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첫선을 보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가입자들 역시 자발적으로 가입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불완전판매 우려가 숱하게 제기된데다, 가입 절차도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실제로 ISA 가입을 위해선 계약서류만 최소 10장이 넘고, 가입 시간도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영업점에선 혼란이 빚어졌다. 농협은행을 비롯한 은행들이 신탁형 ISA는 창구에서만 판매해야 한다는 규정을 뒤늦게 일선 영업점에 뒤늦게 통보한 탓이다.
◇ ISA 계약서류만 최소 10장 이상
ISA에 가입하려면 근로•사업소득 원천징수영수증, 사업자등록증명원, 소득금액증명원, 지급확인서 중 1개의 서류를 내야 한다. 소득 수준을 토대로 원금 손실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서다.
총소득 5000만 원 이하 근로자나 3500만 원 이하 사업소득자는 ‘서민형 ISA 가입용 소득확인증명서’를 따로 내야 한다. 이런저런 서류를 합하면 전체 계약서류만 최소 10장, 많게는 20장 가까이 된다. 한 은행 직원은 “ISA 계약서류가 주택담보대출서류보다 많다”고 전했다.
ISA는 일단 영업점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서류를 가져오지 않은 고객들은 발길을 돌린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사원들 역시 ISA 상담만 받고 실제 가입은 하지 못했다. 2015년 소득증명 서류가 3월 말부터 발급되기 때문이다.
▲ ▲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열린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1호 계좌 가입행사에서 1호 고객인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이 가입 서류를 작성하며 설명을 듣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창구 판매만 된다니…” 영업점 혼선
은행 직원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농협은행 영업점에선 신탁형 ISA는 은행 창구에서만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판매 직전에야 알았다. 금융감독원이 의무 규정을 미리 알렸지만, 농협은행 본점에서 뒤늦게 이 사실을 통보한 탓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창구 판매는 절차가 번거로워 고객이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조금 더 일찍 창구 판매 의무를 알았더라면 대응이 좀 더 쉬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 주변 은행 영업점에서의 ISA에 대한 반응은 싸늘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오전엔 가입자가 많지 않았다”면서 “판매한 지 하루밖에 안 됐고, 불완전판매 우려도 높다 보니 안착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오전 가입자는 5명에 불과했다”면서 “가입 고객에겐 예•적금 등 안정형 상품이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와 같은 저위험 상품 위주로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ISA 가입자들 역시 수익이나 절세 효과에 매력을 느껴서 가입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날 ISA에 가입한 제갈숙현 씨는 “수수료를 생각하면 직접 투자하는 게 비용이 덜 들지만, 은행 직원으로 있는 지인에 대한 의리로 가입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