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통상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지만 세부 쟁점에서 이견이 남아 최종 타결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압박은 강해지고 한국은 협상 지연 속에 산업공동화와 투자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이런 가운데 산업계와 학계는 관세·규제·비자 문제를 공통 리스크로 꼽으며 정부의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관세 부담에 경쟁력 추락"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관세협상 이후 한·미 산업협력 윈-윈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 △이혜민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한미 FTA 기획단장)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산업계가 가장 우려한 것은 관세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올해 8월까지 한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15.1% 줄었다. 3월 이후 여섯 달 연속 두 자릿수 감소세다. 현대차·기아는 매출이 늘었지만 가격을 동결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고, 대미 수출 비중이 89%에 이르는 한국GM도 같은 위험에 놓여 있다.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는 "자동차 대미 수출 비중이 52%에 달한다"며 "관세가 인상되면 수출이 크게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짚했다. 이어 "9월 말 전기차 보조금이 종료돼 4분기부터 수요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는 산업용 장비와 공작기계에까지 관세가 매겨지는 현실을 문제로 지적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투자를 하면 기자재에도 관세가 부과된다"며 "산업용 기계와 금융 장비에 대해서는 무관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최종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전무는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 4대 소재는 한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지만 미국이 관세를 매기면서 투자 확대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자 쿼터 확대 절실
비자 문제도 공통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배터리 합작공장에서 한국 엔지니어들이 비자 문제로 현장을 떠난 사례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진 것이다. 업계는 전문인력 이동이 막히면 현지 공장 가동과 투자 속도에 직격탄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주홍 전무는 "전문직 취업비자 쿼터 확대가 필요하다"며 "투자가 이어지더라도 현지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장 운영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도 같은 우려를 드러냈다.
안기현 전무는 "전문 인력 비자가 제때 발급되지 않으면 미국 현지 공장 가동이 늦어진다"며 "이 경우 한국과 미국이 모두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미세공정과 첨단 장비 운용에 필요한 한국 엔지니어들이 투입되지 못하면 완공 이후 양산까지 일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업계도 비자를 투자 차질 요인으로 꼽았다. 최종서 전무는 "2027년까지 약 60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가 예정돼 있지만 관세와 비자 문제가 풀리지 않아 주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 4대 소재에 관세가 매겨지는 상황에서, 현지 공장 가동 초기 한국 전문인력이 제때 들어가지 못하면 공급망 안정성도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도 "미국 조선소의 현대화 작업과 전문인력 양성 등을 위해 국내 전문인력의 파견이 필요하다"며 "앙국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비자제도의 개선을 검토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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