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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ISA 일임해도 될까요?

  • 2016.04.11(월) 16:29

처음 하는 일임업, 차별화보단 '중위험·중수익'
영업점도 은행 고객도 시큰둥…"실익 적다"

국민, 신한, 우리, 기업은행 등 4개 은행이 11일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했다. 은행이 일임업에 손을 댄 것은 처음이다. 

 

많게는 10개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며 증권사의 일임형 ISA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하나같이 중위험·중수익 전략을 내세우고 있었다. 은행권 고객의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고, 사업 초기 리스크를 줄이고자 하는 은행들의 고육책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모델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상품 역시 대부분 엇비슷하다는 평가다. 아직은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내세우긴 힘들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객마저 시큰둥하다.

 


◇ 첫 시도, 애썼지만…채권형 혹은 주식형펀드 일색

 

처음 해보는 일임업인 만큼 애쓴 흔적들도 엿보였다. 요즘 뜨는 로보어드바이저의 힘을 빌리는가하면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거나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도 받았다. 그룹 역량을 총동원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이날 '만능ISA'를 출시하며 10개 모델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고수익추구 ▲적극수익추구 ▲중수익추구▲안정수익추구▲안정형 등 투자성향과 구체적인 투자스타일별로 세분화했다. 우리은행도 10개의 모델 포트폴리오로 구성했고, 신한은행과 기업은행은 각각 7개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이들 은행은 하나같이 '중위험·중수익' 추구를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모델 포트폴리오에서 제시하는 상품들도 엇비슷했다. 안정성향일수록 머니마켓펀드(MMF)나 국공채펀드 혹은 국내채권형펀드가 주를 이뤘다. 이보다 조금 더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들에겐 국내 주식형펀드나 해외주식형펀드 비중을 늘려 나가는 식이었다. 

 

 

▲ 모델 포트폴리오 예시(자료=신한은행)

 

◇ 차별성 부족…3개월 후 수익률 확인이 먼저

 

아직까지 은행별로 차별화된 모델 포트폴리오나 전략은 엿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은행 한 관계자는 "펀드 일색에다 예금조차 편입돼 있지 않다"며 "자산운용을 위한 '바구니'라는 개념으로 볼 때는 너무 제한적인 상품들로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예금의 경우 자행 예금 편입 금지 규정에 따라 예탁결제원을 통한 예금 교환 작업이 필요한데 관련 전산시스템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은행연합회 측의 설명이다.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파생결합증권이나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등 조금 더 다양한 상품들이 편입되지 않은 게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B은행 관계자는 "일임형은 3개월마다 리밸런싱을 통해 자산관리를 해야 하는데 구조화상품이나 파생상품은 중간에 환매나 평가가 곤란하고, ETF역시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상품이어서 일임형에 최적화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일임형을 완벽하게 구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은행권이 일임형 시장에 뛰어든 게 처음이다보니 비교적 익숙하면서도 안정적인 상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영향도 크다. 또 이미 해외 주식형펀드와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이미 비과세되고 있어 채권형펀드에 쏠릴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 영업점이나 고객 모두 '시큰둥'

 

투자자 입장에선 각 금융회사별로 운용실적을 공개하는 오는 6월 이후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해도 늦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국민재산 증식 프로젝트라고 하기 무색할 정도로 국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는데 있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지역 신한, 국민, 기업은행 등 영업점 세 곳을 들렀지만, 모두 일임형 ISA 가입은 '0건'이었다.

 

C은행 관계자는 "ISA로 얻는 이익이 크지 않아 고객들의 관심 자체가 미지근하다"고 말했다. D은행 관계자도 "나이드신 분들은 복잡하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치는 분위기고,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우리도 강력하게 추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이날 발표한 ISA 4주차(4월4일~8일) 신규가입자는 16만5564명으로 30만명 이상이 가입했던 전 주보다 절반 가까이 둔화됐다. 가입금액도 1771억원으로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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