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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베테랑이 전하는 '올바른 TDF 사용법'

  • 2019.10.24(목) 16:34

황의상 한투운용 연금마케팅담당 상무 인터뷰
"시장 예측 불가능…장기투자로 확률 높여야"

"꼭 연금용이 아니더라도 목표자금 마련을 위해 운용할 수 있는 거죠.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면 결혼 예상시기와 만기가 겹치는 TDF(Target Date Fund·타깃데이트펀드)에 가입해 목돈을 마련해 나가면 됩니다. 장기 및 분산투자 효과는 복리 효과로 이어집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편안하게 시장을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최근 자산운용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TDF다. 펀드 만기 때까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적절히 조정하면서 장기 및 분산투자 효과를 극대화하는 상품이다. 자산배분곡선에 맞춰 처음에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만기에 가까울수록 안정성을 높여나간다. 퇴직연금 운용에 안성맞춤이다.

운용사들이 TDF 상품을 연달아 내놓는 배경에는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적립금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디폴트제도가 도입된 후 적정 상품 후보로 선정되기 위해 몸집 키우기 경쟁도 한창이다. 상품 종류가 범람하는 상황 속에서 묵묵히 자기 색깔을 내는 운용사는 눈에 띄기 마련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2014년 퇴직연금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2017년 2월 TDF 상품을 선보였다. 한국인 라이프사이클을 감안했고 글로벌 자산배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해외 유수 운용사와 손을 잡았다. 다른 운용사에 비해 출시가 다소 늦었지만, 준비 과정이 철저한 만큼 시장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국투신운용이 바라보는 퇴직연금 시장 현황과 향후 TDF 전략 등을 알아보기 위해 전날 황의상 한국투신운용 리테일연금마케팅담당 상무를 만났다. 황 상무는 퇴직연금 펀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동양오리온투신운용과 유리자산운용 등을 거쳤다. 퇴직연금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사회인식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공모시장을 견인하기 위한 TDF 역할론도 강조했다.

[사진=이돈섭 기자]

- 퇴직연금 시장 어떻게 보고 있는가
▲ 시장 규모는 꾸준히 팽창하고 있지만 관련 펀드 시장은 아직이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190조원이다. 최근 3년간 매년 20조원 가량 늘어났다. 적립금 중 90% 이상이 주로 예·적금으로 운용하는 원리금보장형이다. 나머지가 실적배당형이다. 실적배당형 중 회사가 운용 주체가 되는 확정급여형(DB)은 비중이 작아지고 있지만, 확정기여(DC)형과 IRP 등은 커지고 있는 추세다  퇴직연금 펀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 퇴직연금 펀드 시장이 좀처럼 커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 사회 인식 때문이다. 퇴직금의 경우 원금을 까먹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주로 예·적금에 몰린다. 예·적금 이자는 대부분 연 1.5%가량이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5%를 기록했다. 멀뚱히 앉아서 손해를 보고 있는 거다. 회사에서 TDF를 만들어 발표할 때 보니 나도 내 퇴직연금을 방치하고 있더라.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하다. 기업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퇴직연금 운용 관련 성과는 주로 인사와 연계된 경우가 많다. 운용에 따르는 위험을 보완할 만한 제도가 없는 한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얘기가 나온다.

- 기업이 적극적으로 연금 운용에 나서면 어떤 혜택을 볼 수 있을까
▲ 맞춤형 펀드를 설정할 수 있다. 기업이 직원 수요를 종합해 운용사에 자금을 위탁하면서 맞춤 펀드를 설정해달라는 식이다. 이 경우 사모펀드로 설정해 운용할 수 있기도 하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의사결정이 빠르다. 최근 인컴형 펀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좋은 자산이 나왔을 때 빨리 투자할 수 있는 거다. 매력적인 자산은 다른 운용사가 봤을 때도 매력적이기 때문에 먼저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특정 기업 수요에 맞춘 펀드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 대표적 퇴직연금 펀드로 TDF가 꼽힌다. 한국투신운용 TDF 설정액도 최근 3000억원에 가까워졌다
▲ TDF는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으로 운용된다. 안정적 수익률로 장기운용이 원활하다. 수익률 하락 폭도 크지 않은 수준이다.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실 TDF 상위 업체들은 대개 계열사 간 거래에 기대 성장한 측면이 크다. 한국투신운용은 4대 시중은행 중심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이 TDF를 출시한 시기가 2017년 2월이다. 지난달 말 기준 수탁고가 2900억원 수준으로 3000억원에 조금 못 미친다. 관련 사업자 및 투자자 대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어 수탁고 5000억원을 달성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 한국투신운용 TDF의 차별성을 꼽자면
▲ TDF에는 자산배분곡선(Glide Path)이라는 것이 있다. 펀드 설정부터 만기 때까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 조절 기준이 된다. 비행기가 하강하는 모습과 같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미국인보다 더 길다는 것 아는가. 한국인에 맞는 자산배분곡선이 필요하다. 한국인의 소득수준과 생명주기, 국내 물가수준, 금리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한국인 라이프사이클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내 경제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투신운용 TDF가 전체 자산 10% 안에서 국내 자산을 편입하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는 분산투자 효과도 고려됐다. 한국 주식의 경우 글로벌 주식과 상관관계가 낮다는 분석이 있다.

티로프라이스라는 미국 TDF 전문 운용사와 협업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티로프라이스는 수탁고 기준 미국 내 TDF 사업자 중 3위, 최근 5년 TDF 수익률 기준 1위 업체다. 우리와 인연을 맺으면서 TDF는 긴 호흡으로 가야 된다고 조언했다. 수익률에 극도로 민감한 여타 외국계 운용사와는 태도가 달랐다.

-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투자정서상 장기운용 자체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푸념도 나온다
▲ 동의하기 힘들다. 많은 사람이 주장한다고 해서 정답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단기투자는 긴 흐름 속에서 오르는 타이밍을 딱 맞추겠다는 건데 그걸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투자는 기본적으로 확률 게임이다. 장기투자는 이길 수 있는 확률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장기운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낙후한 투자 문화 속에 머무르겠다는 말과 같다.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 여유자금 10억원이 있다고 치자. 펀드 말고 부동산 투자도 방법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 투자를 할 때는 반드시 기회에 따르는 위험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위험을 헷지하는 수단은 분산투자다.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들을 포트폴리오에 넣어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한다. 부동산에 10억원을 투자한다면 '몰빵'하는 거다. 리스크가 상당하다. TDF는 분산투자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건전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고수익을 추구하기는 어렵다. 투자는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 목표 수익률은 어느 정도가 가장 좋을까
▲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금리 수준을 감안한 뒤 추가 수익을 고민하는 게 좋다. 현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연 2% 후반에서 3%대 정도를 목표로 잡는다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본다. TDF 펀드 특징은 현재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 증시가 오르고 있는데 펀드 수익률이 그대로라고 해서 낙담할 필요가 전혀 없다. 수년을 내다보고 운용하기 때문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편안하게 시장을 바라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 TDF가 공모펀드 시장의 대안이 될까
▲ 그렇게 생각한다. TDF는 꼭 연금 운용 목적이 아니더라도 목적자금 마련을 위해 운용할 수 있다.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결혼 예상 시기와 만기가 같은 TDF에 가입해 목돈을 마련하면 된다. 자녀 학자금도 마찬가지다. 장기투자 문화를 선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유능한 PB라도 미국 일본 유럽 등에 분산투자하면서 자금을 관리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체 자산 리밸런싱으로 장기 관리할 수 있는 점은 분명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 디폴트옵션이 마련되면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국회에서 빨리 통과를 시켜줘야 한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국민들도 좋고 운용사도 좋다. 도입이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국민들만 손해를 본다. 이와는 별개로 펀드 변동성을 공지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갖춰지면 좋을 것 같다. 현재 특정 펀드 투자등급은 자산 편입 비중에 기초해 결정된다. 주식 비중이 올라가면 투자등급이 내려가는 식이다. 펀드가 가진 변동성을 산출해 투자등급을 분류할 수 있다면 운용사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휘해 좋은 상품을 내놓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향후 과제를 꼽자면
▲ 마케팅은 고객들이 가진 생각을 바꾸는 일이다.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게 나의 일이다. 여기에는 고객과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신뢰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꾸준함에서 나오는 것이다. 운용사 역할은 고객 자산을 펀드 만기 때까지 잘 관리하는 데 있다. 시장에 뱉은 말이 있다면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운용사도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장기 레코드(실적)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펀드를 출시한 다음 1년도 안 돼 후속 펀드를 발표했는데 요새는 마치 자식을 낳아 기르는 마음으로 출시하려고 노력한다. 한국투신운용 연금펀드 쪽을 보면 맏아들이 TDF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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