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7일. "저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잘 안 쪄요." 쉴 새 없이 젓가락을 휘두르고, 입을 조물조물 움직이며 하던 말이다. 영원할 줄 알았으나 체질이란 건 변하는 것이더라.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몸무게가 무려 25kg이 늘어났지만 몸무게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임신 중에 살이 몇 kg이 늘었다며 걱정하는 주변 산모들을 보며 아이에게 좋다면 뭐든 잘 먹어야 할 텐데 왜 몸매에 신경을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나처럼 급격한 체중 증가는 위험할 수도 있다지만 대부분 몸매 걱정을 하는 산모들은 나와는 차원이 달랐다.
애만 낳으면 살이 다 빠지는 줄 알았다. 모유 수유를 하면 살이 다 빠진다는 말, 애 키우다 보면 밥 먹을 시간이 없어서 살이 빠진다는 말, 복직하면 워킹맘의 정신없는 생활과 스트레스로 뼈만 앙상하게 남을 것이란 말 등을 철썩 믿었을지도 모른다. 대학에 진학하면 예뻐지고 남자친구가 다 생긴다는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씀과 같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으니 말이다.
모유 수유를 했지만 오히려 영양분을 섭취한다고 많이 먹는 탓에 몸무게는 요지부동이었다. 조리 기간 부기가 가라앉고 체중이 조금 줄었을까, 남은 체중은 복직하면 빠질 거라며 다이어트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복직 후, 오히려 체중은 늘어만 갔다. 나는 이렇게 몸이 힘든 데 왜 살은 찌는가. 참으로 아이러니했으나 현실은 그랬다. 결국 난 복직 1년 6개월 만에 생의 첫 다이어트에 돌입했고, 다이어트 한달째인 지금 10kg을 감량했다.
"뭔가 달라졌네요", "살이 빠졌나 봐요.", "예뻐졌네. 옛날 얼굴이 나와요." 등등 아는 척을 해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듣기 좋은 말로 과장을 더 보태서 얘기해주는 것임을 알면서도 어깨를 으쓱이게 된다. 역시 사람은 꾸며야 하는구나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사실 결혼 전에는 화장도 꼼꼼히 잘 하고 다녔지만, 임신했을 때부터는 화장품 성분이 태아에게 안좋다고 해서 덜 하게 됐다. 특히 아이를 낳고는 화장이 무엇인가, 시간도 여유도 없어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 화장을 멀리하다 보니 이제는 어쩌다 화장을 할까 해도 변변한 화장품도 없다.
언젠가는 달라진 내 모습에 우울함을 느끼기도 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내가 자초한 일이란 생각도 든다. 힘들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됐을 것을 왜 인제야 시도를 했는지 모르겠다.
셀프인테리어의 효용
집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꾸며주면 매도할 때 시세차익을 크게 올릴 수 있고, 세를 놓더라도 세입자를 빨리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월세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인테리어 가격이 보통 평당 100만원인데, 투자한 만큼의 효용이 있을까요?" 인테리어 업체에 무작정 맡기고, 모든 부분에 손을 댄다면 평당 100만원을 웃돌 수도 있다. 하지만 집 전체를 100만원만으로도 깔끔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집을 살 때 인테리어가 다 되어 있는 집을 선택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은 집을 싸게 사서 최소한의 인테리어로 집값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두가지 원칙을 세우면 가능하다. 첫째는 눈에 보이는 곳 위주로 손을 대고, 둘째는 가능한 부분은 셀프 인테리어로 진행하는 방법이다.
우리 부부의 신혼집은 21평 아파트였다. 주변 시세보다 2000만~3000만원이나 저렴했지만 베란다 곰팡이, 낡은 벽지와 장판, 까진 신발장과 싱크대가 나를 절망하게 했다. '이 집에는 귀신이 살았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전세로 들어가는 집에 인테리어비를 들이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신혼집인데 이렇게 엉망으로 살 수는 없어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우리 부부의 결론은 셀프 인테리어였다. 우선 다 까진 문틀과 방문, 곰팡이 자국으로 가득한 베란다를 페인트 칠하기 시작했다. 흰색은 보기엔 좋지만 기본색이 나무였기 때문에 여러번 칠해서 색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가장 저렴한 흰색 페인트를 사서 검은 잉크를 조금 떨어뜨려 회색빛이 나게 해 색칠했다. 페인트칠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특히 베란다는 천장까지 전면을 여러번 칠해야 했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창문 쪽 벽면에는 한장에 몇천원 정도인 무늬 시트지를 사서 멋을 냈다.
시트지는 여러 용도로 사용했다. 주방 벽면 타일에 붙이고 싱크대 아랫면에도 붙여 깨끗하게 만들었다. 신발장은 시트지와 페인트칠을 적절하게 사용하니 새것 같았다.
두개의 방은 장롱과 침대, 책상과 책장 등으로 어차피 벽면과 바닥이 거의 가려지기 때문에 도배와 장판에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다만 거실과 부엌의 도배는 제일 저렴한 하얀색 합지로 기술자 한명에게 부탁해 20만원에 해결했다. 그리고 거실과 부엌의 장판은 직접 바닥재 매장에 가서 데코타일을 구매해 한장 한장 바닥에 깔았다. 총 3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거실에 깔려있던 장판은 깨끗한 부분을 잘라내 베란다 바닥에 깔아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다. 오래된 아파트라 베란다가 꽤 넓어 창고 반대편에 선반을 설치해 여러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다. 또 낡은 콘센트와 전기 스위치는 마트에서 사서 교체했다.
우리의 신혼집은 새집처럼 포근했지만, 우리가 총 들인 인테리어 비용은 5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셈이었다. 이렇게 공들인 신혼집에서 2년밖에 살지 못하고 나왔지만, 집주인은 남의 집을 예쁘게 꾸며놓은 멍청한 신혼부부 덕택에 전세 보증금을 4000만원이나 더 높일 수 있었다.
만약 이 집이 우리집이었다면, 나는 50만원으로 4000만원의 효과를 낼 수 있었다는 계산이다.
어설픈 인테리어보다 낡은 집이 낫다
집을 보러 다니다 보면 인테리어 수준에 따라 집값은 수천만원의 차이가 난다. 그들이 들인 비용을 집값에 고스란히 반영하는 셈이다. 하지만 나는 어설프게 인테리어를 한 집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안 되어 있는 집을 싸게 사서 직접 인테리어를 하는 것을 선호한다.
얼마든지 적은 비용으로, 조금만 손을 대고도, 깨끗하게 보일 수 있음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화장실이나 싱크대가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인테리어인데 이 부분이 깨끗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만약 상태가 좋지 않다면 타일이나 시트지를 이용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
내가 살 집이 아니고 투자 목적으로 집을 매매했다면 가장 기본인 흰색 도배지와 페인트칠, 거실 마루만으로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이 좋다. 집이 넓어 보이고 깨끗해 보일 뿐 아니라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무난한 인테리어기 때문이다. 투자 목적의 인테리어에서 세련됨과 포인트보다는 무난함이 가성비가 좋다.
페인트칠부터 살펴보자. 우선 페인트를 사는데 너무 튀는 색이나 진한 색보다는 흰색을 사서 원하는 빛깔의 색깔 잉크를 섞어 쓰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하면 두가지 색을 섞기 위해 두통을 사서 낭비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사실 페인트칠은 전문가가 아니어도 하기 쉽다. 다만 도배나 장판을 깔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칠하기도 쉽고 결과물도 깔끔하다. 창문틀을 칠할 때는 창 쪽에 테이프나 비닐을 붙여놓고 칠하면 좋다. 한번 칠하고 어느 정도 마르고 나서 덧칠해야 원하는 색을 잘 낼 수 있다. 세번 칠하는 것을 추천한다.
도배는 직접 했다가 쭈글쭈글해지거나 제대로 붙이지 않아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고난도 작업이다. 넓지 않은 집에 거실 정도라면 한명의 기술자를 섭외하는 것이 좋다. 도배지 종류도 합지와 실크지가 있는데, 실크지가 물론 좋지만 투자 목적이라면 저렴한 합지로 깔끔하게만 하는 것이 좋다. 25평 아파트 전체를 도배하더라도 합지는 10만원대에 인건비 2명에 14만원 정도로 총 30만원 선에 해결할 수 있다.
바닥재는 강화마루나 원목마루 등을 많이 사용하지만, 마루와 비슷한 데코타일도 같은 느낌을 낼 수 있다. 데코타일은 인테리어 매장이나 인터넷으로도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색깔로 구매해 깔 수 있다. 25평 아파트 전체를 깔더라도 데코타일은 30만원대에서 가능하다. 한장 한장 타일을 붙이기 어렵다면 붙이는 장판인 모노륨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다만 장판과 데코타일의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
집에 들어가면 가장 잘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싱크대다. 싱크대만 보기 좋아도 집의 가치는 올라간다. 싱크대 전체를 교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용은 25평 기준 200만원에 달한다. 투자 목적에 충실해 싱크대 문짝만 교환하거나, 가능하다면 시트지를 붙이는 것을 추천한다.
또 싱크대와 어울리는 타일로 부엌을 꾸미는 것도 좋다. 유리 타일을 직접 사서 붙이는 것도 좋지만, 타일 느낌의 시트지를 사서 붙이면 훨씬 간편하고 깔끔하다. 단돈 몇천원이면 충분하다. 타일은 화장실에 쓰자. 화장실은 바닥만 타일 작업을 해도 확 달라진다. 기존 타일에 백시멘트를 발라 새 타일을 붙이면 된다.
큰 부분은 끝났다. 이제는 작은 부분이지만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들이다. 콘센트와 전기 스위치, 싱크대와 신발장 손잡이, 문고리 등은 한개에 몇천원이다. 이것들만 갈아줘도 집은 새집으로 변한다. 여기에 화장실 샤워기와 싱크대 수도꼭지만 1만원대짜리로 사서 갈면 더없이 완벽하다.
그래도 뭔가 집이 어두운 느낌이라면 거실과 부엌의 조명을 바꿔주자. 발품을 팔아 조금 세련된 등을 달아주거나, 출력이 좋은 조명을 매립형으로 설치해도 깔끔하면서도 밝은 집을 만들 수 있다.
조금은 어렵고 힘들 수 있지만, 며칠 동안만 집에 손을 대면 많게는 몇천 만원까지도 높은 금액에 팔거나 세를 놓을 수 있으니 이처럼 보람찬 일이 어디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