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버핏의 회사 버크셔해서웨이 주식 버크셔해서웨이클래스A(BRK.A)는 1주 가격이 약 76만달러, 우리돈 11억원을 넘나듭니다. 워런버핏이 장기투자자 위주로 주식 분할을 하지 않는 전략을 고수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으로 기록되고 있죠.
BRK.A는 최근 20년, 5년, 연평균 수익률에서 모두 S&P500지수의 수익률을 웃돌 정도로 매력적인 우량주인데요. 따라서 당장 투자하고 싶은 주식이지만, 워낙 비싼 값이라 거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강남에 있는 아파트는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지만,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BRK.A는 사실 극단적인 사례인데요. 보통의 미국주식 대형우량주들도 대부분 1주당 수십만원에 달합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와 같은 주식은 1주씩 사모으더라도 매번 수십만원씩 투자자금이 필요하죠. 오랜기간 시장이 우상향한 덕에 수차례 액면분할을 했음에도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죠.
ETF로 눈을 돌려도 비슷합니다. S&P500지수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 SPY는 주당 80만원이 넘고요. 나스닥100에 투자하는 QQQ도 주당 70만원이 넘습니다.
그래서 미국주식 초보투자자들에게는 '소수점 거래'가 획기적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1주를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0.1주, 0.01주, 0.001주를 매수하거나 금액을 기준으로 1달러씩, 10달러씩 혹은 1000원씩, 1만원씩 매수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소액 적립식, 분산투자에 유리
이처럼 소수점 거래는 소액으로도 우량주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히는데요. 더 큰 장점은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할 때 발휘됩니다. 주단위가 아니라 금액단위로도 매수가 가능해서 보다 싼 값에 주식을 모아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죠.
예를 들어 현재 주당 100달러인 주식을 앞으로 매일 1주씩 모으면 주가가 떨어졌을 때에도 1주, 올랐을 때에도 1주를 매수하게 되는데요. 이 주식을 매일 100달러어치씩 모은다면 주가가 올랐을 때에는 1주보다 적게, 주가가 내렸을 때에는 1주보다 많이 매수할 가능성이 큽니다. 쌀때는 많이, 비쌀때는 조금만 사는 방법이죠.
해당 주식이 꾸준히 우상향한다고 하더라도 전자보다 후자가 더 싼값에 주식을 더 많이 매수하게 되고요. 평균매수가격(평단)이나 수익률에서도 후자가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소수점으로 자동주문하는 경우 많은 증권사들이 거래수수료 및 환전수수료를 깎아주고 있어서 수수료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원하는 가격에 체결 어렵고, 배당도 소수점으로
물론 단점이 있습니다. 우선 거래가 자유롭지 못합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 대부분이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여러 투자자들이 소수점 단위로 주문을 하면 그 주문을 모아 온주(1주) 단위로 해외 현지 시장에 주문을 넣고, 거래 후에는 각 투자자에게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배분하는 형태입니다.
소수점 거래를 위해서는 먼저 해당 증권사에 해외주식 계좌가 있더라도 소수점 거래서비스를 별도로 신청해야 하고요. 각 증권사에서 선정한 소수점거래 가능한 종목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소수점거래 신청 전에 내가 원하는 종목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하죠.
거래시간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보통 예약주문형태로 주문이 진행되는데요. 미국시장 정규장 시작 전에 주문을 하면 주문예약이 들어가고, 정규장이 열리면 시장가로 체결이 됩니다.
따라서 가격도 원하는대로 지정할 수는 없는데요. 시장가로 체결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주식의 수량이나 금액대로 체결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장 전에는 1만원에 0.05주를 살 수 있을 걸로 보였지만 실제 체결될 때에는 0.04주가 매수될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시장이 급변하는 경우에는 체결이 되지 않을수도 있죠.
팔 때도 마찬가지인데요. 소수점이 1주 이상으로 모인 경우 주 단위까지는 실시간 매도가 가능하지만, 남아 있는 소수점 주식은 실시간이나 원하는 가격에 매도할 수 없습니다.
보유 주식에 대한 권리도 제한됩니다. 미국주식에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는 드물겠지만 소수점 주식은 그럴 권리도 부여되지 않구요. 배당의 경우에는 보유하고 있는 소수점 비율만큼만 받게 됩니다. 주당 100원이 배당되는데 0.1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나에게는 10원이 배당되는 거죠. 물론 배당소득세도 같은 비율로 떼입니다.
국내에서의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는 규제특례(샌드박스) 하에서 임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조만간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정식제도로 운영될 계획이라고 하니 앞으로 이런 단점들이 어떻게 개선될지도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