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만에 2000선을 재돌파한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그 선봉에 서며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오르면 코스피가 반드시 오르는 위상을 보여준 만큼 이번에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2000선 안착을 이끌지 주목받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가 갖는 상승 모멘텀이 어느 때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되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2분기 실적은 물론 지배구조 이슈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주된 동력으로 꼽힌다.
▲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16에서 관람객들이 삼성전자 '기어 VR' 4D 체험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 삼성전자, 2000선 회복의 또다른 주역
전날(7일) 코스피의 2000선 회복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기대감이 가장 크게 작용했지만 삼성전자의 힘도 컸다.
삼성전자 주가는 140만원에 육박하며 전체 시가총액이 200조원에 다가섰고 8일 장중에는 잠시 2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140만원을 넘어서면 지난 2015년 3월 151만원까지 오른 후 최고치가 된다. 작년 8월말 103만원대까지 곤두박질친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 40만원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의 가파른 오름세는 지난해까지 매도 일변도였던 외국인이 주도했다. 최근 외국인 매수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주가도 수직상승했고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비중은 50.48%에 달하고 있다.
최근 코스피가 좀처럼 박스피를 돌파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급부상이 증시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잠시나마 대외 환경이 우호적으로 변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올라줄 경우 코스피도 그간 쉽지 않았던 2000선 안착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삼성전자가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과정에서는 코스피는 어김없이 상승했다. 2009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와 코스피 방향이 일치한 날이 전체 기간의 74%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 150만원에서 고점을 찍은 후 삼성전자가 조정을 받은 후 코스피도 이렇다 할 상승세를 연출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4월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 호조로 크게 오르고 코스피도 잠시 2000선을 돌파했지만 안착에는 결국 실패하면서 삼성전자의 역할이 이번에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연초 14.1%(1월4일)에서 15.7%까지 높아졌다. 코스피200에서의 비중은 22%까지 늘어난 상태다. 코스피 비중 증가는 삼성전자가 코스피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 발생 시 코스피는 평균 14거래일간 강세를 보였고 1개월간 코스피와 정보기술(IT) 업종의 주당순이익(EPS)가 상향된 것으로 나타난다. 삼성전자 강세의 연속성 확보가 코스피 랠리에 상당히 긍정적인 셈이다.
◇ 실적부터 주주환원까지 장단기 모멘텀 장전
2000선 안착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결국 삼성전자가 더 갈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시장 전망은 나쁘지 않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탄력을 키우고 있는 실적 모멘텀이 2분기 어닝시즌까지 이어질 수 있고 지배구조 변화와 주주친화 정책이 맞물려 장기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뒤에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반등 전환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반도체 관련 장비·소재업체가 일제히 급등한 것이 이를 반영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최대 7조원대 후반까지 예상되면서 기존 추정치와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IBK투자증권이 155만원에서 165만원으로, 대신증권이 162만원에서 171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높이는 등 목표가 상향도 잇따르고 있다.
실적 외에도 11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감안할 때 현 주가는 상당부분 할인이 돼 있는데다 우호적인 환율 여건 역시 외국인의 매수 근거로 지목되고 있다. 외국인 매수는 삼성전자 지수 상승과 함께 여러 종목으로 온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외국인 러브콜은 삼성전자를 경유해 시장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 메리트와 주주정책 변화가 하락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하반기 시장 전략 대안으로 삼성전자를 주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