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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금융위에서만 울리는 팡파르

  • 2016.03.16(수) 10:31

[Inside Story]정부 주도 ISA 실적 쌓기…소비자는 혼란
계좌이동제 200만 넘어섰지만 정작 금융권은 '무덤덤'

최근 연달아 팡파르가 울렸습니다. 한번은 최근 3단계 계좌이동제 시행 직후였고, 또 한번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 이튿날인 어제(15일)였습니다

금융권에서 울렸냐고요? 아닙니다. 그럼 금융 소비자들이요? 그것도 아닙니다. 오직 금융위에서만 울렸습니다.

 



◇ ISA 첫날 32만명 가입..'팡파르~'

금융위는 ISA 출시 첫날인 지난 14일 총 32만 2990명이 ISA에 가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행 이튿날인 어제 보도자료를 내더군요.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 등 기존 세제혜택 상품과 비교해 첫날 가입 규모가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했고요.

 

재형저축의 경우 27만9180계좌, 소장펀드 1만 7372계좌였으니까요. 이들 상품이 비교대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기존 상품보다 가입 대상을 넓혔으니 가입 실적이 많은 건 당연해 보이기도 하는데 말이죠.

정부 입장에선 세금 혜택을 주기도 하고,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일인 만큼 눈으로 보이는 수치와 성과도 중요하겠지요. 금융회사들이 이를 모를 리 없습니다.

ISA 시행 직전 은행 한 임원을 만났습니다. "골치아프네요. ISA 가입 서류만 20장 가까이 되는데 바쁜 고객한테 일일이 내점해서 가입하라고 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직접 찾아가서 한꺼번에 서류를 받아오는 것도 힘듭니다. 금융실명제법이나 불완전판매, 방문판매법 등 제약이 많네요. 그렇다고 넋 놓고 있을 수 없고, 첫날 실적 (정부에서) 집계할텐데 실적이 안좋아도 문제잖습니까"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신한금융투자 본점에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시행 첫날 어땠나요. 준비가 미흡했던 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금융회사는 금융회사대로 실적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요.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죠. 기자들이 영업점에서 직접 가입한 체험담과 르포가 쏟아졌는데요. 하나같이 금융회사 직원들이 상품이나 수수료 등에 대해 완벽히 인지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었습니다.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짙었고요.

 

소비자는 그냥 예금에 가입해도 되는 것을 굳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 ISA를 통해 예금을 가입했습니다. 자산운용을 위한 '바구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 가지 상품만을 권유하는 경우도 대부분이었고요. 정말 부자되는 상품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시행 초기라 해도 ISA 취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분위깁니다. 은행 가입자가 96.7%로 압도적이라죠. 은행 '네트워크의 힘'만 확인해준 결과였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썰렁한 증권사 객장 모습. /이명근 기자 qwe123@



◇ 계좌이동제 200만건 돌파 '팡파르~'

금융위는 이달초 3단계 계좌이동제 시행후 일주일(5영업일)간 89만 건의 자동이체 계좌변경 신청이 있었고, 2단계보다 두 배 가량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민 관심이 집중됐다고도 했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주 초엔 1단계 계좌이동제 시행부터 통틀어 200만 건을 돌파했다고 자축했습니다.  


200만 건이라는 숫자에 정작 은행권은 '무덤덤' 합니다. 자동이체 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A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에 집계된 전체 자동이체 건수가 1억 건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 200만 건은 별 의미 없어 보인다"고 말하더군요.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잘 몰랐던 자동이체 내역을 한군데로 모으는 수준"이라며 "아직은 주거래 계좌 이동으로 연관시키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당연히 은행들의 수익이나 영향 등을 평가하기도 이른 상황이고요.

금융위는 3단계 시행 이후 50세 이상 신청자가 45% 수준을 차지한다는 점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하지만 은행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 역시 의미를 부여할 일은 아닌듯 보입니다. 지금 이동하는 계좌는 대부분 고객의 자발적인 의사보다는 창구에서 직원들의 부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죠.

어느 정도 성과를 내려면 시일이 필요합니다. 계좌이동제든 ISA든 말입니다. 금융위도 금융권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금융소비자도 팡파르를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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