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가 임박하면서 수수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신탁형의 경우 과감히 수수료 0원을 선언하는 증권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장은 ISA 수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 자체가 미미해 일단 많은 고객을 선점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수수료가 차별화 요인이 되기 힘든데다 하향평준화되면서 일부에서는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제살깎기를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간 출혈경쟁으로 주식매매 수수료가 급격히 줄어든 것처럼 ISA를 계기로 되레 증권업계의 차기 수익원으로 꼽히는 자산관리 수수료에 대한 고객들의 눈높이만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 갈수록 하향평준화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A를 준비 중인 증권·은행들은 신탁형의 경우 0~0.3%, 일임형의 경우 0.1~1.0%의 수수료를 책정할 예정이다.
신탁형은 가입자가 직접 포트폴리오를 정하고, 일임형은 증권사나 은행에 계좌를 일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일임형의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신탁형의 경우 증권사 18곳을 포함 32개사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ISA 판매 개시일인 14일 30곳(증권사 16곳)이 출시한다. 일임형 ISA는 21개사 중 12곳부터 선보인다.
본래 신탁형은 0.1%이상의 수수료가 책정될 예정이었지만 증권사들이 속속 수수료 0원을 선언하면서 무료로 가입이 가능한 곳도 생겨났다. 지난 10일 현대증권에 이어 이날 대우증권도 신탁형에 대해 무료 수수료를 선언했다.
일임형ISA는 모델포트폴리오 성향과 증권사별로 수수료가 다르지만 최대 1%를 넘지 않는다. 초저위험은 0.1~0.3%로 낮고 초고위험은 0.8~1%로 위험성향에 따라 높아지는 구조다.
대우증권의 경우 안정형은 0.1%, 안정추구형은 0.2%, 위험중립형은 0.5%, 적극투자형은 0.7%로 적용된다. 현대증권도 초저위험형은 0.1%, 저위험형은 0.2%, 중위험형 0.5%, 고위험형 0.6%로 다른 증권사들 역시 상품유형별 적용 수수료 수준이 엇비슷하다. 시중은행들도 KB국민은행과 KRB하나은행이 유형별로 0.1~0.7%선의 차등적인 수수료를 책정하는 등 실제로 크게 차이는 없다.
◇ 자산관리 수수료 민감도만 높일 우려
결국 ISA 수수료 체계도 은행은 물론 증권사마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거의 동일한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특히 신탁형이나 초저위험 일임형의 경우 수수료가 거의 부과되지 않는 구조여서 수수료가 경쟁의 희비를 크게 가르진 못할 전망이다.
실제로 은행·증권사들이 ISA를 통해 얻는 수수료 수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ISA 첫해 시장 규모는 약 12조~14조원 수준으로 수수료 수익이 1000억원 내외에 국한돼 실제 이익기여도는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ISA를 먼저 시행한 영국과 일본에서도 모두 제도 시행 초년도 가입자는 가입대상 인구 대비 9% 수준에 머물렀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단기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시장선점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수수료 출혈경쟁으로 제살깎기는 물론, 자산관리 수수료에 대한 눈높이만 낮추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고객 입장에선 일임형 ISA를 통해 저렴한 수수료로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주식매매처럼 자산관리를 받으며 지급하는 수수료 수준도 낮게 인식하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임형의 경우 수수료보다는 증권사별 포트폴리오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며 "당장 성과 여부를 알 수 없는 만큼 소위 '능력있는' 프라이빗뱅커(PB)를 찾아 ISA에 가입하는 것이 장기수익률 확보를 위해서는 오히려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