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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차이나워치]⑩중국과 잘 사귀려면

  • 2019.02.13(수) 10:35

[기자수첩]중국이 필요로 하는 것 고민해야

30대 남성이 서울 압구정동 골목길 한 상점에서 목걸이를 발견한다. 다음 주는 연애 3년차 기념일. 가격이 상당했지만 여자 친구를 감동시킬 요량으로 어렵게 지갑을 연다. 일주일 뒤 남성이 내민 목걸이 앞에서 여성은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이번만은 내가 갖고 싶다고 한 반지를 챙겨줄 줄 알았어."

아차! 반지. 그래도 이 목걸이는 100만 원짜린데. 월급이 300만원인데 3분의 1을 여기에 썼어. 내 정성을 알아봐 줄 수는 없니. 하지만 여성의 반응은 차갑다.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야. 넌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긴 하니. 넌 3년 내내 내가 뭘 좋아할지 관심이 없었어. 늘 네 눈에 좋아 보이는 걸 강요했지.

커플은 한바탕 다툰 뒤 결국 그 자리에서 이별했다. 남성은 반년 뒤 "서로가 상대방 입장에서 배려하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였다"며 "기본 중의 기본을 놓쳤다"고 회상했다.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외면하면 건강한 관계가 계속되기 힘들다. 가족, 회사도 마찬가지다. 기업, 국가 간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국내 기업들은 대거 중국을 찾았다. 중국에서 만들어 물류비를 더해 되팔아도 이익이 남을 만큼 인건비가 쌌다. 이 시기 중국 칭다오에 진출한 한 액세서리 제조업체 기업 관계자는 "당시는 투자 개념은 거의 없었고 싸게 만들어 많이 팔 수 있겠다는 기대가 중국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고 회상했다.

2000년 초까지 국내 기업이 칭다오시 청양(城阳)구에 구축한 공장 수는 100여개. 공장 한 곳당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0명을 고용했다. 당시 인근 지역에 농사일 말고는 이렇다 할 일자리가 없던 탓에 사람들은 공장으로 몰려들었다. 소득이 생기자 세금이 걷혔다. 도로가 깔리고 신호등이 설치됐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다.

이 기간 중국에서는 상전벽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992년 약 366달러에서 2017년 약 8827달러로 24배 이상 불어났다.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해졌지만, 경제성장률은 한동안 꾸준히 7% 안팎을 기록했다. 덩치만 커진 게 아니다. 전기자동차, 정보통신 등 일부 업종에서 중국의 지위는 대체불가다.

리처드 쿠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최근 루이스 전환점(Lewis Turning Point)을 지났다고 진단한다. 루이스 전환점은 농촌에 집중됐던 노동력이 도시 내 공장 등으로 모두 흡수되는 시점이다. 임금이 빠르게 오르면서 경제 발전을 촉진하는 요소가 투자에서 소비로 바뀐다. 고도발전의 직전 단계다.

물론 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이 시기 중진국 함정에 빠져 정체 상태에 머무르거나 퇴행하기도 한다. 주목할 점은 소비가 활성화하면서 지금까지 중국 사회 수면 아래에 있던 다양한 수요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는 것.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것과 의료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이 과거 수준에 머물러있고, 일각에서 이를 정확하게 파악해 대처하려고 해도 각종 진입장벽에 넘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언제 어떤 규제가 생겨 시장에서 팽 당할지 모른다는 점도 부담이다. 청양에 진출한 기업들은 이미 미얀마와 베트남 등지로 빠져나가고 있고, 반도체 관련 기술 격차는 상당 부분 좁혀졌다. 의료, 금융 등 분야에는 견고한 진입 장벽에 진출 자체가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중국의 변화를 바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된다. 청양 공장 일자리를 3D 업종이라고 외면하는 중국 젊은이들부터 베이징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담당하는 로봇들까지 중국 내 다양한 현상들은 우려와 찬탄의 대상일 뿐이다. 한 기업인은 "미국은 중국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무역 분쟁이라도 일으키지만 우리나라같이 작은 나라가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며 한탄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인들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는 한 전문가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중국을 하나의 큰 시장으로만 볼 게 아니라 중국 시장이 어떤 인격을 갖고 있는지 고민하라는 조언도 따른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물건이라고 중국에서 잘 팔리는 게 아니라 중국이 필요한 걸 팔아야 잘 팔린다는 말이다.

일방적인 관계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서로가 서로의 수요를 파악하고 채워줘야 한다. 성장할 만큼 성장한 중국이 앞으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정책들을 취해나갈지, 그 정책이 앞으로 우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 속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생존해나갈 수 있을지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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