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우려감이 더 크게 부각됐지만 호재성 재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금융규제 완화 기대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굳게 잠겼던 빗장이 풀리는 것인데 당연히 미국 금융주들에겐 희소식이고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된다면 국내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다만 작년 하반기 규제 강화 기조로 돌아선 국내 은행주들의 경우 실제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 트럼프, 도드-프랭크법 폐지 주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초 도드-프랭크법에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하는 대통령 지침에 서명했고 법의 상당부분을 삭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드-프랭크법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0년 7월 발표한 광범위한 금융규제법으로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 및 감독 강화, 금융감독기구 개편, 중요 금융회사 정리절차 개선, 금융지주회사 등에 대한 감독 강화,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감독 강화 등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1930년대 글래스-스티걸법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는 금융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이 기업들에게 자금을 더 빌려주게 되고 기업들은 고용을 더 늘릴 수 있고 미국 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재무부에 금융시장 관련 규제를 검토한 후 120일 이내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한 상태로 늦어도 4월 중에는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 美 은행주에 강력 호재
금융 규제 완화는 미국 금융주들에 단비가 된다. 도드-프랭크법안은 그간 금융사들의 효율성을 막고 막대한 비용을 발생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도드-프랭크 법안은 미국 금융회사의 영업과 수익성 제약으로 이어지면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금융 섹터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금융위기 이전 3년 평균(14.6%)의 절반 수준인 8%까지 낮아졌다.
금융규제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은행들은 잉여자본금을 활용해 배당금, 자사주매입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위험자산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월초 트럼프의 깜짝 행정 명령 직후 미국 은행주는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2.6% 강세를 나타냈고 12개월 ROE 전망치는 9.1%까지 높아졌다.
대신증권은 "미국 은행권 중에서도 중소 및 지방은행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중소기업들의 유동성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고 기업 투자와 가계 자금 유동성 확대 등으로 이어지며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주와 함께 산업재 섹터가 동반강세를 보인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2010년 이후 상관계사가 0.97에 달할 정도도 모든 섹터 가운데 금융주와의 주가 동행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 실현 가능성은 따져봐야
다만 금융규제 완화 역시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정책 중 하나라는 비판을 피하진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과거 규제 강화의 취지인 만큼 오히려 다시 이를 풀어줄 경우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구제금융이 재발할 가능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실제 도드-프랭크법이 폐기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제기한다. 하나금융투자는 "기술적으로 도드-프랭크법 전면 폐지를 위한 의결 정족수가 부족하다"며 "금융 소비자보호국 보호를 위한 지방정부의 법쟁 투쟁이나 도덕적 해이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 부담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손은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결국 도드-프랭크법을 조정·보완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투자자가 투자대상으로 손꼽는 미국 대형은행들보다는 중소형 은행의 수혜가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 국내 은행주는 별개?
미국과 달리 국내 은행주의 경우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 수혜가 덜할 것이란 경고도 곱씹어볼 만하다. 미국의 규제 완화는 글로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며 글로벌 은행주 전반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미국 금융권의 규제완화인 만큼 당장 수혜는 미국 투자은행에 국한될 수밖에 없고 이런 분위기에 편승한 국내 은행주의 추가 상승세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대신증권은 금융규제 완화의 글로벌 확산 여부가 미지수인데다 국가간 경기 및 금융시장 여건의 차별화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과 한국의 금융규제에 대한 정부 스탠스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규제 고삐를 강하게 죄어왔지만 한국은 작년 하반기부다 금융 및 대출에 대한 규제 완화가 다시 강화로 전환돼 다시 완화 쪽으로 선회하기 힘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