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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증권 IB는 기승전 '사람농사'

  • 2019.09.09(월) 17:16

이영재 하이투자증권 ECM실장 인터뷰
"IB는 규모의 경제 중요…매트릭스 중심"
"비상장부터 상장 이후까지 유기적 업무"

후발주자는 다소 늦는 대신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카피캣(Copycat)에 머물게 된다. 증권가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기업금융(IB) 사업부 산하 주식자본시장(ECM)실을 대폭 개편했다. ECM실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 뒤 외부 인력을 대거 충원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한 IB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하이투자증권 본사에서 ECM실을 지휘하고 있는 이영재 실장(이사대우)를 만났다. 이 실장은 대신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동부증권 KTB투자증권 등을 거쳤다. 약 25년간 기업금융 부문에서 활약한 '정통 IB 맨'이다.

그가 하이투자증권으로 옮긴 것은 지난 7월1일. IB 후발주자인 하이투자증권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이 실장은 IB 업무의 핵심은 '관계'라고 강조했다. DGB그룹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기업과 관계를 시작으로 전국 단위 증권사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영재 하이투자증권 ECM실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대세는 '매트릭스'…규모의 경제 노린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DGB금융지주 산하에 편입했다.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과 DGB생명보험, DGB캐피탈 등에 이어 증권사를 계열 내로 받아들여 명실상부 금융지주 체계를 갖췄다. 올 들어 대구 지역에 증권·은행 복합점포를 연달아 개설에 나섰다.

다음 행보는 최근 증권업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IB 조직 개편이었다. IB 본부 산하에 ECM실을 신설하고 그 밑에 3개 팀을 뒀다. 1팀은 기업공개(IPO)와 스팩상장 등을, 2팀은 유상증자와 매자닌 발행 등에 주력한다. 종합금융팀은 리츠와 구조화금융 등을 맡는다. ECM 산하 3개 팀을 이끌 인물이 이영재 실장이다.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온 기업의 매자닌 발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발행 절차를 끝내 놓고 계약서 작성만 남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연락이 오더군요. 아무래도 주거래 은행과 같은 그룹에 있는 증권사와 거래를 해야 할 것 같다고요"

기업은 다른 증권사와 거래를 하게 되면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여신 기관이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만약 지주 내 계열사와 연계 딜을 이뤄낼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면? 현실의 벽이 견고하게 느껴졌다.

"IB 업무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기업에 융자도 제공하고 매출 채권을 유동화 시켜 자금 흐름이 원활하도록 돕기도 하고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느낄 때는 인수 합병도 제안합니다. 신한, KB지주 내 매트릭스 조직이 좋은 실적을 내는 이유입니다"

DGB그룹은 현재 CIB(Corporate Investment Banking)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지주와 은행, 증권, 캐피탈, 운용사 등이 참여하는 일종의 매트리스 조직으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정기 회의를 열어 시장 정보와 연계 효과 등을 논의한다.

시작은 대구·경북 지역 '우량 비상장사'

기존 시스템을 시행착오 없이 차용할 수 있는 점은 후발주자의 특권이다. 하지만 대형사 위주로 판이 돌아가는 자본시장에서는 타사와 다른 무언가가 없으면 제안요청서 자체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대표적이다.

"솔직히 현재 하이투자증권의 색깔은 뚜렷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룹이 대구·경북 지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점은 상당한 메리트(장점)로 작용할 수 있어요. 촘촘한 지역 네트워크로 어프로치(접근)를 더 잘 할 수 있고요. 해당 기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대구·경북 지역 내 산업단지와 산업지구 내에는 제조 중소기업이 대거 밀집해 있다. 자동차부품산업과 기계금속산업에 주력하는 기업이 대다수다. 비상장 우량 기업을 찾아 프리 IPO 등으로 관계를 맺으면 상장 과정과 향후 자본 조달 등을 주관할 개연성이 커진다.

"ECM실 내 각 팀 업무에는 서로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ECM1팀이 IPO 업무에 주력해 상장을 성공시키면 ECM2팀이 상장 이후의 재무활동을 이어받아 사업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종합금융팀이 향후 인수 금융과 리츠 등 업무를 맡아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ECM실이 코넥스 지정자문인 사업을 전개하는 것도 성장 기업과 지속적 관계를 맺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기존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가능성을 발굴해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관계의 연속성은 결국 얼마나 성심성의를 다하느냐에 달렸다.

IB는 결국 '사람농사'

이런 맥락에서 최근의 증권업계 풍토는 안타깝다. 단기적 이익 추구에 목을 매는 것 같기 때문이다. 기업 금융 인력이 부동산 PF 분야로 대거 이동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자칫 업계 맥락이 끊어져 기업 수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옅어지고 있어요. 지금 자본시장 내 제도가 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알아야 업무의 연속성이 완결됩니다. 대표적으로 기업 밸류에이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집니다. 최근 바이오 기업 이슈가 이를 대변합니다"

그에 따르면 IB 업무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자체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IB 담당은 1년 365일 중 마지막 하루 자기 몸값을 하면 문제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는 이를 두고 "평소 꾸준히 바닥을 다져야 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실력과 관계 모두 포함된다.

"한 기업이 1000억원을 자금조달 한다고 했을 때 생판 모르는 업체가 와서 수수료를 낮게 받는다고 해서 그 업체를 선택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이 사람이 나와 지금까지 어떤 일을 도모해왔고 서로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가 중요하죠. 결국 사람 농사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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