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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5년 맞은 TDF 원조…승부사의 집념

  • 2019.10.01(화) 13:39

이장호 하나UBS자산운용 전무 인터뷰
"TDF, 일반펀드와 달라…멀티에셋 핵심"
"매니저 전술배분 평가 토대 이뤄져야"

퇴직연금 시장이 뜨거워지는 가운데 의미 있는 데이터가 나왔다. 하나UBS자산운용의 행복한TDF(타깃데이트펀드) 시리즈가 2014년 9월 출시 이후 지난 9월 말로 정확히 5주년을 맞은 것. 통상 특정 펀드의 체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등락을 모두 경험해봐야 한다고 한다. 생애 주기에 맞춰 자산 배분 전략을 달리 가져가는 컨셉의 TDF가 정말 퇴직연금 시장에 꼭 맞는 상품인지 판단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사옥에서 이장호 하나UBS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전무)를 만났다. 이 전무는 저금리 추세로 예적금과 채권의 실질수익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퇴직연금을 굴리기 위한 수단으로 TDF가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장기투자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운용업계 수익률 평가를 보다 정확하게 공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MBA 과정을 마쳤다. 대우증권과 우정사업본부, 새마을금고중앙회 등을 거쳐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투자공사에서 투자전략팀장, 기획팀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현재까지 하나UBS운용에서 글로벌운용본부장 직을 수행하면서 TDF는 물론 각종 펀드 운용을 지휘하고 있다.

이장호 하나UBS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전무)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멀티자산 전략에 주력하는 하나UBS운용의 행복한TDF 펀드가 출시 5주년을 맞았다
▲ 저금리 시대 예·적금과 채권의 실질수익률이 제로에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수익률 제고를 위해 투자할 만한 펀드다. 장기 분산투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014년 9월 출시된 이후 올해로 정확히 5주년을 맞았다. 5년은 시장 부침을 모두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외에 부동산 원자재 헤지펀드 채권 등에 분산하여 장기 투자하면 저축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 구체적인 숫자를 소개하자면
▲ 2014년 9월부터 지난 24일까지 만 5년 간 연 평균 3% 정도의 수익률을 거뒀다고 보면 된다. 자산별로 보면 국내주식 0.63%, 해외주식 연 4.24% 국내채권 3.47% 해외채권 2.00% 정도다. 행복한TDF 펀드 시리즈는 현재까지 2025 2030 2035 2040 2045 등 5개가 출시됐는데 보수 차감후 연 평균 수익률은 많게는 3.25%에서 적게는 2.09% 수준이었다.

- 수익률에 만족하는가
▲ 예·적금과 비교해 우수한 수준이다. TDF 투자 자금은 연금 마련을 위한 것으로 일반 펀드에 투자하는 자금과 성격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투자자금의 수명이 길다. 장기투자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유동성 프리미엄이 있다고 말한다. TDF는 유동성 프리미엄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 장기투자 효과란
▲ 마이클 조던과 아마추어 농구선수가 자유투 대결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5개를 던져 실적을 평가한다면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추어 선수가 더 높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100개를 던져 성적을 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훈련이 탄탄한 마이클 조던이 압도적인 성적을 낼 것이다. 수익률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하나UBS운용 행복한TDF2035의 경우 지난달 24일 기준 1년 사이 최고 수익률은 15.1%다. 최저 수익률은 마이너스 9.2%를 기록했다. 평균 수익률은 1.6%다. 시계열을 늘여서 3년 간 투자한 데이터를 보면 최고 수익률은 5.0%, 최저 수익률은 1.4%다. 아무도 손해 보지 않았다. 평균 수익률도 3.3% 수준으로 1년 평균의 2배 이상이다. 같은 펀드라도 보유 기간이 길면 길수록 수익률이 개선된다.

- 주식의 경우 등락을 반복하면서 시계열을 넓혀 보면 우상향 한다는 의미겠지만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전제되지 않으면 힘들 거 같다
▲ 그래서 분산 투자가 중요하다. 무조건 많은 자산을 펀드에 담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자산가격 상관관계가 제로에 가까운 자산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리스크를 낮추는 것이다. 행복한TDF가 헤지펀드를 담고 있는 까닭은 헤지펀드 수익률이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 수익률과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을 담은 것도 결국 포트폴리오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분산투자 효과는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를 어려워하는 까닭은 수시로 등락하는 자산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처음부터 장기투자 자금을 따로 떼어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행복한TDF는 국내 주식 비중도 상당하다
▲ 미국 경기가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이다. 대외교역 규모도 줄고 있고 미중 간 갈등 여파로 기업 비용도 증가해 마진율이 감소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향후 5년 정도 부진할 수 있다. 지난 10년 이머징 시장 수익률이 부진했던 것은 이머징 시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미국이 금융위기 여파를 해소하기 위해 긴축 정책에 나선 영향이 크다. 미국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있으니 이머징 시장에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기초체력도 많이 키워왔다.

- 장기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업계가 개선해야 할 점은 없을까
▲ 펀드 매니저의 위험 대비 전술배분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 전술배분은 매니저가 주어진 전략배분 틀 안에서 자산을 배분하는 것을 가리킨다. 전략배분은 매니저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의무사항이다. 특정 펀드가 자산의 20% 가량을 미국 주식으로 채운다고 했을 때 20%라는 숫자가 전략배분 기준이다. 매니저가 미국 주식이 오를 것 같다고 판단하면 20% 비중을 21%로 늘리고 빠질 것 같으면 18%로 낮춰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문제는 매니저 평가가 절대 수익률에 근거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매니저는 전략배분 비중을 수시로 늘이고 줄이면서 수익률 높이는 데 몰두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장기투자 의미가 퇴색한다. 단기투자가 된다는 말이다. 전술배분에 나서면서 감수하는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어느 정도인지 공시해야 한다. 전술배분에 따르는 리스크가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상응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운용을 잘 못한 거다.

- 표준편차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 맞다. 보통 펀드의 연 평균 수익률이 표준편차의 절반가량 이상이면 운용 실적이 좋다고 본다. A펀드의 표준편차가 8%인데 연 평균 수익률이 5%라면 잘 한 거다. 연 평균 수익률은 5%이지만 표준편차가 15%라면 잘 한 게 아니다. 수익률이 위아래 15% 수준으로 움직인다는 건데 이를 견딜 수 있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펀드를 소개할 때 연 평균 수익률과 더불어 표준편차 수준을 공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걸출한 스타 매니저가 나오지 못하는 배경이 아닐까.

- 장기투자로 성공한 경험담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 경험이 중요하다. 과거 GDP가 빠르게 성장할 때 개발이 이뤄졌고 채권 자체도 쿠폰 자체가 매력적인 수준이었다. 시중 자금 상당수가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는 것은 부동산 투자 성공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1% 남짓의 수익률이 나오는 것은 향후 어마어마한 부담이 될 것이다. DC형뿐만 아니라 DB형도 문제다. 사원으로 입사해서 부장으로 퇴사할 때까지 급여가 매년 2% 가량씩 올라간다고 했을 때 퇴직연금도 그만큼 수익률을 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확정금액을 지급할 때 엄청난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투자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일본 정부는 개인의 적립식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운영 중이라고 한다. 적립식 퇴직연금 시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 우리나라 퇴직연금 납입금액은 연 700만원까지 세액을 공제해주는 데 이를 확대해야 한다. 퇴직연금에 투자한다는 것은 은퇴 이후 자기 자금을 스스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고갈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장려해야 할 일에 틀림없다. 투자가 확대할 수 있도록 세액 공제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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