠.
로봇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략은 이미 현장에서 구현되고 있습니다. 현재 현대차·기아의 주요 생산공장에는 AGV(무인운반차)와 AMR(자율이동로봇) 같은 물류 로봇이 투입돼 부품을 나르고 있는데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공장 내 위험 구역을 점검하고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로봇이 대신 맡으면서 안전성을 높이고 공정 중단 위험도 줄이고 있는 셈입니다.
로봇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통신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자동화 공정에서 로봇의 수가 늘어나면 데이터 트래픽이 급격히 증가해 통신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현대차·기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와이파이6와 P-5G(Private 5G)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무선 단말기를 자체 개발했습니다.
기존에는 와이파이와 5G를 따로 처리하는 단말기가 필요해 통신 장애 시 로봇이 멈추는 사례가 많았는데, 이제는 한쪽 망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통신 방식으로 즉시 전환돼 로봇이 멈추지 않습니다.
이 기술은 이미 현대차 울산공장과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적용돼 운영 효율성을 크게 높였습니다. 통신문제로 인한 기기 운영 중단이 줄어든 덕에 생산 차질 위험이 낮아졌고 장비 운영 비용과 관리 효율성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하네요.
왜 지금 로봇인가
현재 전 세계 로봇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어스튜트 애널리티카에 따르면 산업용 로봇 시장은 2024년 269억9000만 달러에서 2033년 2353억8000만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27.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어스튜트 애널리티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공장에서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은 428만대를 넘어섰고, 연간 신규 설치 대수도 3년 연속 50만대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이는 제조업 자동화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을 보여주죠.
여기 더해 과거 단일 작업 전용이던 로봇은 이제 다목적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빠른 도구 교체, 통합 비전 시스템, 표준화된 커넥터 같은 기능은 이미 기본 사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조업체들이 공정 유연성과 적응력을 확보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해 로보틱스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넘어 스마트 제조와 신산업 분야로 외연을 넓히며 '로봇 승부'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건데요. 특히 글로벌 로봇 시장은 초기 선점이 경쟁력을 좌우합니다. 일찍 기술과 시장을 잡은 기업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인데요.
현대차그룹의 최근 행보는 로보틱스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와 자율주행이라는 큰 변화를 넘어서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생산 효율을 높이고 품질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신사업 기회를 확보하려는 겁니다. 단순히 로봇을 '잘 만든다'는 차원을 넘어, 글로벌 로봇시장 선점 경쟁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