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노명현 기자] "마치 한국 기업한테 교육 받은 줄 알았어요. 손님들한테 인사도 잘 안하고 무뚝뚝한 중국인들이 고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할 때마다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더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 중국에서 핫(Hot) 하다는 마트 궈슈하오(果蔬好)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얘기다. 이 마트는 중국에서 소득수준이 높은 베이징에서도 고급 마트로 통한다. 실제로 방문해보니 가격은 일반 마트보다 비쌌지만 평일 낮에도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친절한 매장 직원들의 수준 높은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중국 소비자들은 갈수록 수준높은 서비스를 원한다. 최근에는 편리성까지 겸비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 눈높이 높아진 中소비자
지난 달 22일 찾은 베이징 왕징 궈슈하오 매장. 진열된 상품 자체는 여느 매장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제품들과 세련된 외관이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궈슈하오가 갖는 차별점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수준의 쇼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친절이다. 마트 직원들은 손님과 눈만 마주치면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바닥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은 손걸레를 들고 다니며 손님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발자국을 연신 닦아냈다. 때문에 궈슈하오 매장 바닥은 마트 바닥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깨끗했다.
마트를 방문한 한 소비자는 "친절을 앞세운 서비스는 소바자들이 대접받는 기분이 들도록 한다"면서 "이를 통해 형성된 고급마트 이미지는 이 매장을 다시 찾게 하는 원동력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궈슈하오는 이를 무기로 베이징 곳곳으로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1·2선 도시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삶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들은 단순하면서도 실속 있는 원스톱 라이프를 추구하고 있어서다.
◇ 일본의 마케팅 전략 배우자
일본계 무지(MUJI)호텔은 눈높이가 높아진 중국인들을 공략한 대표 사례로 통한다.
텐안먼(天安門) 근처에 위치한 무지호텔빌딩에는 호텔 객실층 뿐 아니라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객실 손님을 비롯해 텐안먼을 찾은 관광객, 중국 젊은이들로 평일 저녁시간과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젊은 소비층이 원하는 다양한 매장들이 한 건물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호텔 지하에는 무인양품 매장을 비롯해 푸드코트, 옷가게 등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매장이 즐비하다. 이와 함께 건물 한 곳에는 특이한 디자인의 예술품을 진열하는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관계자는 "단순하고 여유 있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중국 소비자들 성향을 일본 기업이 정확히 파악했다"며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이런 부분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한국기업 관계자는 "일본은 중국과의 영토분쟁(2012년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이후 중국 사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 기업들이 중국 소비자들을 분석해 현지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사업에서 한 발 물러나 있어 입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새 먹거리 발굴도 필요
업그레이드 된 품질과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은 유통분야 뿐 아니다. 한국기업들의 주력 분야인 제조업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강화되면서 과거와 달리 한국기업들이 갖고 있던 경쟁력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중국인 입장에선 이제 한국산 제품이나 중국산 제품이나 비슷하게 본다는 얘기다.
현지진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중국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는 점"이라며 "2~3년 정도 앞서 있는 수준으로는 중국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더 나은 발전이 있어야 하지만 기술력 확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런 이유로 현지에서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로는 환경과 기술집약적 하이테크 산업이 꼽힌다. 중국 정부가 이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12년에 발표한 전략적 신흥 산업(에너지절감‧환경보호, 차세대IT, 바이오, 첨단장비제조, 신에너지, 신소재, 신에너지 자동차) 분야에 디지털 혁신산업과 관련 서비스업을 추가하며 작년부터 새로운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필요로 하고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분야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분야가 환경규제 산업으로 석탄 사용 금지에 따른 콘덴싱 보일러 수요가 늘고 있는 점 등을 보면 분명히 우리 기업이 노릴 틈새시장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이후 또 다시 경기 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정부가 하이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정책을 펼칠 수도 있어서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중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노동집약적 제품 육성을 통한 경기부양보다 기술집약적인 하이테크 산업을 통해 내수 경기를 부양할 가능성이 크다”며 "가령 친환경 제품이나 AI(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제품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 등을 통해 내수를 부양하는 방법이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즈니스워치는 중국경제 격변의 시기를 대비할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오는 2월27일 개최할 '2019 차이나워치 포럼'이다.
2014년부터 시작해 여섯번째로 중국을 둘러싼 경제 상황을 톺아보는 자리다. G2의 갈등이 언제 어떤 국면으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인 만큼 이번 포럼에는 중량감 있는 미국·중국·통상 분야 전문가 및 학자들을 초빙해 다양한 시각을 점검키로 했다.
우선 김시중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이 G2의 갈등 상황을 짚고 향후 추이를 조망한다. 김 교수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기업의 활로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조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한민국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송영관 연구위원이 미·중 갈등 여파를 최소화 시킬 정책 대응 방향에 대해 제언을 던진다. 수출과 내수, 투자 등 전면적으로 잿빛 일색인 한국 경제를 터널 밖 탈출구로 이끌 혜안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국 경제의 위기 가능성을 진단한다. 대륙의 기업부채와 부동산 거품, 통상 마찰로 인한 기업부도 우려 등 다양한 면에서의 리스크를 점검하는 순서다.
세 전문가의 발표 뒤에는 토론이 이어진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국제경제를 섭렵한 발표자가 견해를 주고받는 시간이다. 토론은 주미대사관 경제참사관, 주상하이총영사,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주유럽연합(EU)대사 등을 역임한 안총기 전 외교부 2차관이 조율을 맡았다. 토론시간에는 일반 참여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도 이어진다.
'2019 차이나워치 포럼'은 2019년 2월27일(수)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에서 열린다. 홍콩투자청이 후원하며 기업과 금융사 기획·전략·투자 담당자, 증권사 애널리스트, 일반 투자자, 대학생 등 250명 정도 참석이 예상된다. 세미나 참가비는 무료며,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http://news.bizwatch.co.kr/forum/2019/chinawatch)에서 사전 등록해야 참석할 수 있다.
▲ 일시 : 2019년 2월27일(수) 오후 2시∼5시
▲ 장소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
▲ 신청 :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www.bizwatch.co.kr)에서 참가자 사전등록 접수 중
▲ 문의 : 비즈니스워치 차이나워치 포럼 사무국 (02-783-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