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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컬처]영화 '버드박스'와 투자자의 선택

  • 2019.07.01(월) 14:19

강 위에서 생사를 건 주인공의 결정
리스크 최소화 위한 자산 배분 시도

드라마, 영화, 뮤지컬, 도서, 동영상 콘텐츠 등 문화 속 다양한 경제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콘텐츠 속에 나오는 경제 현상이 현실에도 실제 존재하는지,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지 궁금하셨죠.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커피 메뉴부터 직장 선택, 결혼 결정 등까지 선택은 늘 어렵습니다. 하물며 내 돈이 걸린 투자는 얼마나 어려울까요. 정신없이 돌아가는 시장 속에서 후회 없는 투자 선택을 하기란 언제나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상황이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면 선택은 더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빠르게 판단을 내리기 위해 투자자는 무엇을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이번 머니&컬처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버드박스(Bird Box, 2018)>를 통해 투자의 선택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작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버드박스는 인류 종말을 그린 아포칼립틱 픽션(Apocalyptic Fiction) 장르의 영화입니다. 영화 <컨택트>로 유명한 에릭 헤이저러가 원작 소설을 각색하고, 아카데미상과 골든글로브상 등을 수상한 수잔 비에르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원인 불명의 집단 자살 사건이 일어납니다. 난간에서 뛰어내리고 도로를 질주하는가 하면 분신을 서슴지 않습니다. 주인공 맬러리(산드라 블록 분)가 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많은 사람이 대규모 광기에 휩싸이면서 일대 혼란이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바깥을 활보하는 미지의 '존재'를 보기만 하면 극단적 자살 충동에 휩싸여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이 악령이라고 부르는 이 존재는 형체 없이 거리를 활보하는데, 영화에서는 그림자와 바람, 환청 등으로 묘사됩니다. 피할 길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죽어 나가고 세상은 종말로 치닫습니다. 5년간 집 안에서 두 아이와 숨어 살고 있던 맬러리는 강 너머에 생존자 커뮤니티가 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됩니다. 기댈 곳 없던 그녀는 두 아이와 함께 강을 건너기로 결정합니다.

눈을 뜨면 죽기 때문에 눈가리개를 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강을 건너기란 쉽지 않은 일. 위기는 급류 지점에서 찾아옵니다. 맬러리는 고육지책으로 두 아이 중 한 명이 눈가리개를 풀고 방향을 소리치면 자신이 노를 저어 급류를 빠져나가기로 합니다.

한 사람을 희생하면 급류를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세 명이 눈가리개를 풀지 않고 아무도 희생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운이 좋을 경우 모두 생존할 수 있겠지만 자칫 배가 뒤집혀 모두 익사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급류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마주친 커뮤니티가 자신들에게 호의적일지 알 수 없습니다.

강에서의 상황은 투자 리스크 분산 개념과 꼭 닮았습니다. 투자 세계에서 리스크와 수익률은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은 불문율의 법칙입니다. 리스크를 덜어내면 그만큼 수익률도 낮아지고 리스크를 안으면 수익률은 높아집니다. 전자의 성격이 강한 자산을 안전자산, 후자를 위험자산이라고 부릅니다.

영화 '버드박스'의 한 장면(출처:넷플릭스)

투자업계는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적당히 배분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 등 개별 자산 리스크를 계량화한 뒤 분산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달성하는 이른바 '자산배분 전략'이 탄생하게 된 배경입니다.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 최근 화두로 떠오른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 각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빠른 계산으로 수백개 자산을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묶어냅니다. 극단적 자산 배분을 통해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한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 있을까요.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배분 영역이 지나치게 넓을 경우 수익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수익이 난다면 문제 없겠지만 수익이 고꾸라질 경우 투자자에게 사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가 따른다"고 지적했습니다. 정확한 수익성을 내려는 작업이 오히려 발목을 잡아 수익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입니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원리입니다. 자산배분 효과가 클수록 시장 전체 움직임에 역행하기는 힘들 터. 시장은 수많은 대외 변수 영향으로 등락을 반복하기 마련입니다. 분산투자 영역이 넓을 경우 시장이 고꾸라질 때 여파를 피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극단적 안정을 추구하기보다 어느 정도 본인만의 색깔있는 투자철학에 입각해 투자 결정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합당합니다. 수익을 내지 않는 투자는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리스크가 불안하다면 과거 수익률 지표가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시 시장 수익률과 비교해 향후 리스크 제어 효과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맬러리는 결단력 있고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여성으로 묘사됩니다. 맬러리는 강 위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여기에 <버드박스>의 핵심적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맬러리의 결단을 지켜보는 것은 흥미진진할 수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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