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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차이나워치]⑨'AI-보험' 연계서비스 직접보니…

  • 2019.02.12(화) 11:44

中징유, AI 스마트견적 상용화 "올해 해외 진출"
기술개발 낙관하는 한국 회사들…추격자 신세로

[베이징=김미리내 기자] "주차장에 있는 차 중 아무 차량이나 상관없습니다. 흠집이 난 곳에 카메라를 가져다대면 자동으로 수리할 곳을 인식하고 수리비 견적을 냅니다." (장후이타오(張慧涛) 징유인터네셔널그룹 기술총감)

징유인터내셔널그룹 '스마트견적시스템' 시연 모습[사진=김미리내 기자]

앱(app)을 켜고 수리가 필요한 차량에 스마트폰을 가져다대자 차의 각 부위중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인식한다. 이어 흠집이 나거나 찌그러진 심도 등을 계산, 도색이나 판금 등 수리 솔루션을 제공한다. 수리를 하겠다는 결정을 하면 현재 내 위치를 기준으로 근처의 가까운 정비업체가 순서대로 나열되고 수리비 견적이 제공된다.

거리와 비용을 따져 정비업체를 선택하면 각 보험사가 공식 운영하는 위챗페이, 알리페이, 바이두페이 계정 중 선택해 차주임을 인증하고 보험사에서 내가 선택한 페이계좌 또는 정비업체로 수리비를 입금한다.

◇ AI 수리비 견적시스템, 이미 70여개 보험사 활용 

스마트견적시스템 인공지능 활용 개요 설명 모습[사진=김미리내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중국 징유(精友)인터내셔널그룹(이하 '징유') 차량 수리비 견적 앱인 '스마트견적시스템'에 대한 설명이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이 일어나기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는다. 처음 앱을 사용한다고 해도 각 단계에서 화상채팅으로 담당직원이 연결되기 때문에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도 이와 유사한 수리비견적앱들이 있다. 그러나 수리가 필요한 곳을 찾아 인식하고 심도 등을 분석하는 AI기술은 접목되지 않았다. 직접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사진으로 찍고 내용을 수기로 입력해야 하는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 AI 등을 활용한 중국의 핀테크(금융+기술), 인슈테크(보험+기술) 기술력이 국내 수준을 넘어섰다는 뉴스들은 이미 심심찮게 보도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를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실제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본사에서도 최근 핀테크, AI, 빅데이터 활용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 임원들이 몇차례 중국에 직접 찾아와 살펴보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를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찾아간 중국 베이징 상지국제창업원(上地國際創業園) 내 징유그룹. 회사 관계자들을 처음 만난 곳은 사무실이 아닌 건물 밖 주차장이었다. 다른 설명에 앞서 실제 AI를 접목한 스마트견적시스템을 시연하겠다는 것. 그만큼 기술에 자신있다는 얘기다.

(왼쪽부터) 첸첸(陳晨) 징유인터내셔널그룹 대외업무 담당관, 장후이타오(張慧涛) 기술총감, 핑한(馮韓) 전무이사, 리리(李力) 상품매니저 [사진=김미리내 기자]

물론 국내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도 기존 수리비견적시스템(AOS)에 AI 기술을 접목한 차량수리비 견적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올 들어서 계획을 수립한 상태로 개발 초기단계다.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다.

장후이타오(張慧涛) 징유그룹 기술총감은 "2017년부터 2018년 하반기까지 스마트견적시스템을 개발했다"며 "작년 하반기 본격 상용화를 시작해 현재 70여개 보험사랑 협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히 견적을 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상관련 인슈테크 환경과 연계해 보상직원의 손해사정 업무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보험개발원은 AI를 접목한 수리비견적 시스템의 경우 일평균 손해사정 업무시간이 1인당 30~50분, 연간 약 6000시간을 단축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에게 수리비 견적과 보험료 할증 여부 등을 통해 보험처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동시에 보험사의 관련 제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인식하고 있는 중국 인슈테크 시장의 발전 속도와 현지의 속도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징유그룹의 방대한 빅데이터 양과 활용 범위다.

◇ 20년간 축적한 빅데이터 활용

징유의 스마트견적시스템 기술개발 배경에는 빅데이터가 있다. 20년간 보험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을 바탕으로 징유는 그동안 전국 단위의 데이터를 집적해 왔다.

특히 자동차의 연식, 부품 등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자동차 신분증에 해당하는 VIN코드를 2억개 이상을 보유해 사실상 중국에 판매되는 자동차의 99% 이상 모델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즉 전 차종의 부품정보를 보유하고 약 8000개에 해당하는 부품 도해도를 보유해 즉각적인 견적시스템 마련이 가능했다. 이같은 징유의 기초데이터 분석 기술은 중국의 국가인증을 수여받았고 데이터 유출을 막기위한 방지시스템도 구축한 상태다.

스마트견적시스템 AI 활용 구조도[사진=김미리내 기자]

리리(李力) 상품경리(상품매니저)는 "자동차사고로 인한 차량 손실뿐 아니라 자회사 등을 통해 보험사고로 인한 의료서비스 데이터, 이와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법률 서비스, 자동차 후처리 시장에 이르는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다"며 "자동차 사고시 사고 접수와 보험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제외하고 이 사이에 발생하는 모든 서비스를 보험사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국내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작업이다. 몇몇 보험사들이 자체개발이나 핀테크 기업들과 손잡고 일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보험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핀테크 기업들이 보험사가 원하는 기술을 상용화 하는데 한계가 있고, 각종 규제로 데이터 집적과 빅데이터 활용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리리 상품경리는 "데이터를 수집해 모으는 작업이 제일 어려웠고, 보험사마다 사업방식이 달라 각 보험사에 맞춰야 하는 부분들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러나 중국 내 3개 지역에 소프트웨어 개발센터와 5개지역에 데이터보관센터를 통해 전국단위의 빅데이터를 집적, 현재 데이터 관련 부분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징유그룹 500여명의 직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기술자와 엔지니어로 이뤄져 있으며, 이 가운데 스마트격전시스템 개발에만 국내와 해외파 350명의 개발자가 참여했다. 사실상 전국단위로 수집되는 빅데이터의 양과 개발인력 등이 국내와 비교해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징유는 올해 해외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핑한(馮韓) 징유그룹 전무이사는 "올해 태국, 유럽, 포르투갈, 미국 등지 회사들과 해외진출을 위한 접촉을 진행하고 있고 현지 파트너가 있는지 물색 중"이라며 "태국, 싱가포르의 경우 보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랑 접촉 중이며, 인도는 현지 보험협회와 이야기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도 이같은 서비스를 같이할 수 있는 회사가 있으면 좋겠다"며 "한국 (자동차보험) 시장에 대해 궁금하며,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이러한 서비스를 잘 아는 회사들과 파트너사를 맺고 싶다"고 덧붙였다.

◇ 125조 車보험시장…韓보험사들 1%도 안돼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자동차보험 시장도 큰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3004억위안이던 자동차보험 시장은 2017년말 기준 7521억위안으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우리돈 124조8000억원 규모다. 중국은 세계 2위에 달하는 보험시장으로 지난해 3조8017억위안의 원수보험료를 거둬들였다. 이중 자동차보험을 포함한 손보시장(원수보험료 기준)도 처음으로 1조위안을 넘어섰다. 

보험요율을 산출하는 한국의 보험개발원에 해당하는 중국 기관인 CIRI(china insurance research institute)는 중국의 보험시장 90%를 점유하고 있는 8개 보험사들이 투자해 설립한 연구기관이다. 자동차의 수리성·손상성, 탑승자 안전성, 보행자 보호, 사고방지 지원장치 등을 평가한다.

2015년 중국 정부의 상업자동차요율개혁조치 이후 보험료 인상이 가능해지면서 2016년 설립됐다. 2017년 7월부터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 만큼 신생기관이지만 (수리)작업시간기준 연구를 비롯해 대체부품, 침수차 손상연구를 진행 중이며,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구도 준비중이다.

양더예(楊德曄) CIRI 부총재 [사진=김미리내 기자]

이러한 연구를 통해 자동차보험료 산정을 위한 요율을 보험협회에 제공하고 있다.

양더예(楊德曄) CIRI 부총재는 "중국의 자동차보험시장은 급성장기를 지나 지금은 완만한 성장 단계로 진입했다"며 "시작이 늦기는 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충돌시험 등을 통해 차량등급을 나누고 안전지수를 개발, 요율산출을 위한 작업들을 계속 수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몇몇 작업들이 시작단계이고 가야할 길들이 많다"며 "중국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특히 신에너지, 전기차와 관련해서는 연구속도가 따라기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시작은 늦었지만 중국은 정부가 추진할 경우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며 "보험사와 자동차업계 간 가교역할에 이어 보험업계 기술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시장에서 한국 보험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약하다.

125조원에 달하는 자동차보험시장이 있지만 한국회사를 비롯해 전체 외자계 22개사를 포함한 시장점유율이 아직까지 1%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한 보험사 중국 주재원은 "중국이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질적으로는 아직 아니다"며 "겉모습까지는 비슷하게 올라왔어도 내부 질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들이 바라보는 중국 시장과 실체는 차이가 크다. 어쩌면 '중국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우스갯소리를 잔상처럼 붙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중국은 GDP(국내총생산) 2위의 경제대국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무서운 고속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정부의 추진 여부에 따라 시장이 급변할 수 있고 이를 받쳐줄 시장도 어마어마하다. AI, 빅데이터 기술 활용이 우리보다 앞서며 그 속도와 양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땅에서 '아직은'이라는 낙관은 이제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은 더이상 얕잡아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중국 현지 관계자의 말처럼 '정부가 밀어주면 엄청난 속도로 변화될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는 매우 거대한 시장으로 여전히 다양한 기회가 열려있지만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급변하는 곳"이라며 "급변하는 속에서 낙오되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낙관자'가 아닌 빠른 속도로 '추격자'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는 중국경제 격변의 시기를 대비할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오는 2월27일 개최할 '2019 차이나워치 포럼'이다.

2014년부터 시작해 여섯번째로 중국을 둘러싼 경제 상황을 톺아보는 자리다. G2의 갈등이 언제 어떤 국면으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이번 포럼에는 중량감 있는 미국·중국·통상 분야 전문가 및 학자들을 초빙해 다양한 시각을 점검키로 했다.

우선 김시중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이 G2의 갈등 상황을 짚고 향후 추이를 조망한다. 김 교수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기업의 활로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조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한민국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송영관 연구위원이 미·중 갈등 여파를 최소화 시킬 정책 대응 방향에 대해 제언을 던진다. 수출과 내수, 투자 등 전면적으로 잿빛 일색인 한국 경제를 터널 밖 탈출구로 이끌 혜안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한다. 대륙의 기업부채와 부동산 거품, 통상 마찰로 인한 기업부도 우려 등 다양한 면에서의 리스크를 점검하는 순서다.

세 전문가의 발표 뒤에는 토론이 이어진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국제경제를 섭렵한 발표자가 견해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토론은 주미대사관 경제참사관, 주상하이총영사,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주유럽연합(EU)대사 등을 역임한 안총기 전 외교부 2차관이 조율을 맡았다. 토론시간에는 일반 참여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도 이어진다.

'2019 차이나워치 포럼'은 2019년 2월27일(수)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에서 열린다. 홍콩투자청이 후원하며 기업과 금융사 기획·전략·투자 담당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일반 투자자, 대학생 등 250명 정도 참석이 예상된다. 세미나 참가비는 무료며,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http://news.bizwatch.co.kr/forum/2019/chinawatch)에서 사전 등록해야 참석할 수 있다.

▲ 일시 : 2019년 2월27일(수) 오후 2시∼5시
▲ 장소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
▲ 신청 :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www.bizwatch.co.kr)에서 참가자 사전등록 접수 중
▲ 문의 : 비즈니스워치 차이나워치 포럼 사무국 (02-783-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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