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쭘하지 않을려나?’. 겉만 보면 멀쩡하지만, 엄밀하게 표현되지 않고 보기에 따라서는 입맛대로 포장한 흔적이 엿보이는 증권사 실적 보도자료가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IBK기업은행 계열 증권사인 IBK투자증권 얘기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23일 ‘상반기 당기순이익 증가율 21개사 중 1위 기록’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올 상반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늘어난 205억원을 기록,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21개 증권사 중 순익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는 게 요지다. 여기에 IBK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5405억원(6월말 기준)으로 21개사 중 막내라는 ‘깨알 같은’ 의미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덩치는 제일 왜소한데 내노라하는 증권사들을 제치고 가장 뛰어난 순익 성장률을 보였다는 게 보도자료의 취지다. 아울러 이같은 실적 호조가 IBK투자증권이 국내 유일의 국책은행 계열 증권사로서 정책금융 부문 역할을 적극 수행하면서 일궈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보도자료란 게 크든 작든 자기 PR적일 수 밖에 없어서 어느 정도 포장이나 생략이 가미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내용을 100% 신뢰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IBK투자증권의 이번 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만 보면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제 입맛대로’ 의미를 갖다 붙였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우선 보도자료에는 언급이 없지만 이번 통계 실적은 개별 및 별도 기준이다. 21개 증권사 중 동부증권(6월말 별도 자기자본 5920억원)은 올 상반기 별도 순익 61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 3억7400만원 적자에서 흑자로 급반전한 수치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순익 94억9000만원으로 역시 1년 전(前) 9억700만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처럼 동부증권의 경우 흑자 전환이다 보니 순익 증가율을 수치로 나타낼 수 없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도 “동부증권의 증가율을 수치화 할 수 없기 때문에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부증권의 순익 흑자 전환이 IBK투자증권의 증가율 1위에 견주어 의미가 평가절하 될 수는 없다.
가령 동부증권이 지난해 상반기 별도 순익으로 4억원가량 적자보다 훨씬 나은 20억원 정도 흑자를 냈다고 가정해보자. 순익 증가율은 200%를 웃돈다. 따라서 흑자를 냈을 때보다 적자 때가 증가율 측면에서 IBK투자증권의 증가율 26%보다 더 의미 부여가 가능해진다. 순익 증가액은 동부증권이 65억6000만원으로 오히려 IBK투자증권의 42억1000만원보다 더 많다.
따라서 동부증권이란 변수를 고려한다면, IBK투자증권의 순익 증가율 1위라는 것은 21개사 중 작년 및 올 상반기 모두 순익을 낸 ‘20개사 중 1위’라고 하든지, 증가율을 수치화할 수 없는 ‘흑자 전환 1곳 제외’라는 주석을 달고 ‘21개사 중 1위’라고 하는 게 엄밀한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IBK투자증권은 이에 대한 언급없이 딱잘라 ‘21개사 중 1위’라고만 홍보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BK투자증권의 자료에 대해 한마디로 “아전인수”라고 잘라말했다.
IBK투자증권은 보도자료에서 영업이익(280억원)의 경우는 증가율(36%)이 2위라고 밝히고 있다. 동부증권의 별도 영업이익이 작년 상반기 54억원, 올 상반기 76억6000만원 모두 흑자를 기록하며 증가율 42%로 IBK투자증권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만일 동부증권이 작년 상반기 영업 적자를 낸 상황이라면 IBK투자증권의 보도자료 타이틀이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