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월 20일. "1000원만 깎아주세요~", "그렇게 팔면 남는 것도 없어요.", "남는 게 왜 없어요. 그냥 주세요~" 어렸을 때 어디서든 가격을 두고 흥정을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창피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20년 지난 지금 내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엄마가 이런 자투리 돈은 아끼면서 큰돈에는 관대하다. 시장에 가서 할머니들에게 채소나 과일 몇천원어치 사면서 깎아달라하고, 은행 수수료 700원 1000원 푼돈은 아까워하면서 결혼, 출산, 교육 등 큰돈을 지출하는 부분에서는 지갑을 턱턱 열어댄다.
결혼을 준비할 당시 예물을 하러 매장을 찾았다. 각종 보석이 반짝이며 수백, 수천만원이 오가고 있었다. 대부분은 예비신랑과 예비신부, 시부모님이 같이 예물을 고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가격을 깎아달란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으니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도 척척 거래가 성사된다. 마음에 드는 세트를 100만원이나 깎아달라고 하니 예비 신부가 예물 가격을 두고 흥정하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당황해했다.
출산과 육아용품도 마찬가지다. 아이 것은 좋은 것을 사겠다며 백화점을 찾는 예비 부모가 많지만, 백화점은 정찰제라며 애꿎은 지갑만 열었다 닫았다 한다. 백화점은 정찰제라는 인식, 하지만 백화점도 경우에 따라 각종 상품권과 점원의 직원 할인을 총동원해 깎아준다.
워킹맘의 가장 큰 고민이자 골칫거리, 교육비도 마찬가지다. 교육비는 절대 깎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높은 가격이 대수랴, 우리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얼마든 지불할 용의가 있어 보였다. 살다 보니 이렇게 눈먼 돈이 많더라.
무시 못 할 복비
부동산 거래를 하다 보면 집값과 별도로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각종 비용은 거래가액의 요율로 반영되기 때문에 한없이 치솟기 마련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동산 중개보수, 우리가 복비라고 부르는 비용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서울에서 주택 매매의 경우 거래가액에 따라 0.4~0.9%가 상한 요율로 지정되어 있다. 3억원짜리 집 한 채를 사면 부가세를 제외하고도 120만원의 중개료를 내야하고, 9억원짜리 거래는 최대 810만원까지도 요구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각 공인중개사만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든 물건을 거래하려면 꼭 해당 중개사를 통해서만 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엔 매물 정보가 모두 공유되기 때문에 다른 부동산에서 해당 물건을 계약하면 그만이다. 이 사실을 공인중개사 측도 알기 때문에 자금 여력에 따라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 흥정은 애교로 통한다.
또 실거주가 아니라 투자 목적일 때는 매매와 임대계약을 모두 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모르면 매매와 임대에 대한 복비를 둘 다 낸다. 하지만 매매계약 전에 "임대 계약에 대한 복비는 그냥 해주실 거죠?"라고 애교 섞인 말 한마디면 대부분 그렇게 해준다.
매매계약과 세입자 측의 수수료만으로도 공인중개사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으니 모두 흔쾌히 수락한다. 또 매수자가 만족하면 향후 매도할 때나 다음 세입자를 구할 때 또다시 해당 공인중개사를 찾을 테니 말이다.
해당 지역에서 추가 투자를 원할 때는 좋은 물건이 있으면 정보를 부탁한다는 의미로 충분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도 미래 가치에 대한 비용이 될 수 있다. 판단은 본인의 몫이다.
만약 공인중개사가 원하는 비용을 모두 지불했다면, 혹은 양쪽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비용 협의가 됐다면 현금영수증을 요구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
취득세는 카드 포인트로
부동산 매매 잔금일이 되면 집값 말고도 나가는 돈이 술술 이다. 그중 하나가 취득세다. 매매가격과 주택 면적에 따라 세율이 다른데 최소 세율이 적용되는 85㎡ 이하,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1.1%다. 만약 85㎡ 이하, 6억원짜리 집을 살 경우 취득세로 660만원을 내야 한다. 취득세는 세금이니 흥정도 불가능하다.
일부 카드 회사에서 허용되는 포인트 결제를 이용한 방법은 취득세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사설 판매점에서 해당 백화점 상품권을 할인받아 산 후, 카드 포인트로 전환해 포인트 결제를 하면 할인율 만큼 취득세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사실 편법이긴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이미 꽤 이용하고 있다. 만약 할인율이 2~3%라고 하고, 취득세가 660만원이라면 13만2000원~19만8000원까지 절약할 수 있게 된다.
법무사 비용 아끼는 셀프등기
잔금일에 등기를 대행해주는 법무사에게 지불하는 비용도 만만찮다. 기본수수료 7만원에 부동산 과세표준액에 따라 누진 계산해 수수료를 결정한다. 여기에 상담비, 교통비, 일당, 등기원인증서 작성, 부동산거래신고 대행, 취득세와 등록면허세 신고 및 납부 대행, 등기에 관한 제증명의 신청비용 등의 명목으로 각각 몇만원씩 할당하면 법무사비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보통은 계약하는 공인중개사가 법무사를 부르기 때문에 잔금 당일 법무사비에 대한 협상의 여지가 없다. 만약 매도자의 담보대출이 있었거나 본인이 신규 담보대출을 설정할 경우, 혹은 스스로 등기하기엔 부담이 크다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는 온라인 법무 사이트에 견적을 요청하고 법무사를 배정받으면 법무사비를 많이 아낄 수 있다.
셀프 등기에 도전하겠다면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미리 준비해 잔금일 당일 순서대로 처리하면 된다. 요즘은 인터넷등기소 'e-Form 신청하기'를 이용하면 편하다. e-Form에서 제시하는 빈칸에 매매 관련 정보를 채워 넣으면 양식에 맞춰 서류를 출력할 수 있다.
잔금일에는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부동산거래계약신고필증과 매도자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매도용 인감증명서, 등기필증, 주민등록필증을 챙겨야 한다. 또 미리 준비한 소유권 이전등기신청서에 매도자 도장을 받는다.
해당 주택에 근저당권이 있으면 은행을 방문해 승계 혹은 말소해야 한다. 여기 필요한 서류는 근저당권을 승계할 경우 나의 주민등록증, 인감도장,인감증명서, 주민등록초본이 필요하고 말소하는 경우에는 매도자의 것이 필요하다.
이후 시·군·구청에서 집합건축물대장, 토지대장, 취득세 납부서를 민원봉사실에서 받아 작성해 제출한 후 취득세 고지서를 받으면 된다.
다시 은행에 가서 취득세를 납부하고 국민주택채권을 사야 한다. 은행에서는 취득세영수필확인서와 국민주택채권매이필증을 챙긴다.
법원에 가서 정부수입인지를 부동산 매매가격별 인지 세액에 맞춰 구매하고, 등기신청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 매도자의 친필 서명과 인감도장이 날인된 소유권이전등기신청서 갑지와 을지를 작성하면 모든 서류 작성은 끝난다.
전 과정에서 확보한 서류를 순서대로 정리해 묶어 제출하면 소유권이전등기 신청이 완료된다. 누군가는 중개업소부터 구청, 은행, 법원까지 왔다 갔다 하기 힘들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비용을 내는 것이 낫다고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러하듯 처음 한번이 어려우니 인내심을 갖고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